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빵집에서 바삭바삭한 위로 한입 감상 브릿G 추천

대상작품: 모퉁이 빵집 (작가: 제로위크,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0월 9일, 조회 82

*주의 – 짧은 소설이라 리뷰하면서 내용 스포일러가 다 돼 버렸어요. 하지만 이 소설은 내용보다는 작품이 가진 울림이 더 크기 때문에 내용을 알고 봐도 뭐 별 상관은 없을 듯 싶네요.

 

자꾸만 뭔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 허기는 무언가 음식이 들어가도 채워지지 않고 아무리 다른 종류의 음식들을 또 또 바꿔 먹어도 충족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라 마음이 느끼는 허기이기 때문인 모양이다. 그럴 때는 차라리 이것저것 먹어치워서 살을 찌우고나서 다이어트 걱정을 하며  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음식이 있는 소설을 읽는 편이 낫다.

 

이 소설은 갓 구운 빵냄새와 입 안에서 바삭하게 부서지는 식감이 느껴지는 크로와상과 따스한 인스턴트 커피 한잔을 맛볼 수 있다. 뭐 고급스런 원두를 막 갈아내 그 그윽한 향을 맡으며 즐기는 커피가 아니면 어떠랴! 때로는 따스한 인스턴트 커피 한잔에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게 인간인데.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들어간 어느 빵집. 허름하고 주인도 뚱하고 제대로 된 빵을 팔 것 같지도 않은 ‘방’이란 간판이 달린 모퉁이 빵집. 자신은 커피가 먹고 싶은데 여긴 빵집이니 빵값을 내야한다는 주인 때문에 필요치 않은 크로와상 2개를 먹게 된 주인공.

 

갑자기 나타난 노인은 크로와상 하나를 거칠게 집어 들어 훔쳐 먹고 달아나고 그것에 무심한 주인에게 손님이 오히려 화를 내고 마는데 … 크로와상 하나를 먹고 나서 놀랍도록 바뀌는 주인공의 심리를 보다 보면 문득, 그래, 무슨 상관이지? 싶어지는 순간이 사실은 아주 작은 것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는 걸 기억해내게 된다.

 

주인이 괜찮다는데 아무 상관도 없는 ‘나’는 왜 화를 낼까.

 

자신의 그림을 모두에게 거절당하고 온 다음이기 때문일까? 그저 카페인 부족 때문일까? 내 주머니 속의 마지막 돈을 털어내 빵값을 지불하는 데서 오는 예민함 때문일까?

 

어쨌든 크로와상 하나를 거칠게 먹으면서 주인공은 그림에 대해 생각한다. 그림은 간절함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팔리고 싶어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간절함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일까?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죠. 대체 왜 이런 걸 그리시는 거죠? 너무 뻔해요. 상투적이잖아요. 그림에 쓰여 있어요. 너무 팔리고 싶다고요. 그런데 간절함은 아니죠.

 

그 간절함은 엉뚱하게도 빵집 주인에게 저 벽에 그림을 걸어도 좋으냐고 물을 때 나타난다.

 

결국 그 간절함은 조용한 가운데 받아들여지고 그림은 이 모퉁이 빵집에 걸리게 된다. ‘어둡고 오래된’ 모퉁이 빵집의 벽에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림. 이렇게 그림은 제 자리를 찾고 주인공은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다. 그리고 하나 남은 크로와상을 천천히 먹을 수 있게 된다.

 

뭐가 뭔지 빵집 주인의 감정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빵집 주인의 ‘좋네요.’ 한마디에 주인공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나 역시 이 <모퉁이 빵집> 소설을 읽으면서 허기가 가시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어쩌면 저 모퉁이 빵집의 단골손님이 될 것만 같은 저 화가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 소설의 단골 독자가 될 것을 예감한다. 벌써 몇 번째 이 소설을 찾았으니 말이다.

 

사실 작가님의 <커리우먼>을 먼저 읽었고 이 소설을 읽게 됐다. 커리우먼도 참 멋진 소설이고 울림이 컸다. 아직 읽어보시지 않은 독자라면 함께 읽어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커리가 먹고 싶을 땐 <커리우먼>을 빵과 커피가 먹고 싶을 땐 <모퉁이 빵집>을 찾아 읽으면 좋을 듯하다. 마음의 허기가 묘하게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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