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사라진 자리에 봄이 오는가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누군가 없는 겨울, 그대가 있는 봄 (작가: 박서희, 작품정보)
리뷰어: 라그린네, 4월 30일, 조회 75

상당히 암울한 대체역사입니다.

36년 동안 식민지노릇까지 했는데, 덤으로 원폭까지 맞았습니다. 심지어 원래 역사보다 한 발 더 많은 세 발이었죠.

그리고 이야기는 광복 3년 후, 1948년. 연쇄살인의 피해자를 부검하며 시작됩니다.

 

제가 이 글을 읽은건 잠은 깼는데 몸은 무거워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새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과 구조가 깔끔해서 155매나 되는 글을 그 자리에서 모두 읽었습니다.

대체역사인 덕분에 최소한 두 사람의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극중에서 등장하는 몽양 여운형은 1947년에 암살당할 운명이었고, 죽었다고 언급된 백범 김구는 1949년에 암살당할 운명이었으니까요. 1948년이란, 미군정이 끝나는 시기임과 동시에 둘의 오묘한 시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조선은 강제로 국권을 박탈당하고 36년동안이나 착취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건 미국의 원폭이었습니다. 가쓰라 테프트 밀약으로 그 병탄을 방조해놓고서도 말이죠. 그 무기력감, 모든 가능성이 사라져버린 미래는 악령이 되어 우리의 목을 조릅니다.

 

이 글을 읽으며 놀라웠던 점은, 섞이기 어려운 소재가 껄그럽지 않게 섞였다는 점 입니다. 어디 가서 “우리가 일제 대신 원폭을 세 발이나 맞았는데, 왠 이상한 놈이 피폭자들을 담구고 다니는 내용이야 ㅎㅎ” 하면 저게 뭔 소리인가 싶을겁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매끄럽고, 또 주제와도 부합합니다.

그와 반대로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악령이 조금 말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입으로 ‘개념’을 운운한 순간부터, 뒤에 펼쳐질 이야기가 너무나도 뚜렷해집니다. 주제가 너무 일찍 드러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사람과 개념의 회색 지대에 서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점이 무슨 소용입니까? 문장은 깔끔하고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본질은 재미죠.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하수구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여전히 밖은 차갑고, 우리에게 적대적입니다.

하지만 모든 희망이 사라진 곳에서도 풀은 자라나고, 우리를 가슴 아프게한

소현의 겨울이, 아스라이 사라진 자리에는 3월의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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