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는 사람들을 말하는 소설을 말하기 – 덧붙임 –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소설 쓰는 이야기 (작가: 반도, 작품정보)
리뷰어: 도련, 18년 8월, 조회 216

저는 제가 리뷰를 쓴 작품의 조회수가 쑥쑥 올라가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답니다.

그러니 다 합쳐서 17화밖에 안 되는 이 작품을 읽어주세요. 그런 다음에 리뷰를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스포일러 안 가릴 거예요. 그러니 꼭 읽어주세요.

 

반도 작가님의 전작 <걸 밋 보이 후 셀 애니띵>을 읽었습니다.

단점이 없는 작품은 없으니, 제가 그 단점을 말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 단점을 말하기 싫었습니다.

그렇게 단점을 말하기에는 그 소설은 굉장히 귀여웠고, 목적하는 바가 뚜렷했으니까요.

계속 읽다보니 제가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소소한 단점으로 커다란 장점을 흠집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전 이 <소설 쓰는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라이트노벨을 읽은 지가 진짜로 15년이 넘어가니 (제가 마지막으로 읽은 라노벨이 뭐게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아닙니다 부기팝과 델피니아 전기, 슬레이어즈랍니다…) 장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다만 읽다보니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라이트노벨의 경향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요즘에는 이렇게까지 리얼하고 현실적인 것들이 유행인가 싶어서 좀 어리둥절한 것은 사실입니다.

결말이 전형적인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장과 성공’ 서사이기는 하지요. 그러나 중간의 감정 묘사가 감정 이입이 잘 되는 사람들에게는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비슷한 감정을 크게 느낀 적이 없고, 애초에 글을 쓰게 된 동기부터 달랐던 데다가 글을 쓰면서 최고로 겪은 좌절이라고 해 봤자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글 더 잘 쓰고 싶다고 시 창작 수업에 들어갔더니 유명한 시인께서 제 시를 두고 대놓고 “이렇게 쓰면 매우 나빠요.”라고 말씀하신 것뿐입니다. (참고로 저는 할란 엘리슨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시인님을 전투적으로 두들겨패고 데뷔작 이후부터의 모든 원고를 복사해 한 부씩 그분 앞으로 보내는 대신, 웃는 얼굴로 드랍 용지를 건네며 은연 중 선생님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고 드랍한다는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매우 수동공격적이고 치사하며 졸렬한 방법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이 소설도 좋았습니다.

<소설 쓰는 이야기>는 정말 걸작이라서 제 무릎을 털썩 아스팔트 바닥 위에 부딪히게 만드는 그런 소설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성이 짜임새 있고, 특히 주인공의 감정 묘사가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처럼 그런 감정을 잘 모르거나 잘 잊어버리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설득력있게 다가왔어요.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지금 제 시각으로 바라보면 주인공은 좀 답답한 구석이 있기야 하죠. 제가 주인공의 동료 작가라면 이렇게 말해줬을 거예요.

“님, 님도 충분히 어린 나이에 프로가 된 사람이고요, 프로가 되었다는 건 이미 아마추어 레벨에서는 한참 벗어났다는 소리예요.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각종 모임에 다니고 비평을 들으며 자신을 갈고 닦는 거라고요! 선생님 선생님, 하고 같잖은 여자 따라다니면서 말도 안 되는 그늘을 못 벗어나고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게 아니라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멀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거든요.

이 소설을 읽고 안 좋은 평을 하는 사람은 아직 데뷔를 하지 못했거나 주인공과 비슷한 정신상태인 사람일 것이라고 함부로 예언을 해 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주인공이 하는 고민이 자신이 실제로 하는 고민처럼 느껴져 끔찍할 것이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주인공이 압도적인 재능을 타인의 도움과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는 결말이 식상하거나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될 것입니다. 그런데…… 뭐 고민이야 누구나 하는 것이니까 그렇다 쳐도 마지막 결말 말인데요.

노력으로 재능을 이기는 게 식상한 결말인가요?

요즘 소년 만화 주인공, 하나같이 특수한 혈통을 타고 나서 안 본지 꽤 되었는데.

다른 사람의 힘으로 열등감을 극복하고 마침내 동경하던 상대에게서 분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 이상적인 결말일까요?

글쎄요. 이런 결말도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요. 주인공을 무조건 절망으로 빠트리면 곧 성인이 보는 물건인 줄 아는 작품이 많고 많은데.

 

저는 작가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가님에게는 분명히 재능이 있습니다. 아직 자라나는 수준이더라도 분명히 있어요.

그러니 꾸준히 쓰시기를 바랍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좌절하더라도, 어딘가에서는 내 소설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

반도 작가님의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0대의 프로 작가를 주인공으로 왜 삼으셨는지는 몰라도… 이 소설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작가라는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큰 덩어리를 토해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토해내는 글도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물론 독자는 별로 고려하지 않고 쓰는 것입니다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때로는 나에게 의미가 있는 소설도 필요한 법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 토해내보는 그 과정이 진정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카아악 퉤! 하고 어떤 식으로든 토해내보지 않으면 못하는 게 있더라고요.

한계를 알게 되고, 욕망을 알게 되고, 방향을 정하게 되지요.

 

뭐 이러는 저는 안 팔리는 19금 BL 고어물 작가입니다만^0^

 

작가님의 차기작을 기대할게요.

 

+ 8월 11일 덧붙입니다.

생애의 어느 때에만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가능하다면 이 소설을 버리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훗날 이 감정의 핵심만 간직한 다양한 인물로 응용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배경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무엇보다 작가님의 생각이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테니 많이 달라지겠지만, 이런 뿌리 깊은 열등감을 간직하면서도 어떻게든 잘 해내보기 위해서 끝까지 노력하는 인물은 다양하게 변주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전 아무래도 주위에 결혼한 사람이 많다보니 이런 이야기도 생각났네요.

어릴 때는 형제에게 비교당하며 자랐고 커서는 남편의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주부, 늘 친구의 집에 가서 친구의 깔끔하고 단정한 인테리어와 자신의 인테리어를 비교하며 좌절감에 빠진다.

좀 웃긴 감은 있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다른 리뷰들을 읽다보니 명확해져서 덧붙입니다.

자고로 고약을 먼저 바른 후 매를 때리는 게 아니라 매를 먼저 때린 후 고약을 발라주어야 하는 법이니, 마음이 아프시더라도 제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장단 중 단점부터 적겠습니다.

 

1. 이 작품에서 가장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

굳이 라이트노벨이어야 할, 등장인물이 이렇게까지 나이가 어려야 할 이유가 있는가요?

그리고 주인공은 연차가 꽤 오래된 소설가이면서도 (나이와 성격을 감안한다면 이해는 되지만) 정말로 실력이 없어서 데뷔를 못한 채 글을 계속 쓰는 지망생이 10대나 20대 극초반까지는 할 법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늘 떠드는 것 중에 데뷔는 의외로 쉽고 (정확히 말해서는 로또고) 중요한 건 작품을 계속 써 나가는 일이라는 말이 있고 그게 사실이라고 전 보거든요. 위에도 썼지만 주인공은 어쩌고저쩌고 선생님 저쩌고어쩌고 재능이 할 시간에 다른 생산적이고 자신에게 가치 있는 일을 했어야 합니다.

제가 이 단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은 까닭은, 주인공의 나이가 어리고 사고방식이 엇나갔다는 게 작품의 매력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2. 이 작품에서 가장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

등장인물의 생생한 감정과 그 끝에 다다른 등장인물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거대한 서사이고 (등장인물이 여럿 나와서 눈에 띄는 사건이 펑펑 터져야 소설이 성립되고 그게 재미가 되나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내러티브는 여러 종류가 될 수 있어요.) 가장 강한 원동력이자 작품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점인데, 그것이 매우 잘 살아있습니다. 현실성은 약간만 보강하고 주인공의 나이를 아예 내려버리거나 올려버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본다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그래보았자 이렇게까지 등장인물의 심리를 표현해냈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 감정만으로도 극을 잘 이끌어간 후 마무리지었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예를 들어, 같은 고등학교 도서부이면서 프로 작가로 활동한다는 설정이라면 이 이야기는 어땠을까요?

좀 황당무계한 설정입니다만…

라이트노벨이라는 생각이 보다 더 들면서도 고등학교라는 특성 상 부딪힐 수밖에 없는 장면이 많아 갈등이 더 강해졌을 것이고, 주인공의 연령이 내려갔으니 심리 묘사에도 보다 설득력이 있겠죠. 연령을 높이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그건 한국의 현실과 맞물려 너무 비참한 이야기가 되어버리니 생략…

저는 정말 이 소설에서 보여준 성취 중 등장인물의 심리 표현이 마음이 듭니다.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작품 내에서 논리적인 데다가 이것만으로도 극을 이어갔다니, 앞으로도 살릴 수 있는 수준이라는 소리예요. 언제 어디서 어떤 글을 쓰건 이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주인공의 마음에 100% 동감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오시더라도, 이미 작가님은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엄청난 자원 하나를 쌓아놓고 다음 작품을 시작하시는 것이니까요.

 

 

수정을 했으니 다시 보고 좋은 작품 써 주시라고 제목에 수정했다 표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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