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문학 주간] 배명은 작가의 『허수아비』에 대한 7가지 물음

2024.10.8

한국 공포문학의 새로운 도전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출간을 기념해 일곱 작가와 함께하는 7문 7답 릴레이 인터뷰 연속 기획, 그 세 번째 매거진의 주인공은 ‘수요일’ 작품을 담당한 『허수아비』 배명은 작가님입니다!

기괴한 허수아비 행렬과 씻김굿 등의 묘사와 분위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웹툰으로도 만들어졌던 동명의 단편 「허수아비」를 바탕으로, 단편 시점으로부터 3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며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작품 안팎에 대한 흥미로운 답변을 보내 주신 배명은 작가님과의 이야기를 이어서 전해 드려요.

 


 

1. 작중에 나오는 허수아비는 가만히 서 있어도 무섭고 움직이며 쫓아와도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사람이 주시하고 있지 않을 때 움직였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했는데요. 처음 단편을 구상하게 됐을 때부터 작가님께서는 허수아비의 어떤 부분을 가장 기이하다고 느끼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어릴 때는 허수아비에 대해서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논둑에 존재하는 사람형상의 인형이었지요. 하지만 휴가지로 들른 마을의 산속에서 마네킹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발견했었는데, 그때 정말 소름 돋았거든요.

익숙한 존재가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다양한 자세로 선 모습이 정말 기이했습니다. 멧돼지나 고라니를 쫓는 게 아니라 마치 사람을 쫓는 게 목적 같달까요. 게다가 하나가 아닌 여럿이라면 산적도 그보다는 안 무서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단편 <허수아비>의 시작이 된 마네킹 사진(자세한 내용 클릭)

 

2. 작중에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영혼을 건져 올리는 굿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넋건지기 굿’이라고 실제로 있는 무속 의례입니다. 평소에도 무속 의례에 관심이 많으실까요?

A. 흥미가 있어 즐기는 편입니다. 연구까지는 아니고 그에 관련된 책을 사는 것도 좋아하고, 때 되면 점도 보러 가고요. 돌아가신 큰이모님이 관련 일을 하셔서 신당을 자주 접했고 그 장소에서 풍기는 기운이 익숙합니다.

‘넋건지기 굿’은 옛 TV 프로에서 처음 접했는데, 무당분이 강가에서 굿을 하면서 긴 광목천으로 몸을 묶고 강에 들어가시더라고요. 그 끝을 사람들이 붙들었고 잠시 뒤에 무당분을 물속에서 끄집어냈는데 물에 빠져 돌아가신 영가를 데리고 나온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장면이 너무도 기억에 남아서 이 작품을 썼습니다.

 

3. 『단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에 수록된 단편 「허수아비」에서 김창식 PD와 함께 허수아비를 취재한 카메라맨 최태식이 이번 중편 『허수아비』에 등장했습니다. 사업 실패로 낙향한 황 노인의 가족 이야기와 실종된 김PD를 찾는 최태식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도시의 학생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했는데요, 학교 폭력이라는 새로운 연결점은 어떻게 고안하게 되었는지요.

A. 단편을 통해 보여 줬던 이야기보다는 새로운 이야기로 써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주와 허수아비의 존재를 10대의 시선으로 풀어내기로 했고요. 10대에 고민이 많겠지만, 학교생활에서의 갈등으로 자연스레 학교 폭력을 떠올렸어요. 그 원죄로 아이들은 허수아비에게 살해당하거나 당할 위험에 처하죠. 주로 10대가 나오다 보니 단편보다는 호러적인 부분이 좀 약합니다.

 

“하나도 아닌 밭둑에 일렬로 선 허수아비들. 이상하다면 이상했고 기이하다면 기이했다.
곧바로 그 허수아비를 취재하기로 했다.”

 

4. 중편 『허수아비』에서는 단편 「허수아비」보다 등장인물이 더 다양해졌습니다. 특히 10대 여학생들이 여러 명 등장하는데, 캐릭터들이 저마다 개성 있게 느껴졌습니다. 시기와 질투, 친구를 위하는 마음 등 사춘기 여자 학생들의 심리도 생생하게 다가왔고요. 캐릭터를 구상할 때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는지, 또 작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A. 다행히 제가 캐릭터 표현을 잘했군요! 제가 중고교를 여학교를 다녀서 학생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작품의 구상에 맞는 캐릭터의 대략적인 서사와 성격, 그리고 욕망을 만들어 둡니다. 이후 캐릭터를 저마다 욕망에 맞춰 달려가게끔 하죠. 개인적으로 이걸 쓰면서 마음에 들었던 친구가 은지라는 친구인데 주인공의 비싼 가방을 탐내거든요. 다채로운 기분으로 욕망에 충실한 아이라 마음이 갑니다.

 

5. 중편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를 만든 황 노인의 처지가 드러나는 강렬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요. 단편으로부터 3년이 지난 이후의 이야기를 구상하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단편에서 바로 이어지는 후일담일 수도 있고 선택지는 여럿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단편 「허수아비」에서는 노인의 기이함을 충분히 보여 줬기 때문에 그 가족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허수아비의 창조주가 죽었다면 그 귀신들은 어떻게 될까 하고요. 그곳에 살게 된 황 노인의 아들 가족과 허수아비, 10대인 손녀 규환과 새 학교의 친구들, 그리고 아직도 3년 전의 사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최태식. 이들의 불안과 긴장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의 해결 과정을 제가 잘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점이어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6.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하며 꾸준히 장르문학 집필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올해 출간된 첫 장편소설 『수상한 한의원』은 러시아, 태국, 대만 등 해외에도 수출되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제나 국가 등 경계를 넘나드는 장르문학의 장점은 어떤 부분이 있다고 느끼시는지요.

A. 다른 나라의 작가들이 우리나라 독자와 작가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반대의 경우가 되었죠. 최근 들어 한국 작가의 작품이 해외에 많이 소개되는 건 그들이 K-문화를 많이 접하게 되면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현상 같아요. 작품을 보고 공감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해외에서도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이 많이 소개되어서 출판문화도 활발하게 교류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7. 단편을 중편으로 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힘든 일이든 즐거운 일이었든 떠오르는 후일담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허수아비」처럼 중‧장편화를 하고 싶은 다른 단편도 혹시 있을까요? 앞으로의 집필 계획이나 최근 발표한 작품 소개 등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A. 「허수아비」 단편을 중편으로 개작하는데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단편을 쓰던 나와 중편을 쓰는 내가 다르다는 생각도 들 만큼 호러의 결도 달랐고요. 그래서 현재도 고민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 『수상한 한의원』 시즌 2를 구상 중이거든요. 시즌 1과는 또 다르겠지요. 그래도 무엇이 나오든 독자님들이 부디 재밌게 봐 주시길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