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으로 죽어간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을 기억하라! 감상 브릿G 추천

대상작품: 마리우드 변주곡 (작가: 리체르카, 작품정보)
리뷰어: 김설단, 11월 7일, 조회 89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반도체 생산직으로 일하던 23살 황유미 양은 백혈병으로 사망합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리로 나섭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에 일하던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백혈병, 재상불량성 빈혈, 림프종, 유방암, 난소암 등으로 고통받고 있음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피해자들,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거대 기업과 사법 권력, 그리고 세상의 무관심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세상은 대체로 이 피해자들에게 무관심합니다. 반도체는 21세기의 황금알이고, 삼성전자 주식이 오르면 누군가는 한턱 쏩니다. 우리 대부분은 이익에 눈이 멀었습니다. 그래서 닥쳐오는 위험을 알리는 누군가의 진솔한 경고를 듣지 않습니다. 무언가가 우리를 안쪽부터 갉아먹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대신 달콤한 약속을 냉큼 믿습니다. 안 그런 분도 계시겠지만, 어쨌든 저는 지금껏 그렇게 살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사실입니다.

<마리우드 변주곡>을 읽으면서,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길고 외로운 투쟁을 떠올렸습니다. 저 역시 침묵하는 다수 중 하나임을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마리우드 변주곡>은 완성도 높고, 재미있는 판타지입니다. 한마디로 걸작입니다. 이런 용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소설을 ‘사회파 판타지’라고 부르고 싶군요. 판타지라는 칼날로 현실을 베어서 피가 뚝뚝 흐르는 단면을 보여줍니다.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대면했을 때, 우리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확하게 그려냅니다. 진실 대신 거짓 희망을 택하고, 희망의 노예가 되어 침묵을 지키고, 그 침묵의 품삯으로 연명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비극적인 결말이 어떠한지도요.

혹시 이 소설을 안 읽으신 분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군요. 재미있습니다. 눈을 뗄 수 없을만큼 흥미진진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소설을 강력 추천하는 이유가 단지 작품의 재미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군요.

저는 브릿G 운영진의 성향을 모릅니다. 그래서 이 리뷰가 불시에 짤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없습니다. 약관 동의 여부를 체크하는 자리에 또렷하게 적혀 있네요. 여차하면 관리자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다고요.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한 번 더 외치겠습니다.

“백혈병으로 죽어간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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