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관통한, 관통해야 하는 여성들 공모 브릿G 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까라! (작가: 한켠, 작품정보)
리뷰어: 조나단, 9월 19일, 조회 192

작품을 읽은지 좀 됐는데, 계속 떠올라요. 소설 속 시대의 분위기가 계속 보이는 듯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기어리면서도 당당한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듯해요.

독자란 이기적이라 처음 몇 페이지에서 제 취향이 아니면 매몰차게 덮어버리기 마련이지만, 혹하는 부분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빠져들기도 하지요. 작가는 의도하지도 않은 자신의 상상력까지 더해서 말이지요. 이상한 일이지요? 저는 역사물(?) 같은 건 좋아하지도 않는데 말이죠.

해서, 그 이유가 뭘까, 제 머릿속에 어지럽게 맴도는 것들을 정리해 보아요.

 

1.

<까라!>는 ’일제시대 경성과 평양에서 축구하는 신여성들’의 이야기예요. 엄혹한 시절, 권위주의가 만연한 시대를 관통하며 정체성을 찾고 사랑을 그리워하는 서간체 소설이지요. 멋진 이야기예요. 게다가 재미있어요.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준 작가의 필력과 밀도는 여전하고, 시대를 그리는 묘사들은 풍부하고, 하나하나 살아있는 레드비로드의 인물들은 생생할 지경이어요. 저는 장르문학의 경계는 잘 모르지만, 아직도 장르소설을 하위문화로 규정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소리쳐 알려주고 싶을 정도예요. “까라! 읽어봤어? 여기 시대와 계급 문제들을 이렇게나 재미있게 그린 장르소설이 있다고!” 라고 말이지요.

 

무엇보다 제게 이 작품이 흥미로웠던 것은, 작가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엿볼 수 있었다는 거여요. 이야기는 시대상 어쩔 수 없이 차별 받고 부조리함에 처한 ‘여성들’을 그리는데. 작가는 그것을 재치와 순발력으로 경쾌하게 그려내요. 그것을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아닌 시대와 무지에서 연유한 것임을 보여줘요. 마지막 정월의 편지에선 적지 않은 울림까지 주지요. 그것들만일까요? 게다가 재미있기까지 해요. 아주아주.

경희와 정월의 애정라인은 용감하고, 그것을 연연하지 않고 그려내는 작가도 용감해요. 소재 위주로 치우칠 수밖에 없는 장르문학에서, 정체성과 지향점까지 갖춘 작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지요. 그런 작가를 만난 기분이어요.

 

하나 더. 몇 년 전에 <여성국극과 임춘앵>을 소재로 한 ‘독립적인 여성을 그린’ 미니시리즈가 공중파 공모전에서 수상했고 지금 영화화로 각색 중인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일제시대에 축구하는 여성들’ 역시 영상화 하기에 좋은 소재라는 거예요. 이 소설에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주인공들, 시대적 역경, 앞서가는 멜로 등 멋진 소재들이 축구라는 매개 안에 녹아들어 있어요. 무엇보다 재미있게요. 무지무지.

언젠가 <레드비로드 축구단>이라는 영화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YMCA 야구단> 처럼 말이지요. 꼭 보고 싶네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래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2.

쓰다 보니 제 머릿속에 맴도는 것들이 뭔지 알 것 같네요. 그건 작품에 대한 재미와 여운, 작가에 대한 신뢰 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개인적인 아쉬움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해서 그것들을 언급해 보아요. (댓글인가, 에서 본 것 같고. 완결되었음에도 페이지를 완료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작가께서 수정/개작을 염두하고 계신 것 같아, 독자의 의견으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전일도와의 앙상블

이 작품은 작가의 다른 작품 ‘전일도 월드’ 시리즈 중 하나로 액자 형태를 하고 있지요. 저는 다른 전일도는 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전일도라는 주인공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야망은 느끼지만, 전일도-경희/정월의 매칭이 어울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건 톤앤매너와 관계된 문제 같아요. 경쾌함 속에서도 시대적 암울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경희/정월과, 현대적 재기발랄한 코지미스터리(맞나요?) 주인공 전일도와의 분위기가 언발란스하다고나 할까요? 현재 경희/정월 자체로 완결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만의 이야기로 풀었더라면 어땠을까요? 또는 후반 ‘현대’의 시점에서 후일담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전일도의 톤앤매너를 조금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냉면 그릇의 크기는?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대개 짧은 분량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240매 분량의 이 소설은 꽉 차 있어요. 재미를 담보로 한 밀도가 굉장히 높아요. 차고 넘칠 지경이지요. 다르게 표현하면, 보통의 냉면 그릇에 면과 수육, 고명이 넘치게 담겨져 있다고나 할까요?

이 작품에는 시대 분위기, 차별, 사랑, 우정, 거기에 전일도에게 주어진 과제까지. 많은 레이어가 깔려 있어요. 그것들이 모두 작가의 의도임은 분명하고, 또 그것들이 유려하게 잘 풀어냈지만, 이것이 최선인가? 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한 예로, 경희는 두 챕터를 빌어 레드비로드 멤버들을 재미있고 애정 있게 소개하고 있는데, 뒤에 가서 그들의 후일담은 가볍게만 언급되고 있지요. ‘저 같은’ 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도 궁금한 거예요. 그들 중에는 자신들의 ‘주체성’을 지켜간 이들도 있을 터이고, 굴복한 이도 있고 타협한 이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그들의 탓만은 아닐 것이고, 여전히 나아가지 못한 이 시대의 문제겠지요… 그런 그들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애초에, 작가의 의도에는 있지 않았을까요? 그것들이 다 표현되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그런 아쉬움이 있어요.

 

그것들은 모두, 분량과 관계된 것 같아요. 작가의 의도와 넘치는 이야기를 담기에는 냉면 그릇이 너무 작지 않나? 하는. 작가께선 댓글에서 “이 정도 분량이면 되지 않아?”하셨지만, 저라는 독자 의견으로는, 더 길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작가의 의도가 온전하게 다 구현될 수 있다면 말이에요.

물론 밀도 있는 중단편을 같은 밀도의 장편으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브릿G에서 이미 충분히 검증 받은 ‘한켠 작가라면’ 이제 그것을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맛있는 냉면을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의 문제. 보다 큰 그릇이 필요해 보여요.

(결국 며칠간 계속 제 머릿속에 매돌았던 것은,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이상입니다. ‘냉면의 복선’ 같은 걸 메모하긴 했는데 사소한 문제 같아 생략하고… 부디 이 재미있고 흥행성이 충분한 이야기가 좀 더 온전하게 자기 모습을 갖춘 장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작가께서 수정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이지요. 나중에라도.

좋은 작품 감사하고, 앞으로도 멋진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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