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풍의 로맨스릴러를 만나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붉은 모란꽃이 피어날 때 (작가: 한정우기, 작품정보)
리뷰어: 별해무, 18년 5월, 조회 81

현시대가 아닌 과거 역사 속의 이야기들을 참 좋아하는데, 특히 동양풍의 로맨스물을 좋아한다. 물론 단순 로맨스

보다는 스릴러와 호러적인 분위기가 적절히 섞인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 가운데 만나게 된 작품의 이름은

<붉은 모란꽃이 피어날 때>이다. 제목부터가 일단 아름답고, 다분히 동양적인 색채가 강하게 풍긴다. 완전 취향저격!

현재 17척까지 연재 중인데, 1척부터 차근차근 긴호흡으로 읽어보기로 했다. 1척의 소제목은 원소절인데,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이 중국이고, 후에 원나라가 되는 몽고족과 남송의 대립각이 한창일 때라 그런지,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은 어휘나 문장들이 많아서 작품을 읽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다행히 뜻모를 단어나, 어휘에는 주석처리

가 되어있어서 오른쪽 작은 숫자를 클릭하면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데, 와우! 브릿G 작품을 읽으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진짜 신기했다. (주석처리가 되어 있는 작품을 읽은 게 처음이라~ 오!! 이 좋은 기능에 감탄했다지!)

 

덕분에 원소절이 무슨 날을 의미하는 것 같긴한데, 정확히는 어떤 날인지 몰라서 클릭을 해 보았더니 아래와 같은

설명이 나왔다. <<원소절은 매년 첫 보름날로 등 문화를 즐긴다. 등놀이는 당대부터 크게 융성하였다. 원소절은

등놀이를 구경하러 나온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낭만적인 날이었다.>> 세상에! 이 얼마나 로맨틱한 날인 것이냐!

순간 머릿 속에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또 집에 이런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삽화가 그

려진 <당나라에 간 고양이>라는 책을 소장하고 있기에 더 구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었다.

 

작가님의 작품설명을 보면 이 작품은 명나라 구우의 <전등신화>에 수록된 ‘모란등기’를 재창작한 글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에도 ‘금오신화’를 비롯해 기록되거나, 구전되어 온 많은 신화들이있는데 그 신화 속의 작품들이

로맨틱하면서도 어딘가 신비롭고 때론 오싹하면서도 오묘한 구석이 있긴하다. <붉은 모란꽃이 피어날 때>역시

시종일관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작가님의 묘사가 정말 압권이다. (솔직히 내용도 좋지만 난 묘사가 더 좋더라.)

 

첫 척은 교윤이라는 사내의 집안 배경 및 윤의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로 작품은 시작한다.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대낮부터 교윤은 객잔에서 술을 진탕마시고 있는 것이며, 또 그의 뒤를 쫓는 듯한 도사의 시선에 잡힌 교윤의 옷

자락에 얽힌 귀의 형상 등은 로맨스릴러라는 장르답게 궁금증과 오싹함을 선사한다. 1척을 읽고 2척, 3척~ 쭉 읽어

보았는데, 교윤을 중심으로 여러 여인들이 등장한다. 려경, 금련, 포아혜, 형수 등등 그밖에 윤과 갈등관계에 얽혀있는

많은 인물들까지. 어쨌거나 로맨스릴러물이라 그런지, 여인들의 형상이나 묘사는 어딘가 스산하면서도 아름다운

면모가 있다. 마치 퓨전 사극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머릿 속에 선명하게 이미지들이 그려지는데, 난 작품을 읽을 때

이렇게 머릿 속에 선명한 이미지들이 떠오르는 게 참 좋다. 내가 직접 경험할 순 없지만, 책과 같은 작품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절대 빨리 읽어선 안 되고 긴 호흡으로 음미하면서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고전적인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 앞으로 형수의 정체나, 윤과 여러 여인들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쭉~ 정주행

을 해야겠다. 어제부터 오늘도 달이 참 밝은데, 어두운 하늘에 동그랗게 떠 있는 달을 보면 난 꼭 이런 작품들을

찾게 된다. 뭔가 달이 주는 분위기와 이미지가 현재의 나를 과거의 낭만적인 어느 때로 인도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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