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와 욕망의 그 어디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혼자 살거나 결혼하고 살 수 있겠니 (작가: 시계,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월 16일, 조회 52

소설이란 것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탐이 가능하다는 건 독자들만의 기쁨이다. 여기 있을법한 미래 세계 이야기를 염탐해보자.

 

한 남자가 있다. 재력도 되고 직업도 안정적인 서른 다섯 살의 남자. 그러나 딱 한 가지 결핍이 있다. 아직 짝을 못 만났다는 거다. 연애 경험도 한번도 없다고 한다. 모태솔로로 늙어가는 중인 이 남자는 여자를 만나려 노력중인 상태다. 그래서 그는 콜센터 상담원과 통화를 하고 있다. 족히 두달 동안 고민한 끝에 연결된 통화. 연애컨설팅업체. 남자가 선택한 모델은 2번 모델로 연애 컨설팅 서비스를 해준다고 한다. 다음 주에 약속된 실전 미팅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연애 상담을 하려는 거다.

이 소설은 한 모태솔로의 내면- 갈등과 번민의 과정- 과 색다른 미래 세계를 두루두루 보여주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냥 한 남자가 심드렁하게 털어놓는 이야기인데 그 남자가 사는  곳은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더 발전한 인공지능의 도움을 훨씬 많이 받는 세상인데도 개연성이나 묘사가 깔끔해서 지금 어딘가 이미 저런 세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착각할 만큼 친숙하게 와 닿았다. 소소하고 깨알같이 묘사돼 있는 미래의 기술들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정말 미래의 어느 날엔가는 저런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공존하는 세상이 오겠지.

저 남자가 과연 연애에 성공할 것인가, 어쩔 것인가를 궁금해 하면서 읽어가게 되면서도 그보다 더 많은 디테일의 재미, 흥미로운 상상들이 펼쳐지는 데서 오는 지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끝에 가서 난 조금 슬펐다.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성준은 조금 더 노력해도 되지 않았을까? 왜 벌써 포기해버렸을까.  연애 세포는 연애를 안 하면 안 할수록 사라져간다고 하던가? 성준은 애초부터 연애를 해본 적이 없으니 연애세포라는 게 있을 수 없고 그러니 연애는 불가능하고 …. 컨설팅은 받아보나 자괴감만 덧쌓여가고 친구에게 그저 좋은 의미로 한 제안에 예기치 못한 화를 받았으니 그럴법 하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은, 여전히 필요보다는 사랑을 욕망하는 내 탓일 거다. 게다가 소설 말미에 태그에는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있으니 성준의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는 모양이다.

이성과의 미팅에서 엄청나게 어색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고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한 순간을 가져본 적이 있고 설거지하는 사람의 뒤태를 보고 안고 싶어 한 적이 있고 사람보다는 기계가 주는 편리성에 안도한 적이 더 많고 사랑이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는 아영과 사랑 없이도 결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되묻는 성준의 대화 같은 고민을 한동안 열렬하게 해본 적이 있는데다 아영보다는 성준의 마음에 퍽 공감이 가는데…. 나도 사이코패스인가? 같은 고민을 태그를 보고 나서 새로이 하게 되기도 한다.

2번에서 5번, 4번 로봇으로 선택이 변경돼 가는 성준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쓰럽고 그래서 마침내는 슬픔을 얻어가지게 되는 소설이었다. 유토피아가 아니고 디스토피아니까 어쩔 수 없는 걸까?

연애라는 건 정말 대단히 복잡하고 미묘하고 상당히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는 일이다. 온 감각이 다 살아나고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며 그런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이 끼어들고 그 관계 속에서 평형을 유지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의 진폭을 견뎌야 하고… 정말 미치지 않고 살 수 있나 싶은 그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일단 경험하고 나면 일상의 평온함, 사랑 없는 상태도 축복일 수 있다는 뭐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때가 오기도 하는데 그래도 사랑은 좋은 것이라 성준이 가여운 것일 테고. 이제는 이 소설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나도 역시 가여운 것이고.

 

 

다 읽고 나면 ‘혼자 살거나 결혼하고 살 수 있겠니’ 라고 작가님이 제목으로 던진 질문에 이미 슬픔이 묻어 있었다는 걸 깨달으며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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