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낯선 사람과 삼겹살 먹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낯선 사람과 삼겹살 먹기 (작가: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작품정보)
리뷰어: 롬아지, 10월 9일, 조회 66

음식을 먹는 주된 이유는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주된 이유라고 말한 건 주되지 않은 이유도 있다는 말이다. 음식이 지닌 맛을 즐기기 위해서. 즉 식도락을 실천하려고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 나오는 주인공이 그러하다.

치료를 위해 특정한 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다. 음식은 우리 몸에 부족한 성분을 채워 넣어주거나, 반대로 과다하게 많이 존재하는 요소를 줄여주기도 한다.

더욱 고차원의 이유로 음식을 먹기도 한다. 바로 인간관계의 증진을 위해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피하기 힘든 ‘회식’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한 끼 같이 하는 일, 좋아하는 사람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 데이트를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같은 식사지만 의미는 제각각이다. 집에서 배가 고파 혼자 라면을 끓여먹는 것과 거래처 사장님에게 고급 요리를 대접하는 일이 결코 같을 수는 없다.

밥을 먹는 건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행위인데 사람들은 여기에 사회적인 의미를 불어넣었다. 식사는 사회적인 행위가 되었고, 혼자 밥 먹는 일은 사회적이지 못한 일로 간주되었다. 특히 청소년들이 급식을 혼자 먹는 건 금기시되는 일이 되었다.

다행히 요즘엔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있어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 먹는 사람들을 위한 테이블을 따로 마련해놓은 곳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내 기억으론 이러한 변화가 오래 전부터 일어난 것 같지는 않다.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전면 금지된 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혼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혼밥’이라는 단어는 신조어다. 그 전에도 혼자 밥 먹는 일을 지칭하는 단어는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거의 못 들어본 것 같다. 요새는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뜻으로 ‘혼ㅇㅇ’ 같은 단어가 많이 쓰인다. 혼자 코인 노래방을 간다는 뜻의 ‘혼코노’란는 말도 있다.

이런 모든 단어들이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뭘까.

이제야 비로소 사람들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혼자서 무언가를 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아닐까. 예전에는 밥은 여럿이서 먹어야 했고, 술도 여럿이서 마셔야 했으며, 노래방도 여럿이 함께 가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모든 걸 혼자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결국 혼밥, 혼술, 혼코노 같은 단어가 널리 쓰이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난 개인적으로 밥을 혼자 먹고 여가를 혼자 즐기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사회적 동물이란 모든 행동을 사회의 구성원과 함께 하는 동물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사회적 관계가 불필요한 영역도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도 즐겁지만 살다보면 혼자 놀고 싶을 때도 많고,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바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혼자 밥을 먹는 게 쓸쓸하다고 직접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행동과 대사를 보면 함께 밥을 먹어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런 사람들 때문일까. 요즘엔 ‘소셜 다이닝’이라는 것도 생겼다. 낯선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는 건데, 내가 이 말을 알게 된 건 어떤 케이블 방송 때문이다. 방송의 콘셉트는 여러 명의 연예인들이 직접 준비해온 재료로 요리를 한 뒤 함께 나눠 먹는 거였는데, 출연자 중에는 서로 초면인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채소를 썰고 고기를 손질하고 요리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부쩍 친해져 달달한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혼밥을 더 선호하지만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 속의 다정하고 포근한 분위기도 몹시 마음에 들었다. 유명한 MC가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을 잘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역시 음식 앞에선 나이도, 국경도 없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낯선 상대와 삼겹살을 먹는 일도 ‘소셜 다이닝’이다. 식사를 마친 둘이 헤어지면서 이 소설도 끝이 나지만, 둘의 관계는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또 만납시다’라는 말은 별 뜻 없이 인사치레 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다시 만나서 관계를 유지하자는 제안일 수도 있다. 우연히 만난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모르기 때문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소설 속 청년은 용기를 냈고, 모르는 사람과의 식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청년이 이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꼈다면 성공한 것이다. 모든 일의 시작에는 역시 용기가 중요한 것 같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