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마지막이란.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결국, 그러나 아직 (작가: 이상문, 작품정보)
리뷰어: kloiuy, 11월 2일, 조회 41

6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시간이다.

계절은 두 번 바뀌고, 학생들은 시험을 두 번(아마도)치르고 방학이라는 것에 즐거워할 것이고, 비가 눈으로 바뀔만한 시간이다.

남은 시간, 모두에게 남은 시간이 6개월 뿐이라면.

한살짜리 어린 아이도, 구십살 생신잔치를 치르신 증조할머니도 똑같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아주 단순한 종말의 길 위를 걷는 모두에게, 이야기 속 전세계의 정상들이 선물한 것은 ‘평화’였다.

2020년 마지막 평화.

물론 발표의 순간 시작된 혼란은 그를 넘어섰을 것이다.

왜, 모두들 그렇지 않은가.

예정된 파국을 맞이하면 미쳐날뛰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남은 시간을 깨닫고 조용해진다.

마침내 깨달았을 때.

그때가 바로, 무엇을 남길지가 아닌, 무엇을 할지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세상이 내일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

이 유명한 문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과연 ‘사과나무’를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나무를 심었다. 언제와 같이.’라는 점이 휠씬 마음에 드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제 물질적인 욕망에서 탈출하기 시작한다.

무엇을 하든, 성취물은 이제 반년안에 먼지로 화할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성취물이 아닌 성취감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돈은 의미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마지막 남은 인생을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기 위해,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

맹목적인 물질이 아닌,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는 시간.

마지막 혼란이 남긴 반쪽의 페허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마지막을 추억한다.

조용히 펼쳐나간 이야기속에서, 누군가는 유서를 쓰고, 누군가는 자신의 일을 계속했으며, 누군가는 안락한 죽음을 선택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한 사람도 있있었다.

그 뒷배경과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행로는 쓸쓸하고, 조용하다.

최후를 맞이하는 방법은 다를지라도, 누구나 그런것이다.

한줄기 한줄기의 단편들을 엮어모은, 마지막 이야기들의 천이랄까.

에필로그에서 그 천이 외계생명에게 하찮게 보듬어지는 것을 보면서 실소가 나왔다.

뭐, 어떤가.

그들에게는 그저 수많은 행성들중 하나가 살짝 날아간 것일 뿐이겠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이 세상이었는 것을.

모든 것은 그렇다 치고, 한마디만 남기겠다.

종말이란.

이런 것이다.

 

추가적인 의견

소설로 이런 이야기를 맛보고 싶다면, ‘라스트 폴리스맨’을 읽어보자.

그쪽도 확정된 파멸을 둔 채 살아가는 지구의 이야기이다.

지구를 박살내버릴 소행성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한 경찰관의 행보를 그리는 이야기.

2편도 나왔다고 하니, 이 단편들을 감명깊게 읽었다면 한번 사서 책장에 넣어두는 것도 좋을 듯 싶다.

2편은 글쓴이도 읽어보지 못했다.

말이 나온김에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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