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겉으로는 지극히 흔한 도시괴담의 형식을 취한다. 공포 테마의 방탈출 카페를 제작하던 중 벌어진 불가해한 사건들, 즉, 붙어 있을 수 없는 곰인형들이 천장에 멀쩡히 붙어 있고, 닫히면 안 되는 문이 저절로 닫히며, 누가 보더라도 귀신 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손톱으로 문을 긁는 소리, CCTV가 있음에도 찍히지 않은 누군가.
장르적으로는 익숙하다 못해 ‘또 그거야?’ 싶은 공포물 소재의 목록에 가깝다. 그러나 이 작품이 평범한 괴담과는 다른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그 뻔한 이야기들이 뻔한 문체의 담담함 속에, 그러나 그 문체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장르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첫 문장부터 독자는 비명 대신 주저와 확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여기요? 여기? 이거 맞아요?”라는 말투는 사건의 시작이 아니라 진술의 불안에서 출발한다. 화자는 겁에 질려 있다기보다 피곤해 보이고, 자신의 공포를 마치 설득하듯 ‘설명’을 이어간다.
공포의 장면조차 감정적으로 격렬하지 않다. 그는 귀신을 봤다고 말하지 않으며, “그럴 리가 없었어요”, “착각일 수도 있고요”, “잘 기억이 나질 않아요”라는 식으로 회피적인 어조를 반복한다. 그 결과, 사건은 과도하게 연출된 공포라기보다 ‘진술된 불가해’로 남는다. 바로 이 무표정한 서술이야말로 작품의 진짜 공포다.
작품의 공간 또한 식상한데 흥미롭다. 방탈출 카페라는 설정은 애초에 ‘가짜 공포’를 상업적으로 설계하고 판매하는 장소다. 그 공간이 ‘진짜 공포’에 침식당하는 순간, 이야기의 전제가 뒤집힌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 연출된 공포와 실제의 공포가 겹쳐지면서, 독자는 “기획된 안전장치 속에서 벌어지는 ‘진짜 사건’” 을 바라보는 아이러니 속에 놓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독자는 철저히 ‘안전지대’ 안에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술의 차분함이 만들어내는 그 거리감은 역설적으로 독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마치 작중 화자가 끝내 자신이 안전하지 않았듯, 독자 역시 이 담담한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당신도 안전거리 안에 있진 않을지도 모른다’는 자각에 다다르게 한다.
이 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문체와의 괴리는 결국 하나의 공포 미학으로 수렴된다. 소재는 식상하리만큼 전형적이지만, 그것을 말하는 방식은 이례적으로 건조하고(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명랑해보이기까지), 업무 보고서, 또는 경찰에 신고하면서 쓰는 진술서(마지막에 보면 화자는 방탈출카페의 ‘퇴마’를 누군가에게 요청하는 것 같이 보인다)처럼 절제되어 있다. 그 간극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 바로 이 소설의 매력이다.
독자는 귀신의 존재나 이상현상 보다도, 직접 겪은 공포조차 감정 없이 진술하는 인간-현대사회의 일상적인 업무에 파묻혀 사라져버린 직원의 ‘무감각’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된다. 익숙한 괴담의 틀을 빌려, 인간이 스스로 만든 ‘가짜 공포의 구조물’ 속에서 진짜 두려움을 발견하는 과정. 이것이 이 소설이 보여주는 가장 근본적인 아이러니이며 공포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