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딜레마 감상 브릿G 추천

대상작품: 자율 주행 알고리즘 최적화를 위한 비공식 합의팀 (작가: 노말시티, 작품정보)
리뷰어: 코르닉스, 2월 10일, 조회 70

게으른 감상입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영상화하기 좋은특히 영화나 단편 드라마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공익을 무시하는 기업과 그에 맞서는 성격이 뚜렷한 사기단, 괜찮은 반전과 권선징악 결말, 최신 기술로 인해 신선함을 주면서도 익숙한 전개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렇다 보니 캐릭터나 전개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은 없습니다. 독특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나, 뒤통수를 확 때리는 반전이나 독특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밋밋한 느낌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작품에 흥미를 줄일 정도는 아닙니다. 정확히 적재적소로 필요한 만큼 넣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작품 내적인 부분보다는 소재와 소재의 활용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핵심이 되는 소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트롤리 딜레마입니다. 인터넷을 하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이것말이죠.

 

 

선로를 바꾸지 않는다면 다섯 명이 죽고 선로를 바꾼다면 한 명이 죽을 때 생기는 도덕적 딜레마를 다루는 사고 실험입니다.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자율 주행 차량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죠.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한다고 해도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건 인간이니까요.

 

다른 하나는 포드 핀토 사건입니다. 포드사에서 1970년대에 출시된 포드 핀토는 안전상에 결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체 비용보다 보상 비용이 더 싸다는 계산을 통해서 문제를 알리지 않고 방관했고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찾아보니 안전장치를 달지 않는 게 정말 비윤리적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네요)

소설에서는 이 두 개의 문제가 같이 어우러지면서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트롤리 딜레마의 기준을 도덕이 아니라 암페어 사의 손득으로 결정하게 만든 겁니다. 자율 주행 차량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책임을 암페어 사가 전부 지는 건 문제를 더 명확하게 보여주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암페어 사와 운전자의 과실 여부까지 따지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요.

쓰다 보니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하나의 제약을 두면서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줍니다. 트롤리 딜레마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합니다. 다섯 명이 죽게 내버려 두거나 한 명을 죽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초창기를 제외하면 대인사고에서 죽음에 이를 것 같은 사고는 피하게 짜여있습니다.

 

여기서 더 애매해집니다. 죽음이 아니면 대인사고는 어느 정도 돌이킬 수 있으니까요.

이 범위를 조금 더 넓혀서 영구적인 장애가 아닌 경우도 포함하게 되면 어떨까요? 돌이킬 수 있다면 차라리 운전자 혹은 보행자 몇 사람이 적당히 다치는 게 더 큰 물질적 손실보다 더 낫다는 결정이 그렇게 이상한 판단일까요?

소설의 마지막에서 주인공 일행은 원흉이기도 한 강동우 팀장을 속여 암페어 사가 숨긴 알고리즘을 폭로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자율 주행 기업도 비슷한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었고 막대하지만 그렇다고 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자율 주행 차량 기업 중 누구도 먼저 건들고 싶지 않았지만, 사태가 이리도 커진 이상 차라리 비공식 합의팀이 하는 일을 공식으로 끌어올릴 거로 생각합니다.

사람을 치었을 경우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치는 자체가때에 따라서는 문제없다고 인간들의 인식 자체를 바꾸기 위해서요. 정치 성향이나 종교 등을 생각하면 모든 국가에 적용이 되려면 몇 년, 몇십 년이 걸릴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씩 그런 생각이 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합니다. 자본이 생각에 영향을 주는 시대니까요.

 

어떻게 보면 디스토피아로 가는 길로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인간의 가치를 임의로 정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딜레마는 딜레마로 끝날 수 없습니다. 발전하는 과학에서 결국 누군가는 딜레마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소설에서는 몹시 나쁘지만은 않은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암페어 사의 문제를 폭로하면서 정이현, 김미선, 안기현이 인지도와 발언권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오히려 걱정해야 할 건 현실이 아닐까요.

 

처음에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었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글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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