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재료로 만든 다른 맛 비평

대상작품: 괴담 – 방탈출 카페 제작 중에 생긴 일 (작가: 배일랑, 작품정보)
리뷰어: 노르바, 9시간 전, 조회 10

이 작품은 겉으로는 지극히 흔한 도시괴담의 형식을 취한다. 공포 테마의 방탈출 카페를 제작하던 중 벌어진 불가해한 사건들, 즉, 붙어 있을 수 없는 곰인형들이 천장에 멀쩡히 붙어 있고, 닫히면 안 되는 문이 저절로 닫히며, 누가 보더라도 귀신 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손톱으로 문을 긁는 소리, CCTV가 있음에도 찍히지 않은 누군가.

장르적으로는 익숙하다 못해 ‘또 그거야?’ 싶은 공포물 소재의 목록에 가깝다. 그러나 이 작품이 평범한 괴담과는 다른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그 뻔한 이야기들이 뻔한 문체의 담담함 속에, 그러나 그 문체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장르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귀신의 존재나 이상현상 보다도, 직접 겪은 공포조차 감정 없이 진술하는 인간-현대사회의 일상적인 업무에 파묻혀 사라져버린 직원의 ‘무감각’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된다. 익숙한 괴담의 틀을 빌려, 인간이 스스로 만든 ‘가짜 공포의 구조물’ 속에서 진짜 두려움을 발견하는 과정. 이것이 이 소설이 보여주는 가장 근본적인 아이러니이며 공포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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