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당신이 인간이 아니더라도 – 저의 아내는 좀비입니다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저의 아내는 좀비입니다 (작가: 최의택, 작품정보)
리뷰어: 아이버스, 6월 16일, 조회 88

좀비는 살아 움직이는 시체라는 매커니즘을 갖고 있습니다. 섬뜩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껍데기 같이 안은 텅 비어 있는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그 좀비를 표현하는 매커니즘은 ‘종말’이란 단어와 많이 연결되지 않나 싶습니다. 겉모습은 사람이나 안은 그저 사람 하나 물어뜯으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의 껍데기를 한 모습에 불과하니까요.

저는 영화 [28일 후]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인간의 분노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고 제법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초적 욕망에 짓밟히고 점령당한 인류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되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좀비의 창궐이 종말을 예고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걸까. 그리고 그 끝은 항상 비극적인 결말로 이루어져야 하는 건가. 우리에겐 그들과 함꼐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에 대한 담론적인 물음입니다.

[저의 아내는 좀비입니다]는 아내가 좀비가 되었다는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좀비 바이러스가 성행하는 어두운 사회의 일각. 거기에서 중심인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공통점은 소중한 사람이 좀비가 되었다는 점이죠. 그리고 이 작품은 제가 앞에서 생각했던 물음을 작품에서 던져 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러한 비극을 극적으로나 잔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내진 않습니다. 뻔할 정도의 클리셰를 드러내 세상이 곧 망할 분위기의 세기말 느낌을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마치 당뇨병 증세가 있는 이들처럼 안정제를 통해 폭주를 예방하는 삶을 유지합니다. 어찌보면 좀비와 인간의 동거가 가능할 법한 묘사가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면 이에 대해 다시 질문이 날아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삶은 행복할까? 이에대해선 글을 읽다 보면, 주인공 최도원과 고미호 씨는 마치 이 질문에 대해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상을 표현한 느낌입니다.(물론 이런 안정제를 받는 거에 대해 행운아라고 묘사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최도원과 그의 아내인 수지의 묘사는 어찌보면 단란해 보이는 느낌을 줍니다. 물론 수지는 가끔 제스처만 취할 뿐 큰 대응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도원이 펼치는 대화를 통해 그가 여전히 수지를 놓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뻣뻣한 인간 관계 같지만 도원이 담고 있는 사랑은 진심으로 보입니다.

반면 고미호는 삶 자체에 히스테릭함을 느끼는 인물입니다. 예민함을 넘어 신경질 적인 그녀는 이 세상에 대해 적응하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끼어 맞춰지지 않는 삶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도원에게 풀어내지만 풀리지는 않습니다. 남편에 대한 그녀의 묘사 역시 도원처럼 단란함보다는 선을 그은 표현은 제가 앞에서 이걸 대척점이라 생각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어쩌면 이 두사람의 만남은 좋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옆집에 살았다는 거 만으로 고미호 씨에게는 불행할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끔찍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두 남녀를 통해 좀비가 만약 어떻게 우리 삶에 들어온다면 하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킵니다 .

이 세상은 과연 어떻게 될 까요?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 [28일 후]나 [부산행]같은 아수라장이 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도원처럼 공존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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