제1회 테이스티 문학상 수상작인 「비님이여 오시어」 외에도 두 편의 단편 「변신」과 「빨강보다 붉은」을 브릿G에서 새로이 공개해주신 장아미 작가님과 나눈 서면 인터뷰를 전합니다.
“제가 써내려가는 장르소설이 다소 느슨한 형태의 삼각형이라면
그 꼭짓점에는 아마도 판타지, SF, 로맨스가 각각 위치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Q. 안녕하세요, 장아미 작가님. 먼저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방금 전, 큼지막한 외투를 걸치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로 덤벙거리며 당신 곁을 지나쳐간 사람, 바로 저일 거예요. 평범한 인상. 입을 꼭 다물고 있기는 해도 의외로 말문을 트면 무척 수다스러워질지도 몰라요. 처음 뵙겠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Q. 브릿G에 소중한 작품을 등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릿G에 어떤 계기로 글을 등록하게 되셨는지, 브릿G에 작품을 등록하셨을 때 타 사이트와 다르게 기대되거나 우려되는 바는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지금까지 제가 쓴 소설들은 어떤 장르들 사이에 느슨하게 걸쳐져 있는 것들이라 어디에서도 그다지 환영받기 어려웠어요. 물론 두려운 마음은 있었습니다. 브릿G는 신생 플랫폼이고, 누구나 자신의 글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기를 바랄 테니까요. 그럼에도 무엇보다 브릿G 오픈베타를 시작하며 황금가지 편집장님께서 쓰신 글이 제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브릿G가 가는 길을 함께 걷고 싶어졌어요.
Q. 작품 소개가 더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등록하신 작품 두 편 「변신」과 「빨강보다 붉은」에 대해 보다 자세히 소개해주신다면요.
A. 「변신」은 어떤 거대한 사건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소녀가 대저택에서 혼자 살고 있고, 거기에는 원래 주인이 값비싼 미술품들을 숨겨두었던 수장고가 존재하죠. 그곳에 또 다른 소녀가 찾아오면서 그들 사이에 긴장이 발생합니다. 삼성 가에서 비자금조로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 작품 ‘행복한 눈물’을 구입했다는 내용의 뉴스를 읽고 떠올리게 된 글입니다. 소설 중에 묘사되는 그림은 카라바조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고요.
「빨강보다 붉은」은 원래 지금보다 훨씬 격렬한 수준의 러브스토리였어요. 퇴고를 해나가면서 소년의 사적인 애정 고백은 줄어들었고, 대신 마지막 장면이 추가됐죠. 맞아요, 엔딩의 총격신은 노르웨이에서 극우주의자 브레이빅이 저지른 테러를 모티브로 한 것이에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 개인적으로는 주인공보다 훨씬 흥미로운 인물인 서제인의 시선에서 써 내려가는 단편을 구상해보고 싶습니다.
Q. 테이스티 문학상 수상작으로 당선된 작품 「비님이여 오시어」는 책으로 엮어 출간되기 전에 먼저 브릿G에 공개한 경우인데요, 웹상에서 먼저 독자들에게 공개한 소회가 어떠신지요.
A. 저로서는 환영이었어요. 독서 환경은 변하고 있고, 저부터도 종이책보다 이북으로 더 많은 텍스트들을 접하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풋내기 작가로서 응원글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벅찬 것 같습니다.
Q. 또 다른 작품 활동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평소 어떤 장르의 글을 즐겨 쓰시는지, 어떤 작품들을 즐겨 읽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글은 매일 쓰고 있어요. 다만 쓰는 속도가 쓰고 싶은 속도를 못 따라갈 뿐이지요. 제가 써내려가는 장르소설이 다소 느슨한 형태의 삼각형이라면 그 꼭짓점에는 아마도 판타지, SF, 로맨스가 각각 위치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좋아하는 작가는 어슐러 K. 르 귄, 앨리스 먼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입니다. 「비님이여 오시어」는 저로서는 난생 처음 써보는 역사물이었습니다.
Q. 작가님의 소개글을 보고 섬에 거주하신다는 정보를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요, 집필 환경은 어떤 편이신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다르거나 좋은 점은 없으신지요.
A. 애석하게도, 섬 하면 누구나 단번에 떠올릴 만한 그런 장소에 살고 있지는 않아요. 신도시고, 원하는 것들은 거의 다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한동안 유목민처럼 카페들을 떠돌아다니기도 했지만 결국은 내 집이 제일 편안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익숙한 장소가 좋아요. 저는 언제나 거실의 좌식 테이블 앞에 앉아 노트북으로 글을 씁니다.
Q. 혹시 그동안 브릿G에서 읽으셨던 작품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작품을 간단히 추천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A. 박채언 님의 「푸른 동물원」입니다. 프롤로그부터 대단히 인상적이었어요. 박채언 작가님, 작가님에게도 올 3월이 좋은 봄이기를 기원합니다.
Q. 앞으로 브릿G에 소개된 작품을 읽어주실 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브릿G에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소중히 듣겠습니다.
A. 브릿G라는 다리를 건너, 제 세계로 들어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릿G를 드나들면서, 방이든 카페든 패스트푸드점이든 어느 외딴 역의 대합실이든 작은 테이블 앞에 끈기 있게 버티고 앉아 자기 세계를 써내려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용기가 나요. 브릿G, 더 많은 작가들에게 기분 좋은 초대장이 되어주세요. 응원합니다.
Interviewed by 브릿G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