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탐방기

2017.6.2

작년, 신촌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장르 전문서점을 개점하게 된 배경부터 공간을 꾸미고 운영하는 이야기까지, 책방 대표님과 나눈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마음속에 품었던 다음 직업이 서점 주인이었습니다. 

‘미스터리 유니온’은 이름 그대로 추리소설이 모인 곳, 추리소설이 주인공이 되는 서점입니다. 가능한 한 많은 추리소설들을 소개하고 또 좋은 추리소설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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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유수영 대표님. 브릿G 독자분들에게 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미스터리 유니온’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미스터리 유니온’은 이름 그대로 추리소설이 모인 곳, 추리소설이 주인공이 되는 서점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베스트셀러를 제외한 나머지 추리소설들은 너무 빨리 서가에서 사라지거든요. 눈에 잘 띄지도 않고요.

물론 책 이름만 알면 온라인 서점에서 더 싸게, 언제든지 살 수 있지만 그래도 얼굴을 맞대고 직접 고르는 맛이 또 있으니까요. ‘미스터리 유니온’도 모든 추리소설을 다 갖추고 있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추리소설들을 소개하고 또 좋은 추리소설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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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장르 소설 또는 추리소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을 운영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마음속에 품었던 다음 직업이 서점 주인이었습니다. 조직 생활을 그만두면 내 방식대로, 내 취향대로 일하면서 늙어가는 게 꿈이었거든요. 물론 모든 분야를 다 다룰 수 없으니 좋아하는 장르인 추리소설 전문서점으로 정했지요. 다행히도 오픈 시기가 동네 서점이 점점 늘어나는 즈음과 맞물려서 추세의 득을 크게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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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점 이름에서 추리소설 전문서점이 아닐까 유추할 수 있는데요. ‘미스터리 유니온’이라는 서점 이름은 어떻게 지으신 것인지요?

A: 질문 그대로 추리소설 전문서점임을 유추할 수 있는 이름이었으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추리와 관련된 더 상징적인 이름들도 있었지만, 일단은 대중에게 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나야 하니까요. 우리말로 옮기면 ‘추리소설연합’쯤 될까요. 여러 후보들 중에 가장 쉽고 명쾌한 이름으로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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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스터리 유니온’은 매달 주제를 정하여,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해 진열합니다. 이는 브릿G의 큐레이션 시스템과 매우 유사한데요. 이와 같은 기획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에 맞는 책을 선별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A: 주제를 정해서 관련 내용의 책들을 모아 따로 진열하면 묻혀 있던 책들이 드러나게 되잖아요. 다양한 추리소설을 소개하고 또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고 할까요. 같은 책도 어디에 어떻게 놓이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고 또 맥락에 따라 의미도 달라지니까요.

주제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대로 정합니다. 물론 하고 싶은 대로 정한다지만 따져보면 계절이나 유행,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죠. 5월의 주제는 ‘동요와 미스터리’였습니다. 6월의 주제는 SF & Mystery인데 요즘 방송 중인 tvN의 SF 드라마를 보다가 정했거든요.

주제에 맞는 책을 선별하는 기준은 제가 아는 범위 한에서 가능한 한 많이 모으는 거죠. 그러려면 책을 읽습니다. 하지만 다 읽을 수 없으니 조사도 하는데 그런 과정이 또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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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제를 선정하여 기획한 코너 이외에 쇼윈도나 매대를 진열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으신지요? 매대를 교체하는 주기와 매대에 올릴 한 권 한 권의 책을 어떻게 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작은 책방이라 항상 어떻게 하면 변화를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주제에 관한 소품으로 장식하기도 하고 매달의 주제 전시 이외에도 추리 관련 이론서, 작가 소개 코너, 오마주 코너 등 다양한 코너의 시도로 서가 구성에 변화를 주고자 합니다. 책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거든요.

이달의 작가는 ‘엘러리 퀸’인데 빈티지한 타자기와 함께 서가를 꾸며보았습니다. <탐정 사전>에 나오는 삽화를 액자에 넣어 서가 위쪽에 장식하기도 하고요. ‘한국추리소설’을 주제로 선별한 서가도 있는데, 매달 바뀌지는 않습니다.

개별 매대에 올릴 책들은 아무래도 읽고 나서 강력히 추천하는 책인 동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책이 되겠죠. 현재 매대에는 『경성 탐정 이상』,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미스터 하이든』,  『13.67』,  『제노사이드』,  『천사들의 탐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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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립 서점이 주인과 방문객이 소통하는 문화의 공간으로 발전하여, 낭독회나 정기적 공연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진행하였던 행사 중 가장 인상적이었거나 반응이 좋았던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후 서점을 찾는 분들을 위해 구상 중인 행사가 있으시다면 듣고 싶습니다.

A: 미스터리 유니온에서는 보름날 밤 단편 추리소설을 읽는 ‘달밤 낭독 클럽’과 추리 관련 강좌인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토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점이 워낙 작아서 10여 명이 들어오면 꽉 차서 오붓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모임이 진행될 수밖에 없지요. 아직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단편 추리소설들을 쭉 섭렵하고 추리관련 커리큘럼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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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방문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추리소설 작가와 독자 그리고 번역가 등 관계자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 어떤지 궁금합니다.

A: 아무래도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시겠죠. 더 넓히자면 추리소설에 대한 어릴 적 추억이 있는 분들일까요? 서점을 하면서 느낀 건 굉장히 다양한 연령의 독자들이 다양한 기호로 추리소설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는 반가운 책들이 눈앞에 있어서 좋습니다. 추리소설에 대한 향수를 지닌 분들에게는 서점이 추리소설을 다시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욱 좋겠지요.

물론 관계자분들도 오십니다. 안 밝히는 분도 계시는 것 같지만, 편하게 왔다 가시면 그것도 좋지요. 한편 인사를 하게 되면 그 참에 자연스럽게 강의를 부탁하거나 새 소식을 듣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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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존의 서점 형태와 다른 동네 서점이 많이 생기는 추세입니다. 독립 서점과 책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독립 서점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힘든 점은 어떠한 것들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A: 동네에 작은 책방이 많이 생긴다고 종이책 독자가 다시 급증하지는 않겠지만, 다양성을 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특징과 분위기의 서점들이 등장하고 또 서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고 읽히면 책의 성격이나 독자의 취향도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지겠지요. 작가와 책, 독자와 서점이 훨씬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자 바람입니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혼자 운영하니까 내 방식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율성이고 어려운 점은 혼자 운영하니까 외부에서 일이 생길 경우 간혹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모처럼 찾아오신 손님이라도 계시면 죄송하잖아요. 이래저래 노하우를 터득해 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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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스터리 유니온처럼 하나의 주제와 컨셉으로 운영하는 동네 책방이나 소규모 서점 추천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음악 전문서점 ‘라이너 노트’와 ‘초원서점’, 시집 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과 ‘청색종이’, 고양이 전문서점 ‘슈뢰딩거’와 ‘파피루스’, 여행 전문서점 ‘사이에’와 ‘짐프리’, 그림책 전문서점 ‘베로니카 이펙트’와 ‘초방’, 문학 전문서점 ‘버티고’, ‘고요서사’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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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점 홍보는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하고 계신 편인지요? 서점 운영과 관련하여 차후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스터리 유니온’만의 매력을 예비 방문객분들께 알려주실 수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잡지나 온라인상에 서점이 소개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서점을 방문한 분들이 또 올려 주시기도 하고요. 서점 소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지속성이겠지요. 서점을 오래 하는 것만큼 진정성 있는 홍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서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쉬지도 않는다’고요. 꾸준히 오래 하다 보면 ‘미스터리 유니온’도 개성만이 아닌 깊이와 무게를 지닌 추리소설 전문서점이 되겠지요.

얼마 전 음악을 듣다가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를 혼자 서점 주제가로 정했습니다. 그렇게 아늑한 분위기에서 반가운 추리소설을 만나는 것, 그리고 가끔 주인장의 소개로 다른 추리소설도 만나 보는 것이 ‘미스터리 유니온’을 찾는 매력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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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영업 시간] 수-금 13:00 ~ 21:00 / 토-일 12:00 ~ 20:00 / 월·화 휴무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현동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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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d by 영국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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