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담긴 열정과 애정만으로도 일독의 가치를 지니는 명작입니다. 감상

대상작품: 리치&돌 (작가: 엘레꼴레,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7월 28일, 조회 53

일단 저는 중단편과 호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먼저 밝히고 부족한 리뷰를 남겨야겠습니다.

구독자가 많은 작품이라 해도 분량이 100화를 넘어가면 저도 모르게 주저하게 되는 데다가, 그런 작품들은 대부분 장르 또한 판타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감명깊게 본 작품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취향이 다르다보니 선뜻 손이 가지는 않더군요.

‘리치&돌’이라는 작품을 어떤 이유로 보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며칠이 걸릴 지 가늠이 안 되는 분량에 괜히 발을 들였나하고 망설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군요.

 

일단 장르부터가 애매했습니다.

태그에 잔혹동화라 쓰여있길래 판타지의 형식을 빌린 호러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전혀 호러의 분위기는 아니더군요.

굳이 어딘가에 넣어야 한다면 정통판타지라고 해야 할 것 같지만, 내용은 아주 빡빡하게 가상의 국가들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연대기에 가까운 형식으로 담고있습니다.

‘빡빡하게’라는 단어가 조금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이 작품에 대해 ‘진부한 설정의 나열’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싶어서 덧붙이자면 빡빡하다는 건 이 장대한 이야기의 진행이 어떤 한 사건에 대한 설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스트와 웨스트, 사우스와 노스, 그리고 미들왕국의 다섯개 국가의 역사와 정치, 경제가 톱니바퀴처럼 얽혀서 벌어지는, 그야말로 작가님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완벽한 세계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세계사를 좋아했는데, ‘고려시대에 아라비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중국 송나라 때 유럽의 정세는 어떠했나?’ 하는 식의 비교역사가 재미있었거든요.

‘리치&돌’은 긴 이야기이고 앞으로도 지금까지 분량보다 더 많은 글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끄럽지만 글을 써본 사람으로서 이 글에 담긴 작가님의 고심과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 대한 애정, 열정은 제가 감히 평가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휘몰아치듯 이어지는 다섯 왕국의 서사에서 작가님은 급하지도, 멈추어서지도 않고 격변의 역사를 반추해보는 늙은 사학자처럼 성실하게 새기듯 글을 쓰고 계시는데, 독자 입장에서 굉장한 신뢰감을 주는 부분입니다.

사무엘 존슨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더군요.

 

근면과 기술로 불가능한 것은 거의 없다. 위대한 작품은 힘이 아닌, 인내로 일궈진다.

 

작가님이 보여주는 열정과 인내는 독자들에게 전해져서 저와 같은 성질급한 독자들까지 글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은 독자들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살아숨쉬기 시작합니다.

플루토와 엘리, 문고와 코레, 그리고 안나…

‘리치&돌’의 수많은 인물들이 제 머리속에서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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