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향자’들 공모 브릿G 추천

대상작품: 가장 어두운 빛은 파랑 (작가: 도련, 작품정보)
리뷰어: HaYun, 5월 7일, 조회 67

우선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글은 픽션이 아닙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글쓴이의 어떤 경험이 거의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이 보이거든요. 굳이 저같이 저런 상황에 처했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 법하지요. 하여간 그래서 이 글은 보는 사람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역겨움을, 어떤 사람에게는 강한 현실감을 훅 들게 할 것만 같은 글이었습니다. 저는 강한 현실감을 느꼈는데, 아직 비슷한 이유로 제 목을 졸랐던 사람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가 SF이자 픽션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단 3가지 요소 밖에 없습니다. 2018417일이라는 날짜. 전환치료를 위한 수술그리고 10년 전 제정되었다는 교정치료 의무화법. 이 세 가지는 한국에 없습니다. 아니,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전환치료를 위한 수술법 같은 것들은 이미 100년도 전에 오이겐 슈타이나흐에 의해 고안되었습니다. 이 오이겐 슈타이나흐가 주목한 것이 호르몬이었죠. 슈타이나흐의 실험은 이성애자 남성의 고환을 동성애자 남성의 고환에 이식하는 것이었죠. 이 수술은 이야기 속 수술과 얼마나 다른가요? 과학의 힘으로 병을 고친다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교정치료 의무화는 어떤가요? 우리는 앨런 튜링이 소위 교정치료를 받다가 죽어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세계의 어딘가에서는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죠. 2018417일이라는 날짜는 이런 세계가 현실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그걸 주지시키는 역할을 하죠.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8102417일이면 안 되는, 탈시대성이 없는 작품입니다. 어쨌든 이건 동시대적 SF이자 과거적 SF입니다. 작가가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기억들에 의거한 작품이니 회고적인 SF라고 해야 할까요? 이것은 저의 능력 밖이므로 조금 보류해 두겠습니다(다만 비현실적 장치들과 현실적 장치들의 배치를 좀 더 잘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합니다).

 

이야기 내적으로 가장 주목할 수 밖에 없던 것은 정유미보다는 김지선 간사였습니다. 제가 그랬던 건 정유미가 너무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는 과하게 뻔할 만큼 우리네의 모습이었기 때문일까요? 저도 그랬었고, 제 친구도 그랬었고, 제 친구의 친구도 그랬었던 만큼 새롭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김지선 간사가 더 보였던 것 같습니다.

구원받은성소수자. 이요나 목사가 떠오르는 이 구원받은성소수자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이 많이 없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충만한삶과 행복한 삶을 사는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이 이해 되지 않는 성소수자들에게는 별로 행복해 보이지도 않고, 자기기만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많은 경우 그렇습니다. 많은 경우 소위 전환치료혹은 교정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별로 효과가 없었다고 증언하죠. 그런 것과 관계 없이 반동성애 운동가 같은 것들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물론 그런 사람들이 게이 데이팅 앱에서 상대를 유혹하다가 들키는 일이 많이 있었지만요).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말로 그들의 삶에 대해 잘 모르니까요.

그들은 얼마나 그들의 삶에 대해 확신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향자라는 표현은 참 알맞습니다. 일제 시기부터 활동했다는 애국단, 그 이름에서 가지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사실 일제강점기 시기 애국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國이 조선을 가리키는 말인지, 일본을 가리키는 말인지에 따라서 의미가 많이 달라집니다. 어쩌면 그들의 이중성을 가리킬지도 모릅니다. 이광수와 같은 많은 민족주의자들이 조선 민족을 위해서일본제국의 황국신민이 되었죠. 그게 단순히 수사는 아닙니다. 그들이 자의든 타의든 전향한 이후에 그들의 행동이 조선민족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일본 제국의 협력해서 그 내부에서 조선인들의 입지를 넓힘으로써 조선민족을 위한다고 생각한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전향자들은 끊임없이 감시 받고 의심 받았습니다. 전향했다는 더 명백한 증거를 끊임없이 요구 받았죠. 김지선 간사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전향자인 김지선 간사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더 전향의 진정성을 요구 받았겠죠. 그러니 저런 시민단체에 자리를 잡은 걸 테고요. 스스로의 전향을 증명하기 위해서요. 그런 이야기가 한 번쯤 나와야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김지선 간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렇지만 제가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네요. 이 글이 그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까요? 이것 또한 제가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요.

 

P.s. 첫 리뷰이고, 읽은 뒤에 빠르게 써 내려간 참이라 난잡한 감이 꽤 있지만, 저도 첫 그 느낌을 살려 초고 그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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