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아쉬운 감이 있는 호러 판타지 공모 브릿G 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아고스티즈 (작가: 리체르카, 작품정보)
리뷰어: 도련, 1월 17일, 조회 95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우선, 바다나 항해에 대한 제 지식은 어디까지나 어렸을 때 대항해시대 3(1997년 한국에 출시되었습니다.)를 플레이한 것이 다라는 점을 밝히겠습니다. 즉, 관련 지식을 말해 보라고 누군가 물으신다면 어물어물하다가 “원X스에서 루X는 아직도 고X메리호를 타나요…?”라고 말하는 것이 최선일, 뭐 그런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저는 작품을 읽을 때 ‘현실적으로 얼마나 엄밀하게 디테일을 표현했는가’가 아니라 ‘그 작품 내부의 논리 안에서 얼마나 이야기가 말이 되는가’를 우선적으로 따지는 사람입니다. 이 리뷰를 읽으실 때는 이 점을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호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고스티즈의 미덕을 꼽으라면 역시 이 소설이 상당히 준수한 호러 판타지 단편이라는 점을 들겠습니다.

특히, 처음의 밝고 희망찬 분위기가 점점 암담해지면서 마지막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이 매끄러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결말보다 릿초와 엘리스가 사라지고 발견되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테라 인코그니타’로 대변할 수 있는 ‘미지’의 존재와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는, 기록자이자 화자일 뿐인 선장이나 미신에 사로잡힐 때도 있는 선원이 아니라 미지에 맞서는 ‘지식’을 소유한 항해사 엘리스와 릿초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두 사람은 사실 이야기 속에서 꼭 사라져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지요.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호러 소설을 굉장히 열심히 읽은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반전이나 결말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거든요. 만약 장르에 ‘호러’라고 쓰여 있었다면, 처음 “칼리페에 영광 있으라!”라는 문구가 나올 때부터 “음 혹시 이렇게 저렇게 해서 마지막에는 이렇게 끝나지 않을까?”하고 예측했을 터이고 아마 제 예측은 상당 부분 맞아떨어졌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서 이게 판타지가 아니라 판타지를 빙자한 호러라는 것을 눈치채고 난 다음부터는 그러하였고요. 그래서 마지막 부분이 크게 울림있게 다가오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 단편을 마냥 깎아내릴 수 없는 까닭은, 제가 기본적으로 호러나 호러가 섞인 이야기에 가산점을 깔고 들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결말까지 자연스럽게 이끌고 나가면서 긴장감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디테일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거야 이 작품을 새로 쓰거나 다음 작품을 쓰면서 보강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장르의 틀에서 조금 더 나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장르의 틀에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작품도 이 세상에는 많은 걸요.

만약 다음에도 또 호러를 써주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굉장히 감사하겠다는, 그러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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