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베로 단편 쓰기 공모 브릿G 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인간관계적 확률론 (작가: 반도, 작품정보)
리뷰어: 선작21, 2월 11일, 조회 92

반도님의 글을 아주 좋아합니다. 감성적이고 잔잔해서 딱 제 취향이거든요. 그러므로 이 리뷰가 반도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1. 라노벨을 아예 읽지 않는 2. 필력 없고 나태한 작가가 썼다는 점을 미리 밝혀둡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오타쿠로서 서브컬처계 전반의 형식 및 작법에는 (조금 지나치게) 익숙합니다만, ‘라노벨’이라는 측면에서는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작가님은 분명히 만연체를 쓰시고 계십니다. 이미 완숙에 달한 만연체 사용이 엿보입니다. 라노베 내공이 턱없이 부족한 저도 프로 작가 수준이라는 건 잘 알겠는 수준의 그런 만연체입니다. 문단 길이가 긴데 불구하고 페이지가 닫히는 게 아니라 다음 문단으로 술술 넘어가게 된다는 건 반도님의 필력을 아주 잘 나타내 주는 장치입니다. 분명히, 작가님의 길은 바로 이 길입니다.

만연체, 라노벨의 문체라 합니다. 만연체의 특징은… 저보다 작가님이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불필요한’ 서술 및 묘사의 활용이라고 봤습니다. 나스 키노코가 그 예죠. 이를테면, ‘죽인다’는 문장을 굳이 반복하는 것. 쓸 데 없어 보이는 묘사를 붙이고, 별 의미 없는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고, 배경 서술에 공을 들이는 것. 이런 것들은, 어찌 보면 ‘불필요’ 합니다. 과연 나스 키노코가 한국에서 태어나 문피아 웹소설식 연재를 했다면 성공했을까요? 중2병이라는 악플만 잔뜩 달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라노벨, 그리고 만연체의 기조는 대한민국 웹소설식 시나리오 뼈대만 남기는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것도 최근에는 SSS급 자살헌터나 책 먹는 마법사, 혹은 소설 속 엑스트라 같이 트렌드가 바뀌는 추세지만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산경이나 디다트 작가를 시드노벨에서 일러스트 붙여다가 출판하면 잘 팔릴까요? 독자들은 아마 ‘어떻게 건질 캐릭터가 하나도 없냐’ 하고 쓰레기통에 던져둘지도 모릅니다. 일본어로 번역한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겠죠. 일본의 독자들은 과연 ‘최초의 헌터’나 ‘재벌집 막내아들’의 문체를 좋아할까요. 이렇듯 라노벨식 만연체와 웹소설식 건조체의 차이는 막대합니다. 하지만, 둘의 목표점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장르문학, 그 중에도 대중적 장르문학이고, 다시 말해서 ‘감성’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이 감성은 김영하나 황정은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성이 아닙니다. 트랜스포머 1을 보면서 느꼈던 그 감성. 아쿠아맨을 보면서 느낀 바로 그 감성! 이렇게 느낌표 막!!!!! 찍는거!!!!! 그림처럼 그려지는 화려한 배틀! 난무하는 필살기! 의미 불명의 명대사! 현실성 1도 없지만 어쨌든 보면 와 쩐다아아아아아! 하는 바로 그 감성과 비슷한 종류를 말합니다. 소년만화라면 전술했떤 바로 그 감성이겠고, 일상물이라면 보면서 절로 미소지어지게 하는 흐뭇함이겠죠. 정치물이라면 소름이 돋게 하는 연출력일지도 모릅니다. 즉, 대중문학의 문체는 ‘포커스’를 다뤄야 합니다.

독자가 필연적으로 일부분에 집중하고 일부분은 놓아두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장이 아니라 문단 레벨로 강약을 조절해야 합니다. 여기서 만연체와 웹소설식 문체의 차이가 생깁니다. 웹소설식 문체는 뼈대만 남겨두고 모조리 드러낸 서술로 독자가 훑어보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게 합니다. 만연체는 살을 마구마구 붙임으로서 독자가 훑어보면서 ‘대강의 분위기를 픽업하게’ 놔 둡니다.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얇은 뼈대든 너무 두꺼운 살이든 독자의 과도한 몰입을 의도적으로 저하시키는 장치가 되는 것입니다.

독자는 그럼 어디에 몰입하게 될까요.

바로 대사입니다. 대화장면을 보면서 놓친 부분이 있나 점검하고, 분위기나 이야기의 얼개를 짜맞춥니다. 문단이 재료를 제공한다면 가공하는 것은 대사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저는 이 글의 가장 큰 단점은 각각의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장르는 로맨스 코미디고, 로맨스 코미디의 라노베적 ‘감성’은 풋풋한 사랑의 감정, 말을 하거나 혹은 하지 않아도 전해질 수 있는 무언의 찡함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노벨의 경우 여기서 캐릭터가 개입하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속성’ 같은 걸 부여해서, 각각의 캐릭터가 생동감을 가진 캐릭터이면서도 동시에 그 해당 ‘속성’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 작품에는 그 부분이 부족합니다.

대사는 있지만 대사 속에서 독자가 찾을 수 있는 내용이 부족합니다. 대사는 캐릭터의 역사나 성격을 반영하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오히려 문단 속에서 놓친 보석 같은 부분이 굉장히 많이 보였습니다. 순간순간의 장면을 그릴 수 있으면서, 또 귀엽기도 하지만, 그 ‘단순히 귀여운 여자아이’ 이상의 무언가는 보이지 않습니다. 라노벨의 특징, 즉 제가 독자로서 단순 관찰이 아닌 ‘모에하게’ 하도록 하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이게 단편이라 그럴 겁니다.

라노벨이라는 장르에게 단편은 너무 치사합니다. 단편에는 일러가 없습니다. 캐릭터를 빌드업할 사건은 사건 하나로 존재하기조차 바쁩니다. 만연체의 문장에게 단편이라는 공간은 협소하고 비겁합니다. 이 작품 속의 대사는 사건을 끌고 나가느라 지쳐 버려서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글은 너무나 정석적으로 쓴 라노벨입니다. 하지만 단편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정석적임이 해가 되버리고 마는 것 같았습니다. 단편 잘못입니다.


사실 반도님 이미 출판도 하신 분이신데 제가 뭐라고 이런 큰소리를 뻥뻥 쳤는지 저도 참 알 길이 없습니다(…) 트위터에서 좋은 글 많이 보면서 일상의 활력을 얻고 있어요. 반도님 글 정말 좋아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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