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초즌

힘세고 강한 아침!

 

햇빛이 나뭇잎을 선명하게 핥는 맑은 날, 당신은 콧노래를 부르며 출근길에 올랐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새 직장도 얻었다. 모든 게 완벽한 것 같았다.

 

당신은 무적이 된 기분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A. 마스크를 쓴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제자리를 되찾은 듯했다.

 

코로나로 945일 내내 집안에서 잔소리를 달고 살던 내가! 그런 내가! 취직했다! 끼얏!

 

내적 비명을 가득 지른 난 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버스의 방향이 이상하다.

 

 

 

A. 앞을 보니, 정지 신호를 무시한 버스가 앞차 10대를 쳤다.

 

승객들이 비명을 질렀으나 버스는 오로지 직진만을 계속했다.

 

기사님이 왜 이러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기사석에 있던 것은…….

 

 

 

A. 중세의 철갑기사였다.

 

 

 

“……저기요.”

 

“음.”

 

“누구세요?”

 

“누구긴 누구겠소. 기사지.”

 

 

 

철갑기사는 면허증을 가리켰다.

 

면허증에는 철갑기사의 투구가 찍혀 있었다.

 

 

 

“이 차는 어디로 가나요?”

 

 

 

B. “노선대로 갈 거요.”

 

 

 

아 그나마 다행이군.

 

 

 

“설령 경찰이 와도 우리는 종착지에 도달할 것이오. 그것이 ‘기사’니까.”

 

 

 

이보다 믿음직스러운 기사가 있을까?

 

사고는 이미 엎질러진 물. 나는 한숨과 함께 노선도를 체크했다.

 

그런데 이 노선도, 뭔가 이상했다.

 

 

 

A. “…기사님. 왜 노선도에 성배만 그려져 있죠?”

 

 

 

“당연한 거 아니오?”

 

“평범한 버스엔 없어요.”

 

“성배가 우리가 찾는 목표이니!”

 

“아니 그러니까 버스라니까.”

 

“버스 노선도에도 성배가 그려져 있어야 하지 않겠소.”

 

 

 

이 아저씨, 너무 당연하게 ‘우리의 목표’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버스 앞유리 위의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A. 출근 시간 10분 전이었다.

 

버스 창 밖으로 내가 내려야 할 새 직장 건물이 보였다.

 

지금 내리면 늦진 않을 텐데……!

 

나는 급히 하차 벨을 눌렀다.

 

 

 

“아저씨, 저 내려야 돼요, 세워주세요!”

 

 

 

B. 그 순간 집채만한 흑룡이 버스 앞을 가로막았다.

 

 

 

쿵. 소리와 함께 도로를 망가트린 흑룡은 꼬리를 흔들어 버스를 쳤다.

 

하필이면 그때 버스 뒷문이 열렸고, 나는 밖으로 팅겨져 나갔다.

 

 

 

B. 날아간 끝에 도착한 곳은, 원래 오늘 출근해야 했던 층이었다.

 

 

 

모든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누군가는 삿대질도 했다.

 

하긴, 사람이 날아왔는데 놀랄만도 하지.

 

 

 

“저, 저, 저…….”

 

“네? 뭐요?”

 

“당신 등 뒤에 있는 저거요!”

 

 

 

B. 말에 이끌려 돌아본 곳엔 흑룡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런 흑룡의 진행방향을 막아선 인물이 있었다.

 

바로, 좀 전의 버스기사였다.

 

 

 

B. 그가 흑룡을 향해 꺼내든 것은……. 맥주와 치킨!

 

 

 

그러자 흰빛이 번쩍이고, 한 남자가 나타났다.

 

흑룡이 변신이라도 한 걸까?

 

아무도 사태를 따라가지 못해도 상황은 계속 진행된다.

 

갑자기 나타났던 그는 대뜸 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이봐 기사양반, 왜 이렇게 늦었어?”

 

“허허 출근시간 도로사정이야 뻔하지 않겠소.”

 

 

 

A. 기사는 멋쩍은 듯, 머리를 떼어 옆구리에 끼우며 말했다.

 

 

 

“일단 마십시다.”

 

“그거 마시고 운전하면 음주운전 아닌가?”

 

“머리 뽑은 거 안 보이시오? 머리를 떼었으니 정신까지 취하진 않소!”

 

“논리적이군!”

 

 

 

기사는 호탕하게 웃어넘기고는 보란 듯이 맥주를 목에 부었다.

 

 

 

B. 그리고는 닭다리로 손을 뻗어가며 술자리를 이었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넋놓고 보고 있던 그때였다.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물음을 던졌다.

 

 

 

“대체 첫 출근부터 뭡니까?”

 

“아, 그게 말이죠…….”

 

“창문을 깨지 않나, 이상한 것들을 회사 앞에 불러오지 않나.”

 

 

 

B. 그는 면접에서 날 좋게 봐줬던 인사과장이었다.

 

그리고 이젠 과장이 아니다.

 

방금 흑룡이 한입에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과장님!”

 

“과장!”

 

“인사과장이 죽었다!”

 

 

 

과장없이, 문자 그대로의 일이었다.

 

훈계 직전에 한 말이 유언이 되다니. 이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가.

 

과장을 먹어치운 흑룡은 가벼운 트림을 내뱉었다.

 

 

 

“아침을 못 먹었거든. 자 이제 성배를 찾아 떠나지!”

 

 

 

정말이지, 정신없는 첫 출근길이었다.

 

뭐 죽은 과장님은 어쩔 수 없고.

 

 

 

A. 그럼 부장님께 인사하고 일을 시작할까.

 

솔직히 사고를 친 직후라 집에 가고 싶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겨우 얻은 직장이다.

 

첫날부터 탈주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간단히 인사를 끝낸 뒤, 나는 배정받은 자리로 가 앉았다.

 

음, 근데 이 회사가 뭐 하는 회사였더라… 아, 맞다.

 

 

 

B. 귀신 퇴치 회사였지.

 

어? 그럼 흑룡에게 덥썩 먹힌 과장님, 조만간 다시 뵐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좋게 봐주셨던 분이니, 되도록 정중하게 퇴치해드리자.

 

나는 바닥에 나동그라진 야구 배트를 구석에 정리해두며 첫 목표를 다잡았다.

 

첫 목표가 직장 상사를 퇴치하는 일이 되는 경우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으음, 블랙기업 같은 데선 많을지도.

 

그나저나, 어째 목덜미가 서늘하다?

 

 

 

A. “아, 또 이 녀석이네.”

 

“예?”

 

 

 

내가 입을 열기 전에 목소리가 들렸다.

 

 

 

“됐다고 할 때까지 눈 뜨지 마세요. 네. 좋아요. 이대로 잠깐 가만히 계세요.”

 

 

 

말을 걸었던 그는 다짜고짜 스프레이를 뿌렸다.

 

서늘한 감각은 상쾌한 파스냄새와 함께 사라졌다.

 

 

 

“이제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근데 그 스프레이? 통 안에 든 건 뭐죠?”

 

 

 

B. “비밀입니다.”

 

 

 

“과연. 뭔지 알고 싶으면 실적을 쌓으라는 말이시군요.”

 

“아뇨. 귀신 퇴치제 이름이 ‘비밀’이라고요.”

 

“ ”

 

“민트초코향 5% 함유.”

 

 

 

A. “어…퇴마물품 치고는 산뜻하네요. 저희 회사 제품은 다 이런가요?”

 

 

 

“박하향이 12.5%함유된 스프레이와 녹차가 함유된 방향제도 있어요.”

 

“하, 하핫 저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군요.”

 

“뭘 생각했는데요?”

 

“최첨단 광선총이라던지…….”

 

 

 

B. “네, 그것도 있는데요.”

 

 

 

“정말요?”

 

 

 

대충 막 뱉은 말이었는데?

 

 

 

“근데 후처리 비용이 좀 쎄서요.”

 

“후처리…….”

 

“보고서 같은 거.”

 

“아하.”

 

“게다가 귀신만 퇴치하는 게 아니고 사람도 퇴마해버려서.”

 

“아니 그러면 퇴마가 아니잖아요.”

 

“아무튼 거의 안 써요. 하지만 초보자가 쓰기에는 좋죠.”

 

“사람이 죽는데요?”

 

“여기 무슨 회사죠?”

 

“어……. 귀신 퇴치 회사?”

 

“그럼 죽고 나서 저승으로 못 간 사람은 뭐고?”

 

“음, 귀신이죠?”

 

“그러면 우리한테 귀신은 뭘까요?”

 

“……퇴치대상?”

 

“아뇨. 돈줄이에요. 퇴치하는 만큼 정부보조금이 나오니까.”

 

“아니. 그 논리는 좀 이상해.”

 

 

 

B. “농담이에요.”

 

 

 

“진짜로 농담 맞죠……?”

 

“음, 반 정도?”

 

 

 

가까이 하면 안 되는 선배다.

 

막연하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보다 저쪽부터 마무리할까요? 잘 보고 있어요~”

 

 

 

어느새 각종 기상천외한 퇴마무기(?)꺼내든 그는 다른 사원들처럼 흑룡 퇴치에 끼어들었다.

 

흑룡퇴치팀은 페퍼 스프레이같은 귀신 퇴치제를 성기사에게 뿌리거나, 최첨단 광선총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총을 흑룡에게 겨누었다.

 

 

 

“음! 성배로 가는 길을 막는 것은 모두 적이지!”

 

 

 

당신은 우선 제대로 된 버스운행을 해주세요.

 

 

 

“바로 그 자세다 벗이여! 성배로 가는 길을 모두 초토로 만들자!”

 

 

 

근데 댁은 버스 후려치지 않았어?

 

마음 속으로 보내는 딴죽은 그들에게 닿지 않고 허무하게 사라질 뿐이었다.

 

우리 회사를 적으로 인식한 기사가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A. 그가 택한 무기는 머리였다.

 

 

 

버스기사이자 철갑기사이자 아마도 듀라한이라 생각되는 그의 머리가 포물선을 그렸다.

 

그리고 흑룡이 그 머리를 직원들을 향해 걷어찼다.

 

마치, 경기의 승패를 확정짓는 손흥민 같은 슈팅.

 

어, 저거 저대로 두면 안될 것 같은데?

 

 

 

B. 나는 퇴마용 야구 배트를 집어들고 홈런을 쳤다.

 

 

 

배트에 맞은 공(?)은 아주 멀리 날라가서…….

 

흑룡 입에 골인~

 

축구와 야구가 섞인것 같지만 아무렴 어때.

 

 

 

A. 할 만큼은 했다 생각한다. 이제 경기 보듯 구경해야지.

 

 

 

그때였다.

 

 

 

……오잉!?

 

기사의 머리를 먹은 흑룡의 상태가……!

 

 

 

A. 큰일이다! 흑룡이 용기사로 진화했다!

 

 

 

“이름하여 흑룡기사가 되었느니라. 크하하홧!”

 

“왜 그렇게 되는데! 머리가 무슨 [저작권적 단어규제]의 돌이냐!”

 

 

 

영혼을 담은 딴죽을 거느라 정신이 혼미해진 그때였다.

 

몸만 남았던 성기사가 자신의 몸에 들어오라는 신호를 했다.

 

그걸 보고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A. ‘OK, 퓨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홀린 듯, 몸만 남은 기사에게 다가갔다.

 

손가락이 맞닿은 순간 전류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기사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어쩐지 키도 커진 것 같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가운데, 나는 고개를 돌려…….

 

 

 

B. 회사 직원들을 보았다.

 

“시, 신입사원 분? 괜찮으십니까?”

 

 

 

왜 다들 날 저렇게 보고 있지?

 

그때 내 옆에서 누군가 풀썩 쓰러졌다.

 

첫 출근을 위해 차려입었던 제일 좋은 정장과 구두.

 

저, 저건 내 몸이잖아?

 

 

 

B. 한번 쓰러졌던 내 몸은 벌떡 일어나더니, 위로 머리 두 개가 새로 자라났다.

 

 

 

어째서일까. 내 몸은 평범한 몸인데?

 

내가 놀라든 말든 두 머리가 외쳤다.

 

 

 

“준비 됐어?” / “난 아직인데!”

 

 

 

납득이 되는 설명이 필요하다 싶은 그때였다.

 

 

 

“최면을 더한 신체강탈 사기로군요. 흔한 일이죠.”

 

 

 

B. 동료직원이 당구채로 내 머리를 칠 각을 재고 있었다.

 

 

 

그러니까, 기사의 몸뚱이에 얹어진 내 머리.

 

퇴마도구에 왜 당구채가 들어있는지는 차치하고.

 

당구를 모르는 내가 봐도 참 멋진……. 골프 스윙이었다.

 

내 머리를 쳐서 기습을 할 셈이었다면 한가지 실수가 있었다.

 

치기 직전에 내게 건넨 말 때문에 두 머리에게 들킨 것이다.

 

 

 

A. 두 머리가 그를 막기 위해 독을 분사했다.

 

 

 

그래도 속도만 따지면 이쪽이 한발 빨랐다.

 

독을 뒤집어 쓴 건 기사의 몸 뿐이었다.

 

당구채에 얻어맞은 내 머리는 하늘을 멋지게 날았다.

 

허나 머리에 날개는 없나니.

 

기세를 탄 나는 본래 몸을 향해 그대로 내리꽂혔다.

 

 

 

A. 동료직원의 솜씨는 훌륭했다. 나는 두 귀신을 몰아내고 몸을 되찾았다.

 

 

 

“첫날부터 고생이 많아요.”

 

 

 

아까 나한테 민트초코 향 비밀 스프레이를 뿌린 직원이었다.

 

그는 또 아무런 설명 없이 내 목덜미에 뭔가를 뿌렸다.

 

그러자 내 목이 내 목이 아닌 것 같던 뻐근한 느낌이 가셨다.

 

 

 

B. “그나저나 사장님 오시기 전에 정리 못하면 우리 팀은 해산이네요.”

 

 

 

“예? 그건 우리 탓…….”

 

 

 

주위를 둘러봤다.

 

널브러진 기사의 시체와 날뛰는 흑룡.

 

여기저기 부서진 도시.

 

그리고 박살나버린 창문.

 

 

 

“말하자면 그쪽 때문에가 맞겠군요.”

 

“뭐라 변명할 말이 없네요.”

 

“그래도, 신입이라 복구는 해드리죠.”

 

“이 난장판을요?”

 

 

 

B. 그는 상자에서 기계를 꺼내들었다.

 

 

 

정원사용 원예 가위에 태엽시계가 달린 기묘한 물건이다.

 

직원이 부서진 곳을 향해 가위질을 할 때마다 모든 게 고쳐졌다.

 

부서진 일 따위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점점 도시와 창문이 원래대로 되돌아간 것이다.

 

 

 

“복구는 거의 다 됐지만, 그래도 경위서는 부장님 앞으로 쓰셔야 할 거에요”

 

 

 

A. 첫 날부터 경위서라니 망했다.

 

 

 

그래도 사고가 터졌으니 어쩌겠는가.

 

모두가 흑룡을 마저 퇴치하는 동안, 나는 내가 할 일을 했다.

 

사건개요를 비롯해 경영지원부와 우리 부서를 오갔다.

 

그러면서 본 태엽시계의 운용비에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찌어찌 경위서의 빈칸을 모두 채웠다.

 

곧장 제출하는 건 왠지 겁이 나서, 차장님께 한번 봐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러자 차장님은 이게 신입사원이 겪는 첫 일이라며, 너무 걱정 말라고 격려해주셨다.

 

…이 회사, 신입한테 너무 가혹하지 않아?

 

 

 

B. 참, 모든 게 고쳐졌으니 인사과장님도 되살아났을까?

 

 

 

나는 경위서를 훑어보는 차장님께 인사과장님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응? 장과장한데 무슨 일 있나?”

 

“그게, 흑룡한테…….”

 

“아아.”

 

차장님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A. “유령이 안 나온 걸로 봐선 흑룡 뱃속에 살아있을 걸세.”

 

 

 

그게 그렇게 되나?

 

당장 흑룡에게서 인사과장님을 꺼야 한다는 말을 하려던- 그때였다.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기습으로 직원들을 날려보낸 흑룡이…….

 

 

 

B. 들숨으로 온갖 기계들을 빨아들이고 메카 드래곤으로 변신했다.

 

 

 

“멍청한 기사 녀석. 뺏은 몸은 지켰어야지!”

 

 

 

퇴치해야 하지만 솔직히, 메카닉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의 혼을 울리는 멋진 디자인이었다.

 

…저것도 경위서에 포함해야 하나?

 

그때, 차장님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A. “저것도 경위서에 넣게나.”

 

 

 

“아, 넵.”

 

“기술개발팀에서 참조할 수 있게끔 잘 작성하게.”

 

 

 

기술개발팀?

 

따라 만들려고?

 

저걸?

 

차장님의 눈은 기이한 열정에 차 있었다.

 

하지만 알 것도 같다.

 

거대로봇에 낭만을 느끼는 사람은 의외로 흔하니까.

 

내가 차장님에 대해 알아가고 있을 때, 전투원들은 비명을 질렀다.

 

아니, 잘못 들었다.

 

저건 환호성이었다.

 

 

 

A. 인사과장이 불타는 검으로 메카 드래곤의 배를 가르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난 살아있다! 난 살아있다고, 이 새끼들아! 으하하하!”

 

 

 

흑룡의 배를 빠져나온 과장은 어딘가 성격에도 나사가 빠져버린 듯했다.

 

 

 

“흔한 일일세.”

 

“흔한 일이군요.”

 

 

 

그런데 과장님 뒤에 누군가가 있다?

 

온몸을 검게 두른 저 시커먼 것은…….

 

아이에에에에? 닌자? 닌자가 아닌가?!

 

아니 여긴 퇴마 부서ㄱ..!

 

 

 

B.그 닌자가 목을 돌리자, 또다른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뒤통수에 얼굴이 달렸어. 볼X모트야?”

 

“아쉽게도 저작권 문제로 출연하지 못하셨답니다!”

 

 

 

목소리가 익숙하다. 기사였다.

 

맞다. 머리는 흑룡이 먹었었지 참.

 

한때 성배를 찾는 버스기사이자 철갑기사였으며, 어쩌면 듀라한이었을 지도 모르는 닌자는 배가 찢어져 죽은 메탈드래곤에게서 나온 파츠로 무장했다.

 

그걸 본 누군가가 말했다.

 

 

 

B. “저건 강해! 부장님을 모셔와!”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오! 저 망령 놈들은 입사 시즌마다 나타나냐? 성배원정은 천년 전에 끝났다고! 꺼져!”

 

 

 

A. 부장님은 메카 드래곤과 닌자에게 운석을 소환해서 떨어뜨렸다.

 

 

 

대충 휘우우웅 하고, 쿠우우웅스러운 판타지틱한 장면이 이어졌다.

 

 

 

“방금……. 어떻게…….”

 

“오랜만에 실력 좀 발휘했더니 몸이 뻐근하군. 설마 오늘도 오나 싶더니 역시 와있네.”

 

“아니, 방금 그건……. 사람이 할만한 능력이…….”

 

“차차 알게 될텐데 정 원한다면…….”

 

“원한다면?”

 

 

 

B. “탑 시크릿이다.”

 

 

 

한편 닌자는 살아있어다.

 

하긴, 닌자가 운석에 죽을 리가 없지.

 

닌자는 카라테 포즈를 취하고, 부장님은 운석을 더 뽑아냈다.

 

그러나 진짜는 메탈드래곤의 시체였다.

 

카라테 포즈로 시선을 끌어놓은 사이, 타이머를 맞춰 놓았던 미사일이 발사된 것이다!

 

 

 

“닌자녀석, 비겁하구나!”

 

“우, 운석이 이쪽으로 떨어진다!”

 

 

 

직원들이 급히 대피하고, 파편과 먼지가 솟구쳤다.

 

그리고 장막처럼 자리했던 먼지가 서서히 걷힐 무렵…….

 

 

 

A. 빗자루를 든 직원이 닌자의 검과 맞서고 있었다.

 

 

 

민트 스프레이 직원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닌자와 거듭 합을 겨루어도 밀리지 않았다.

 

 

 

“신입, 그러고보니 저 직원과 인사는 했나? 앞으로 알고 지내야 하는데.”

 

“예?”

 

 

 

A. “자네 사수야. 우리 회사 또라이.”

 

 

 

“아, 네에…….”

 

“놀라지 않는군. 하하하! 마음에 들어. 멋진 담력이야.”

 

“아니 뭐…….”

 

 

 

나는 동태처럼 죽은 눈을 한 채 닌자와 선배가 싸우는 광경을 바라봤다.

 

어느덧 노을이 지고 있었다.

 

시계가 박살나서 모르겠지만 아마 30분 정도 뒤엔 퇴근할 수 있지 않을까.

 

 

 

“부장님.”

 

“왜그러나 신입.”

 

“저쪽 복도의 마지막 창문이 부서지면, 퇴근해도 될까요.”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인용하더라도 경위서는 마저 끝내고 가게.”

 

“그렇군요.”

 

 

 

이 순간, 입사 후 첫 야근이 확정되었다.

 

이때부터였다.

 

분명 출근은 했는데, 퇴근한 기억이 없던 것은.

 

그 무서웠던 코로나조차 블랙기업을 없애진 못했던 것이다.

 

뭐 그래도…….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퇴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살아만 있으면.

호스트 코멘트

제가 퇴고를 위해 이 대혼란의 스레드를 들여다 보는 담력을 키우는데는 약 한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스레드판에선 간만입니다.
메인화면에선 그래도 자주뵙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녹챠입니다.
브릿G에서 판 벌려놓고 숨는데 가장 특화된 그 글쟁이!
수렵을 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날아오는 이블조같은 그 글쟁이!
녹챠입니다.
사실 브릿G에서 이거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하신 메일을 며칠 전에 봐서 서둘러 끝내봤습니다.
메일은 8일에 와있었는데 그걸 못봤었다니, 기묘한 일이네요.
아무튼 퇴고 잡았으니 최소한 우리 주인공 퇴근은 시켜주고 싶었는데 말이죠. 결말은 뭐….(웃음)

다음엔 제가 최소한도로 관여하면서 스레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는 스레를 세워볼까 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해버리자!’는 생각이 마음 속에 떠올랐을 때는! 이미 행동이 끝난 뒤어야 하는 법!
그러니 ‘브릿G배 천하제일 코끼리 수납대회’에서 뵙겠습니다.

스레드에 참여해주신 분들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AB초즌은 이것으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참여자


후원자

한지용 워터맹고 류서 율립그리고 익명의 후원자 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