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의 시간』은 시공을 가로지르는 담대한 상상력과, 존재와 관계에 대한 치열한 물음을 던지는 사유의 서사다. 기원전 중국의 혼돈, 20세기 한국의 격동, 36세기 미래의 낯선 풍경을 ‘청록의 시간’이라는 고차원의 공간으로 관통시키며, 작품은 그 자체로 경계를 넘나드는 고행의 여정을 선사한다.
작품이 다루는 ‘경계’는 단지 시대나 장소의 전환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타인과 세계를 마주하며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지점이다. “우리는 모두 타인과 세상과의 경계, 그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가 내 존재의 가치가 된다”는 문장은 이 작품의 핵심이자 뿌리이며, 독자의 내면 깊은 곳을 두드리는 고요한 진동으로 남는다.
장르의 경계 또한 과감히 넘는다. SF, 역사, 무협, 정치, 팩션, 미스터리 등, 이질적인 요소들이 단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유기적으로 엮여 있으며, 그 안에서 실존 인물과 사건은 허구와 어깨를 맞댄다. 마치 현실과 상상의 경계도 허물어져 하나의 운율로 흐르는 듯한 감각이다.
총 10회의 1부는 각각 회차마다 독립적인 리듬을 지닌다. ‘회남자’, ‘두부’, ‘피우지 못한 꽃’과 같은 제목은 시대의 향기를 머금으며, 시적 은유와 상징으로 풍성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작가의 언어는 문학적이며 섬세하다. 묘사 하나하나가 인물의 내면과 배경의 질감을 고스란히 살려내며, 독자는 마치 과거의 먼지를 들추듯 조용히 이야기 속으로 침잠하게 된다.
이미 2부로 접어든 현재, ‘낫지 않을 상처’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실타래는 더욱 복잡하고 깊어질 것이다. 독자로서 기대하는 바는 단순한 사건의 전개가 아닌, 그 속에 담긴 인물의 선택, 시대의 그늘, 존재의 고통에 대한 치열한 탐구다. 이 작품이 끝내 우리에게 남기려는 문장은 무엇일까—그 물음을 품고,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