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의 온도>를 읽고 브릿G 추천

대상 작품: 화상의 온도 (by 수중도시)
리뷰어: 승아지, 8월 10일, 조회 52

이 글은 리뷰가 아니라 나를 위해 쓰는 감상문이다.

 

스포일러 주의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단 두 명이다. 갈색 보브컷을 한 소녀와, 소녀와 친해보이는 한 소년. 이렇게 둘 뿐이다. 두 사람의 세상 속에 다른 인물, 즉, 방해꾼은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가 소녀의 헤어스타일을 굳이 정해놓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평소 생각하고 있던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린 뒤 그것을 그대로 묘사했을 수도 있고, 실제로 보브컷을 한 소녀를 보면서 이 소설을 썼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소녀의 헤어스타일에 대한 묘사는 소녀의 소녀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브컷은 짧은 머리이고, 여자는 보통 머리가 짧을수록 어려보이기 때문이다.

 

소녀와 소년의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몹시 어른스러운 것 같다. 소녀는 소년이 걱정할까봐 살짝 데인 것 뿐이라며 안심시키려 하고, 소년은 소녀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면서 상처를 보려한다. 이런 장면은 부모와 자식 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자식이 다쳤을 때 부모님은 다친 부위를 보려고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소년이 부모님 역할을 한다. 소녀의 보호자 노릇을 자처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결코 평범한 관계가 아니다. 둘은 서로를 단순히 친구라고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 그 이상의 감정이 느껴진다.

 

소년은 소녀의 상처를 보는 과정에서 소녀의 손을 잡게 된다. 그저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잡았을 뿐이지만, 소녀에겐 소년의 손길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소녀는 쟁반에 데였을 때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느낀다. 소년의 체온이 특별히 높은 건 아닐 것이다. 찬물로 손을 식히는 바람에 체온이 내려가서 소년의 손이 더 뜨겁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소녀가 소년을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평균 체온인 섭씨 36.5도는 높은 온도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온도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았을 때, 볼이 빨개지거나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따져보면 A가 B에게 열을 전해주었을 때, A의 온도는 B에게 전해준 만큼 낮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연인들끼리 손을 잡았을 때 양쪽 다 따뜻해진 것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과학적인 근거를 대며 대답을 하는 건 몹시 성가신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사랑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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