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과 던전의 상관관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도서관 사서 에밀리 힐덴베르크의 우울 (작가: BornWriter, 작품정보)
리뷰어: 캣닙, 4월 30일, 조회 50

예전에 일본 라이트 노벨 원작의 어느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 그런 소재를 개인적으로 처음 접했던 터라 신선하면서도 복잡한 캐릭터들이 얽히는 군상극에 홀리듯 정주행을 했었다.

그 작품은 도서관 내부가 아닌 외부를 주 무대로 하는 이야기로 이 작품과는 비슷하면서도 지향점은 정반대였었다. 이야기 자체가 간접적인 모험이자 인생이라면 그것을 회수하는 이야기 역시 활극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에밀리의 이야기도 이야기를 찾는 이야기이다. 단, 마법으로 만들어져 위치도, 넓이도 특정할 수 없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숨긴 라플라스 악마의 상자 같은 도서관에서 책 하나를 찾기 위해 나 홀로 던전행을 해야 하는 근로자의 애환을 담은 내용이다. 이야기를 찾는 이야기는 왜 이토록 고된 모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하나의 사견을 올리자면 현시대 넘쳐나는 활자의 홍수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오프라인의 종이책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웹으로 즐기는 소설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그 많은 책 사이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이야기는 어디 있으며 인터넷 어디 사이트의 어떤 소설이 과연 나를 만족시켜줄 것인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평생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소설이건 비소설이건 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숱하고 뻔한 추천사와 광고 멘트에 속고 속으며 겨우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찾았나 싶으면 다음의 시련이 정해진 스테이지 진입처럼 찾아온다. 그것은 팬덤 속에서의 피곤하고 비생산적인 마찰들이다. 혹은 그걸 넘어서는 메타적 문제일 수도 있다. 참으로 산 넘어 바다, 바다 넘어 사하라 사막인 것이 독자들은 나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오이디푸스급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시대가 아닐 수 없다.

현실에서는 기침 소리도 조심해야 할 정숙의 상징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환상 속에서는 온갖 인외마경이 몰려든 마굴로 변신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현실의 고난에 있지 않을까.

에밀리 힐덴베르크는 오늘도 열일을 한다. 책을 찾는 일은 현실에서도 쉽지 않은바, 이야기 속에서는 더욱 고난 넘치는 모험이 되어야 감정이입이 되고 그래야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비록 미노타우로스 신화 모티브인 줄 알고 펼친 이야기가 코뿔소 머리의 끔찍한 혼종이어서 실망해 쓰러졌다 해도, 독자는 내일 또다시 이야기를 찾기 위해 모험을 계속하리라.

이 단편은 감히 평하건대 온, 오프를 아우르는 무한한 책의 던전에서 홀로 외로이 여행하는 독자들을 위한 헌사라 할 수 있겠다.

[내가 뭘 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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