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의 세계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절목 (絕目)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주렁주렁, 9월 11일, 조회 215

1.

예전 정보들을 뒤저보니 제가 브릿G에 가입해 처음 리뷰를 쓴 시기가 2017년 8월이네요. 그렇다면 대충 같은 해 7월이나 8월일 겁니다. 제가 후안님 소설을 처음 읽은 시기가요.  [아직 살아있나요?]였어요.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지는 날씨에 산장에 고립된 산장지기 이야기입니다. 읽으면서 저는(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앞부분 설명을 삭제하거나 뒤로 빼고 통화 장면으로 시작하는게 좋았을텐데 생각했지요. 제 눈에는 이미 전화 통화 내용으로 상황을 유추하기에 충분했어요. 그게 더 속도감을 줄 거라고 봤고요.

 

더불어 이런 의문을 가졌더랬습니다.

독자를 못 믿나?

독자가 못 알아들을까봐 불안한가?

이런 얘기로, 주제넘는 리뷰를 쓸 수는 없었기에 지나쳤지요. 하지만 꽤 한동안은 저 작품 생각을 종종 했어요. 왜 더 매끈하게 다듬을 수 있는데 거기서 멈춘거지? 이건 각각의 인간으로서 가진 개인적인 호오 차이인가?

 

2

그러다 시간이 흘러 [(후안 유니버스) – 삼거리 맞은 편 빨간기와집과 3318 연맹]을 읽었습니다. 1화에서 느낀 건, ‘여전히 사족에 가까운 얘기이고 설명이 많네 그냥 2화부터 시작하지?’였습니다. 정보값이 작은 문장이 앞부분을 차지해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제 판단은 비슷했는데 제 느낌이 바꼈더군요.

 

‘불안하다거나 못 믿는다거나가 아니었군. 그것도 있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걸 넘어섰구만. 후안 작가는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거구나, 그게 즐거운 거구나….’라고요. 더불어 이런 생각도 했지요. ‘그럼 장편, 특히 연재 소설이 더 맞는 옷일 것 같은데 장편으로 가볼 의향은 없나. 아 혹시 벌써 썼는데 내가 모르는건가.’

 

역시 이런 얘기로 리뷰를 쓸 수는 없었어요. 주제넘는다 싶기도 했고 제가 받은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모호하다고 판단했지요. 

 

 

3

그러다 리뷰 공모에 올라온 [고독]을 봤지요. 한자가 아니었다면 고독하다는 의미의 제목인 줄 알고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한자 덕에 그 고독이란 걸 알았지요. 아마 초딩때인가 중딩때 고독을 알았던 것 같은데 이 주술?저주?가 아주 무서웠고 그런데도 아주 흥미진진해서 그후로는 고독이란 단어를 보면 두근두근하기도 했어요. 

후안님의 [고독]은 제 기대와는 달리 한참 기다려야 고독이 나오는 소설이었어요. 여주의 행동이나 심리가 도통 이해가 안 갔습니다만 그래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전에 본 후안님 소설과는 느낌이 좀 달랐는데 정보를 상당히 꽉꽉 눌러 채우면서 작가는 뒤로 물러난 인상이었어요. 이게 신선하긴 했습니다만 작가의 색깔이 덜 느껴지는 게 좋은 변화인지 나쁜 변화인지 판단이 안 되더군요. 

그러다 며칠전 [절목]을 읽었습니다. 

 

4

[절목]은 시간을 엉클어놓은 구조의 소설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보는 게 더 재밌을 것 같고요. 단숨에 읽었습니다. 아주 술술 읽혀요. 굉장히 재밌게 읽었어요. 동시에 ‘우와!!!’했지요. 제가 지금까지 읽어본 후안님 소설과 너무 다른 느낌이었어요, 같은 작가인 게 맞나 싶게요. 

작가가 소설 뒤로 완전히 빠져 있고 심지어 많은 부분들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면서 설명을 덜어내고 있어요. 그 덕에 저는 저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아주 적극적으로 시간과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소설을 따라갔지요. ‘자 내가 이 소설을 파헤쳐 주겠어’가 아니라 읽다보니 어느새 머리를 풀 가동하고 있더라고요. 

아 그래서 너무 재밌었어요. 미스터리나 스릴러나 호러나 어느 장르로 분류해도 이상하지 않고, 그저 어느새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제 안에서 튀어나와버리는…그러니 재밌을 수 밖에요. 

 

5

저는 이 리뷰를 한 5일째 쓰고 있어요. 고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동중일때 전철에서 폰으로 적고 있어서 그래요. 적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저장 누르고 다음날 이어 쓰고….컴퓨터로 옮겨 빨리 완성을 할까 싶기도 했지만, 쓰다 보니 폰으로만 마지막 문장까지 쓰면 어떤 느낌이려나 궁금해지더라고요. 

강제로 글이 끊기고 호흡이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의 리뷰 쓰기를 고수하고 있는건데 왜 그런가 했더니 아마 ‘시간’ 때문인 듯 합니다.

[절목]을 읽으며 ‘시간’을 많이 떠올렸어요. 브릿G에 첫 리뷰를 쓴 게 2년 전이니 요 2년간 저도 변했겠고 작가도 변했겠고요. 혹은 작가는 그대로인데 제가 변했거나/몰랐던 부분을 안 걸 수도요. 

몰랐던 걸 아는 건, 혹은 변했다는 걸 아는 건 좋네요. 저에게 있어 후안님의 소설의 경우, 여기에 2년이란 시간이 들어갔고요. 브릿G 리뷰어로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인 것 같아요. 

시간 덕에 변화하는 작품을 알아차릴 수 있고, 그게 시간 ㅡ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브릿G에서의 요 2년 ㅡ 이어야 줄 수 있는 즐거움이란 걸.

아 적다보니 말이 막 꼬이는군요.

절목을 읽으며 느낀 이런 즐거움 때문에 며칠에 걸쳐 이 리뷰를 쓰고 싶었나봐요. 

이제 내릴 역에 다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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