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써 봐야겠다고 다시 생각한 건 둘째가 두 돌쯤 되었을 때였어요. 육아휴직이 길어지니, 엄마로서의 내가 성립하는 만큼 개인으로서의 내가 사라져 가더라고요. 무슨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브릿G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특별 인터뷰 시리즈 ‘브릿G 숏터뷰’, 늘 황금드래곤 문학상 시상식이 끝난 뒤엔 ‘이야기 부문’ 선정 작가님의 매거진을 꾸리는 터라 이번에도 『자력구제금지』의 김성민 작가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자력구제금지』는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에서 이야기 부문 본심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얻으며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는데요, 로맨스릴러 문학상 수상작답게 로맨스와 스릴러, 추리 요소가 맞춤하게 결합된 멋진 이야기로 올 해 여름쯤 책으로 만나 보실 수 있답니다. 지난달 진행된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시상식(스케치 보기↗)에서는 작가님께 직접 수상 소감도 전해 들었는데요, 시상식 날 너무 짧게 인사만 나누었던 터라 ‘계속 쓰는 사람’으로서의 포부를 밝혀 주신 작가님의 면면을 더 많이 알고 싶어 숏터뷰를 청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요즘 (뒤늦게) 드라마 「모범택시」 시리즈를 시즌 1부터 정주행하고 있는데요, 이 시리즈가 대중에게 열렬한 환호와 공감을 얻을 수밖에 없다는 작금의 여러 현실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콘텐츠 그 자체로서의 해방감을 즐거이 맛보는 중입니다. 『자력구제금지』도 이런 부분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취향과 집필에 대한 강력한 동기가 인상적인 김성민 작가님의 숏터뷰 매거진도 즐거이 읽어 주시고, 많은 격려와 응원을 담은 댓글도 많이 남겨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feat. 이벤트🎁)
Q. 첫 번째 질문은 어쩔 수 없이 너무 뻔한 질문으로 시작하게 되네요. 예심과 본심을 거쳐 1년여 동안 진행된 심사가 마무리된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에서 작가님의 장편소설 『자력구제금지』가 ‘이야기 부문’에서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문학상 결과 페이지에 공개된 본심 심사위원들의 본심평도 아마 읽어 보셨을 듯한데요, 편집부로부터 처음 수상 소식을 접하셨을 때 어떠셨는지요.
A.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당황해서 기뻐할 틈이 없었습니다. 로맨스릴러 문학상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는 했지만 대상을 받은 게 아니라서 후보에 오른 줄도 모르고 있었거든요.
수상 소식을 전해 주신 김준혁 편집주간님께 ‘제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라’고 말씀드리기도 했는데 다행히 제가 맞더라고요. 많이 기쁘고 행복하였고, 그동안 수상하신 작가님들을 생각하면 과분한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상식 때 선물로 주신 책과 브릿G 리뷰노트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잘 쓰고 있어요.

사진: 김성민 작가님
Q. 사실 『자력구제금지』는 황금드래곤 문학상에 앞서 제4회 로맨스릴러 문학상에서 먼저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이지요. 이때의 심사평과 황금드래곤 문학상의 심사평에서 공감이 갔거나, 인상 깊에 기억이 되는 내용이 있었을까요.
A. 모든 심사평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으며 읽었습니다(읽고 또 읽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제4회 로맨스릴러 문학상 본심 심사위원이셨던 진산 작가님께서 ‘한 줄로 설명한다면 로코풍의 「헤어질 결심」’이라고 하신 평입니다. 더없이 멋지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품이 언급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또한 황금드래곤 문학상 심사위원 김봉석 평론가님께서 ‘평범해 보이는 전개인데 필력이 대단하다’고 평해 주신 것이 몹시 부끄럽고도 기뻤는데 열심히 갈고 닦아 대단(?)한 필력을 지니고 말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어요.
Q. 브릿G에는 제4회 로맨스릴러 문학상 공모를 인연으로 처음 찾아와 주신 것 같아요. 브릿G에서 공개적인 작품 활동을 하시진 않으셔서, 어떤 계기로 브릿G를 알고 작품을 응모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A. 청소년 소설, 성장 소설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요. 이희영 작가님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작품 중 『너는 누구니』가 제1회 브릿G 로맨스릴러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어서 로맨스릴러 장르에 특화된 공모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쓰고 있던 『자력구제금지』가 로맨스릴러 장르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퇴고를 거듭해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브릿G는 문학상 응모를 계기로 알게 되었고 로맨스릴러 문학상 외에도 특색 있고 참신한 공모전이 많아 인상적이었습니다.
Q. 앞서 작가님께서도 꼽아 주신 것처럼 『자력구제금지』는 로맨스릴러 문학상 본심 심사를 담당해 주셨던 진산 작가님께서 전해 주신 ‘로코풍 헤어질 결심’이라는 한 줄 평에 무척 공감이 가는, 그야말로 이 문학상의 키워드에 더없이 부합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로맨스릴러 문학상 페이지에 있는 ‘예심위원4’가 저인데, 예심 당시 인물 관계며 스토리 전개 방향을 메모까지 해 가면서 엄청 몰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거든요. 이 이야기는 처음에 어떻게 구상을 하게 되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A. ‘예심위원4’ 님이셨다니 반갑습니다. 꼼꼼하고 날카롭게 평해 주셔서 이후 출간을 위해 원고를 수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력구제금지』를 처음 떠올린 것은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고서입니다.
여주인공이 철저히 자신의 기준으로 살인을 (마구) 행하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덧 제가 응원을 하고 있더라고요. 여운이 남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 작품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이 분명한데 밉지는 않은 범죄자 여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였습니다.

Q. 작중 등장인물이 추리소설 마니아라는 설정이라 주인공 형사를 묘사할 때 ‘해리 홀레’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등 추리소설로서의 함의를 드러내는 단서들이 정말로 곳곳에 섬세하게 포진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의문의 실종으로 시작된 사건이 확장되는 상황을 “무료한 동네에서 벌어진 자극적인 사건에 모두가 중독된 것 같았다.”는 문장으로 표현하신 것도 강렬하게 남았는데, 그 과정에서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과 대화의 티키타카까지 너무 재밌었거든요.
이 부분은 ‘좀 작위적인가?’라고 생각되어 읽다 보면 나중에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또 일반적인 로맨스로 보이지만 곳곳에 뿌려 둔 떡밥들이 착실히 회수되면서 반전으로 스릴러를 완성시키고요. 캐릭터도 굉장히 독자들이 자연스레 몰입할 수 있게 잘 직조해 내시고, 이야기 구조도 과감한 시도를 통해 놀라운 반전을 타격하는데요. 때문에 작가님의 노고가 많이 묻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캐릭터 설계나 이야기를 짤 때 염두에 두었거나 고심했던 부분이 있을까요.
A. 일단 말씀해 주신 내용들이 ‘가로 세로가 딱 맞아떨어졌으면’ 하고 애쓴 부분을 알아 주신 것 같아 감사부터 드립니다.
주인공 형사를 묘사할 때 ‘해리 홀레’를 떠올리는 장면은 말씀하신 것처럼 여주인공이 추리소설 마니아라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고 혼란한 와중에도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의 존재를 단단히 각인할 필요가 있어서 사용했어요.
처음 누구를 닮았다고 해야 할까를 정할 때, 유명 추리소설의 남자 형사 캐릭터들을 늘어놓고 생각했는데 충격적이게도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모두 정말 사랑하는 캐릭터들이긴 하지만 현실에 존재한다면 반하겠느냐, 그건 다른 문제라서.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해리 홀레’인데, 오해를 덜기 위해 첨언 하자면 여주인공이 첫인상을 그렇게 받았을 뿐 실제 남자 주인공이 해리 홀레처럼 자기 파괴적인 성향은 아닙니다.
영화 <스노우맨>에서 해리 홀레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
‘어떤 식으로 글을 구조화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가’를 물으셨는데 스스로의 글쓰기 과정을 잘 들여다보지 않아 답하는 것이 어렵네요. 저는 뭔가 쓰고 싶어지면 대뜸 쓰는 편이고 충동적으로 쓰다 보니 다듬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글을 쓰고 고치며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언제나 ‘말이 되는가’와 ‘진짜 같은가’입니다. 사건의 개연성은 물론이고 작중 경준과 현아의 로맨스가 복잡한 현실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되길 바랐습니다. 인물들이 약간씩 편집적인 성향을 가졌는데 이 사실이 특이하기보다는 어딘가 한군데씩 어긋난 우리네 모습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했고요.
생각해 보니 고심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네요. 이건 특별히 염두에 둔다기보다는 그냥 글을 쓰는 이유 같은 거예요. 재밌었으면 합니다. 제가 쓰는 것이 재미있어서 쓰듯 읽어 주시는 분들도 그저 재미가 있어서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저의 바람이자, 욕심입니다.
Q. 현재 여름 출간을 목표로 『자력구제금지』 편집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담당 편집자님께서는 주인공인 현아 캐릭터가 여러모로 매력적이라 장차 시리즈물로 기획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주셨더랬어요. ‘건조하고 냉정하면서도 자조적으로 툭툭 던지는 현아의 서술들이 사건들의 심각성에도 분위기를 어둡지 않고 가볍게 만드는 데 큰 지분이 있는 듯하다’는 단평과 함께요. 혹시 이후에도 김현아를 주인공으로 한 다른 이야기를 집필하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A. 담당 편집자님의 의견에 가장 먼저 떠올린 것 역시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2015년 출간된 이후 8년 만에 『살려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후속작이 나왔거든요. 8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흐름과 여전히 매력을 발산하는 살인자 여주 캐릭터가 감탄할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자력구제금지』도 이처럼 멋진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긴 했는데 일단 단행본이 잘 나올 수 있게 전념하는 것이 우선일 듯하고요. 8년쯤 걸려도 괜찮다면 행복한 고민을 마음껏 해 보겠습니다.

Q. 제목에 들어간 ‘자력구제’는 개인의 이익이나 권리를 방어, 확보, 회복하기 위하여 국가기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사력을 행사하는 것을 일컫는 법률 용어로, 이는 ‘자력구제금지의 원칙’으로 통제가 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 뜻을 모르더라도 제목 자체가 주는 흥미로움이 있는데, 제목은 어떻게 이렇게 짓게 되셨는지요. 처음부터 제목을 짓고 이야기를 쓰셨던 건지, 그 과정도 궁금하고요.
A. 법이란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한 강제력, 심지어는 폭력인데 내가 그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종종 해요. 국민들의 법 감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판결이라든지, 사적제재로 인한 범죄 등을 뉴스로도 자주 접하잖아요. 공권력에는 늘 한계가 있고 그 한계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크고 잔인하게 작용합니다.
법의 취지를 알면서도 ‘자력구제금지의 원칙’이라는 용어를 접할 때마다 씁쓸한 마음이 드는 이유입니다. 초고 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걸 제목으로 정했어요. 내용과 잘 어울리면서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Q. 작중 등장인물의 선호가 드러나는 것처럼 혹시 작가님께서도 해리 홀레를 좋아한다든가, 탐정소설이나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지요? 작가님의 독서 취향, 좋아하는 작가와 소설 같은 기호도 궁금해졌습니다.
A. 저는 독서 취향이 많이 편중되어 있어요. 문학을, 그중에서도 소설을 가장 좋아하고 소설은 굳이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탐정소설이나 추리소설, 물론 좋아하고요.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 푸아로와 미스 마플, 마르틴 베크, 해리 홀레, 긴다이치 코스케와 가가 교이치로…… 다 좋아해요. 특정 장르를 깊이 있게 파기보다는 잡다하게 좋아하는, 대중적인 취향입니다.
판타지 소설도 『해리 포터』나 『트와일라잇』 시리즈, 『테메레르』,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시리즈처럼 다들 아실 만한 것들을 좋아하고요. 황금가지 출판사가 익숙했는데 스티븐 킹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밀리언셀러클럽의 작품들도 좋아하고요.
청소년 소설도 많이 읽는데 『엘리노어 & 파커』,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도 좋아하고 백온유 작가님의 『유원』도 참 좋아해요. 성장 소설은 어른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는 책이라 연령을 불문하고 읽어 보면 좋겠어요.
앞서 말씀드린 이희영 작가님이나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수상하신 김아직 작가님(최영희 작가님과 동일인인 줄 몰랐다가 깜짝 놀랐습니다)도 좋아하고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작가님들의 작품들을 좋아합니다.과거에는 장편 위주로 읽고 단편을 잘 보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단편도 많이 찾아 읽게 되더라고요. 각양각색으로 빛나는 글들을 읽다 보면 세상에 참 천재가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늘 말이 장황해지네요. 정리하자면 가리는 것 없이 재미있는 책은 무엇이든 좋아합니다. 그리고 비문학은, 선뜻 손이 가지는 않지만 규칙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사진: 김성민 작가님
Q. 일과 중 작가님만의 글을 쓰는 루틴이 있으신지요? 반대로 글을 쓰지 않을 때 하는 취미나 다른 일상의 루틴은 어떠한지도 궁금합니다.
A.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기도 해서 글을 쓰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평일에는 자기 전에 한 시간 정도 책을 읽는 게 다이고 주로 주말에 글을 씁니다. 오전 9시 정도에 집을 나와서 카페나 독서실에서 오후 2~3시 정도까지 쓰고 귀가합니다. 이런저런 잡일들을 처리하고 오후에 여유가 생기면 책을 읽거나 도서관에 가서 새 책을 빌려오거나 해요.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멍 때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평소에도 딴생각으로 멍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가끔 제가 한쪽 발은 현실에, 다른 쪽 발은 꿈의 세계에 두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뜬금없는 생각들이 글감이 될 때가 많아 그런대로 괜찮은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재봉틀로 아이들 옷이나 소품 만들기, 뜨개질, 베이킹 등도 좋아했다가 시들해지기를 반복하는 취미들입니다. 엊그제도 옷장에서 대체 몇 년 전에 넣어 두었는지 모를 반쯤 뜬 목도리를 발견해서 다시 뜨는 중입니다.

사진: 김성민 작가님
Q.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아직 작가라고 불리는 게 어색하다는 말씀 전해 주셨었는데, 소설은 언제부터 처음 쓰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자력구제금지』가 첫 출판작이 될 예정일까요? 또 마지막으로 ‘계속 쓰는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더불어 어떤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싶은지, 진행 중이신 다른 작품 활동 등이 있으신지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학창 시절에 홀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가끔 친한 친구들에게 보여 주기도 했고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하면 뿌듯해하기도 하고요. 입시와 대학 생활을 보내며 글쓰기를 잊고 지냈고 취직하고 일에 적응해 가는 동안은 지쳐 글 쓸 엄두도 내지 못했네요.
글을 써 봐야겠다고 다시 생각한 건 둘째가 두 돌쯤 되었을 때였어요. 육아휴직이 길어지니, 엄마로서의 내가 성립하는 만큼 개인으로서의 내가 사라져 가더라고요. 무슨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습작을 쓰기 시작해서 첫 단행본이 나오기까지 거의 7년이 걸렸네요.
처음 당선된 것은 브릿G 로맨스릴러 공모전이었는데, 한 달쯤 뒤에 다른 공모전에서도 당선되었고 해당 수상작이 작년 8월에 먼저 출간되었습니다. 청소년 소설이고 첫 책이라 몹시 애착이 느껴져서 우연히 볼 기회가 생기면 속으로 울컥한답니다.
오랜 시간 꿈꾸던 기회를 연달아 얻게 되어 더없이 행복하지만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글쓰기에 대해 배움이 없는지라 최근 작가 교육원에 등록하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난생처음 문우님들과 함께 읽고 합평도 하면서 즐겁게 배우고 있어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쓰면서 많이 배우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전업 작가님들처럼 착실하게 쓰지 못하니 언제쯤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까 싶긴 하네요. 성장 소설도 계속 쓰고 싶고, 판타지도 꼭 써 보고 싶어요.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처럼 희대의 여성 사이코패스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고요. 이희주 작가님의 단편 「최애의 아이」처럼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댈 수 없는 주인공, 욕망에 충실하게 움직이는 개인을 그려 보고 싶기도 해요. 관심 가져 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자력구제금지』의 후속편도 고민해 보고 싶고요.
까마득하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꾸준히 써서 다양한 책으로 독자님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사진: 김성민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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