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님, 클린한 공연을 만들어주세요. 감상 브릿G 추천

대상작품: 한겨울밤의 초대 (작가: 리체르카, 작품정보)
리뷰어: 한정우기, 4월 24일, 조회 57

본 글은 독자인 제가 [한겨울밤의 초대]에서 언급된 “그 천사님”과 “클린관람”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한 부분을 확장시켜 정리한 글입니다. 텍스트 자체의 내용과는 무관한 전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연뮤갤(연극뮤지컬갤러리)이라는 곳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원래 공연 마니아가 아니면 잘 모르는 곳이었지만, 최근 들어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진 곳입니다. 이명행, 이윤택 등 공연계 성범죄자들의 범행을 폭로한 곳이자,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힘이 되어준 곳이지요. 이곳은 공연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이 익명으로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상업연극 및 뮤지컬 업계는 연뮤갤을 성공의 바로미터로 여깁니다. (시장논리를 따르지 않고 정부의 지원금을 기반으로 공연을 올리는 극단은 좀 다릅니다) 이들이 올리는 글 하나 하나가 모두 피드백이 되지요. 연뮤갤의 피드백을 무시한 제작사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 특히 아시아 톱으로 손꼽히는 한국 뮤지컬 시장은요. 사실상 마니아에 기대서 성장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연뮤갤’이었기에 피해자들의 외침이 묻히지 않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을 한답니다. 연뮤갤 갤러 중 상당수는 여성입니다. (피드백 확인을 위해 사이트를 찾는 업계 관계자를 제외한다면, 아마 전부가 여성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같은 여성이기에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에 공감할 수 있고, 배우나 스태프만큼 공연을 사랑하기에 공연계의 타락에 더 분노하는 거지요. 공연계 미투 지지 집회를 열자고 제일 먼저 제안한 곳도 연뮤갤이었답니다. 공연계는 연뮤갤의 의견은 절대 묵살 할 수가 없습니다. 관객이니까요. 관객을 잃은 공연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공연계의 가장 큰 문제가 폐쇄성입니다. (다른 전문분야도 마찬가지겠지요) 이 바닥을 아예 포기하지 않는 이상 좁고 폐쇄적인 인적 네트워크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거대한 권력이 생겨납니다. 그 권력을 움켜쥔 사람들 중 일부는 괴물이 되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 권력은 대체로 생산자의 손에 쥐어져있습니다. 제작사 대표, 연출가, 음악감독, 배우 등이지요. 연극의 3요소를 흔히 관객, 무대, 배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껏 공연계는 수용자인 관객을 폄하하곤 하였지요.

공연이 성공하지 못하면 관객의 수준이 낮은 거라고 말하기도 하고, 관객이 작품을 비판하면 자신은 전문가임을 앞세워 무시하였지요. (예전에 뮤지컬 조연출이 연출과 함께 대놓고 관객을 비하하다 결국 조연출 자리를 내려놓은 적도 있었지요.) 한번은, 같이 공연했던 배우들과 술을 마신 적이 있었습니다. 자기들은 뮤지컬 마니아들이 뚱뚱하고 안경을 써서 너무 싫다는 말을 하더군요. 세상에. (뮤지컬 마니아들이 뚱뚱하고 안경을 썼다는 건 정말 선입견이구요.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저런 비하를 해도 되는 건 아니지요) 그 말을 듣고 있는 저도 사실 뮤지컬 마니아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기뻤답니다.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게요. 마땅히 가져야할 권리를 되찾은 게요.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무대를 상식이 통하는 곳으로 바꾸기 시작하는 게요. 솔직히 이번 일을 계기로 공연계 전체가 아예 리셋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답니다.

 

리체르카님의 [한겨울밤의 초대]에서의 “그 천사님”은 저에게 있어서는 회전문을 도는 팬에서부터 공연을 사랑하는 뮤덕, 단순한 수용자에서 벗어나 주체적 생산자로 거듭난 모든 관객들이었답니다. “관크”하는 말도 안 되는 권력자들을 몰아내고 “클린”한 관람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저도 방관자에서 벗어나야하겠지요.

 

덧) 브릿G에는 공연 마니아분들이 엄청 많은 것 같더군요. 너무 반가웠답니다. 희곡이나 공연을 소재로 한 글도 더 많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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