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꽃 펜션으로 놀러오세요! 감상 브릿G 추천

대상작품: 노랑꽃 펜션 (작가: 글쟁이,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0월 29일, 조회 45

전 가을을 참 좋아합니다. 슬슬 차가워지는 마음이 따스함을 그리워하게 하거든요. 색색깔로 물드는 단풍들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들, 그 풍요가 지나면 메마르고 헐벗은 계절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요. 가을은 그 자체로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가을은 외로운 사람은 더욱 외롭게 만드는 면이 있어요. 그리고 너무나 짧지요. 언젠지 모르게 끝나버려요. 어 단풍 보러 가야지, 낙엽이라도 한번 바스락바스락 밟고 싶다 생각 할 때는 이미 늦어버리기 일쑤. 누구 탓을 하겠어요. 딴짓거리를 잔뜩 하느라 그런 걸요. 이런 때는 역시 사랑이야기라도 읽으며 마음을 달래줘야 합니다. 로맨스를 찾아서 고고.

 

여기 노랑꽃펜션이 있어요. 산중턱의 외진 곳에 자리 잡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펜션. 특별하다면 방마다 이름이 달 이름이라는 것뿐이죠. 달가림, 달무리, 달물결, 달안개, 달편, 어스름달, 조각달, 지샌달.(달 이름이 이렇게 다양했던가 새삼 다시 한번 놀라고!!)

 

펜션 이름은 왜 노랑꽃일까. 달맞이꽃을 그렇게 표현한 걸까? 언뜻 달맞이꽃이 노랑색이라는게 떠올랐거든요. 음 이 이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른 설명이 나오지만 달맞이꽃이란 말은 따로 없으니 이건 그냥 제가 해본 상상으로 그치고. 어쨌든 방 이름이 달 이름이라 그런지 또 나중에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듯이 어둠속에 묻혀 있던 달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어서 이 펜션을 떠올리면 달도 함께 뜨는 기분이 듭니다.

 

펜션 이름도 그렇고 방 이름도 그렇고 뭔가 분위기가 남다르죠. 게다가 그곳의 사장님은 아름답고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삼십대의 여자 사장님이에요.

 

외딴 곳의 집 한채. 아름다운 묘령의 여인. 이런 배경 설정은 호러 소설에 특히 많이 등장하는 편이라 이런 설정만 들으면 곧바로 공포물을 떠올리는 저로서는 여기서 펼쳐질 로맨스가 어떤 형태일지 몹시 궁금했더랬습니다. 수정의 이야기로 시작하니까 아마 이 여자 사장님의 로맨스 이야기겠지 생각하며 읽어나가면서도 사실 어떤 로맨스일지 감을 잡지 못했어요.

 

이 펜션에 머무는 사람들은 적어요. 적당한 오지랖에 요리 솜씨가 좋고 푸근한 60대 이모가 도와 함께 관리하는 곳이에요. 혼자 술 마시는 남자 일꾼이 하나 더 있긴 하지만 결국 간이 안 좋아져서 곧 그만둘 예정이다 보니 독자의 상상은 펜션을 찾는 고독한 소설가나 어떤 분위기가 색다른 손님과 사랑을 하게 되는 걸까 쪽으로 흘러갔죠.

그런데 그곳에 스무 살의 꽃미남 젊은이가 일을 하러 와요. 설마?! 뭔가 로맨스를 상상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거 아닌가? 근데 이제 막 스무살밖에 안 됐는데 이런 외딴 산 속에 들어와서 살 생각을 하다니요. 이쪽도 뭔가 사연이 있는 건가? ‘딱하잖아’라는 한마디로 뭔가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요. 이곳은 뭔가 사연이 있고 각자 상처를 떠안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에요. 여자 사장은 쉬고 싶어서 이 펜션을 지었다고 하고 선자 이모는 자식들이 다 제 살길 찾아 잘 살고 있고 이 펜션이 편해서 오래 머물고 싶다고 하지만 역시 외로운 존재고 강산은 갈 곳이 없는 청년이군요.

이야기는 평범하게 펜션 일을 설명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들은 ‘일’을 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그들의 비밀스런 상처를 밝히지도 않아요. 누구와 누구의 사랑이라는 걸까? 사실 그저 상상일 뿐 저 여사장과 청년의 사랑일지 아닐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니 세 가지를 궁금해 하면서 이야기를 읽어나가게 됩니다. 여자의 사연(상처)은 무엇일까. 청년의 사연(상처)은 무엇일까. 로맨스는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결론이 날까. 계속 궁금해지거든요.

저는 사실 저 두 사람의 나이 차이 때문에 혹시 다른 결말로 치닫지 않을까 살짝 걱정을 하며 이야기를 읽기도 했죠. 막장 드라마에 너무 길들여진 탓이지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기도 하지만 ‘집’에 관한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사람들의 삶이 이루어지는 보금자리, 그 집이란 것은 형태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죠. 작가님이 그런 것들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만 18세가 지나면 보육원에서 쫒겨나는 아이들, 경제적 이유로 마음의 안식처를 잃어버린 소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타인의 꿈과 희망을 빼앗는 악덕 건물주들, 악덕 건물주에게 시달리다 자살한 아버지의 이름을 가진 건물을 갖는 게 꿈이지만 쉽지 않은 업소여자, 방 한칸 얻기 힘들어 선배의 원룸에 얹혀 살다가 고시원 생활을 해야만 하는 청년의 곤궁함, 마찬가지로 돈도 없고 갈 곳 없어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온갖 착취를 당하는 청년의 삶, 막상 대출 받아 내집을 장만했지만 막상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고 그 집엔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월세를 놓아야만 하는 가족. 그런 이야기들을 읽어 나가다 보면 이 세상에서 온전한 ‘내집 장만’이 얼마나 큰 꿈인가를 실감하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단순히 육체가 머무는 집의 의미를 넘어선 진정한 마음의 안식처로서의 집, 가족의 존재를 갈구하는 마음도 읽히죠. 강산은 늘 ‘집’을 조각하고 있으니까요.

또한 소설의 배경인 노랑꽃펜션은 진짜 집이 아니죠. 단체나 가족들, 연인들이 관광을 오거나 MT 와서 잠깐씩 머무는 그야말로 일탈의 장소니까요. 그 임시 거처인 펜션이 진짜 집이 될 수 있을까요?

 

이건 가을 같은 사랑이야기입니다. 성숙하고 깊은 눈으로 보듬어주는 사랑. 그래서 이런 가을에 읽으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중간 중간 살짝 늘어지는 부분이 있고 대화문인데 좀 길게 설명하는 느낌이 가끔 있어서 대화처럼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배치하려다 보니 조금 작위적인 느낌도 있지만 (아주 살짝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에요.) 대체적으로 이야기들이 잘 어우러지고 작가님이 감정을 조절해가며 독자를 설득하는 솜씨나 남자와 여자의 섬세한 심리를 정말 잘 아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더구나 유명 문학 작품들의 인용구가 적절히 들어가 있고 해서 여러모로 문학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 외로움이 많이 가셨거든요. 오랫만에 마음이 촉촉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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