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소금을 까맣게 태워 돌아와 다오 감상 브릿G 추천

대상작품: 그녀 앞에서 (작가: 아그책, 작품정보)
리뷰어: 한켠, 17년 12월, 조회 63

한아, 한이야

아이의 죽음은 언제나 슬픈 일이다. 영정을 준비하지 못해서 출석부의 사진을 확대한 검은 액자 안의 사진은 늘 마주 보기 힘겹다. 이미 죽은 너는 그런 걸 모를 것이다.

한아, 한이야

네 친구는 다시는 <인간실격>을 다시는 읽지 못할지도 모른다. ‘모른다’는 말의 의미를 오래 곱씹게 될 것이다. 친구가 고민을 토로할 때 너를 떠올릴 지 모른다. 누군가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때 마음이 조급해질 것이다. 막을 수 있는 죽음이란 게 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연애를 할 때마다 애인과 동반자살을 여러번 시도했고 끝내 성공했던 다자이 오사무를 떠올렸다가 황급히 도리질칠 지도 모른다.

한아, 한이야

네가 살지 못한 삶을 네 친구는 살아갈 것이다. 삶의 순간들마다 너를 떠올릴 때가 있을 것이다. 술 말고 독을 마시고 싶은 날이 있을 것이다. 삶이란 게 얼마나 가벼운지 무거운지 무게를 재 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네 팔의 흉터를 생각할 것이다.

처음 알바로 돈을 벌 때 치킨 한 마리를 혼자 먹던 어느 날에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처음 안던 순간에 네 친구는 네가 누리지 못했던 삶을 안타까워 할 지도 모른다. 취해서 욕하는 손님들에게 허리를 숙일 때 휴학을 걱정할 때 너는 어른의 비애와 고단함을 알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고 애써 위안할 것이다.

한아, 한이야

내 친구가 죽기 전 나는 그 애에게 엽서를 쓰려고 했었다. 내 삶이 바쁘다고 미루다가 엽서를 쓰기도 전에 친구는 죽었다. 나는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 어쩌면 처음으로 취직을 해서 직장생활이 힘들다는 나의 말이 자랑처럼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 나는 내 말이 자랑처럼 들릴까 조심하는 사람이 되었다. 가끔 친구의 이유를 생각하는 날이 있다.

한아, 그러니 한이야

네 친구가 너무 잘 살고 있거든, 네 친구가 살아있다는 게 질투나거든 하얀 소금을 까맣게 태워 돌아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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