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브릿G 추천

대상 작품: 대모 마녀의 축복 (by J ha)
리뷰어: bridge, 8월 7일, 조회 103

대모 마녀의 축복.

 

썩 맛나 보이는 제목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눈길을 끄는 구석이 있었다. 근래 들어 브릿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중편과 단편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고 있는데, 길지 않은 분량 덕에 부담되지 않음이 첫 이유이고 이 길지 않은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가들의 글솜씨를 감상하는 맛이 좋음이 두 번째 이유이다.

적당히 흥미로움을 유발하는 도입부에 이어 얼마 되지 않는 분량이 제법 만족스러웠던 대모 마녀의 축복은, 병문안을 온 ‘나’에게 친구가 해주는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자신에게 대모가, 그것도 대모 마녀가 있다는 사실을 믿지 말아달라면서.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져 있고 당연히 ‘나’도 글을 읽던 진짜 ‘나’도 ‘얘가 왜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엔 뭔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

 

‘나’의 반응을 보면 친구는 원래 이런 허무맹랑한 소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이었다. 얼추 판단하기에 그런 가상의 설정들에 즐거워하며 이야기를 늘어놓을 어린 나이도 아닌 듯 하다. 거기다 ‘믿어줘’가 아니라 ‘믿지 말아줘’라는 부탁이라니, 뭔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 그리고 그 ‘이상함’ 때문에 글을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결국 본론에 들어서게 되며 친구가 꺼내놓은 말은, 자신이 아픈 것이 이 대모 마녀의 탓이라는 것이다. 이쯤되니 친구가 정말 많이 힘들었나보다 싶기도 하고 소녀적 감성에 젖어 현실회피라도 해보고 싶은건가 생각이 든다. 게다가 친구의 마녀 운운보다는 오히려 여기에 격하게 반응하며 욕지거리를 하고 흥분하는 ‘나’의 행동에 이질감이 느껴진다. 울그락불그락대는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나’는 친구가 보기에 이 이야기를 충분히 ‘믿어줄’ 사람이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예상은 들어맞았다. 나의 것도, 친구의 것도.

 

어느 애니메이션을 보다 알게 된 이야기가 있다. 진심으로 상상의 인물들을 믿어주는 아이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그 인물들이 힘을 얻고 번성하게 되고, 그들을 기억하는 순수한 믿음의 심장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그 영향력과 존재감도 다같이 약해진다던.

 

비슷한 관점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다소 루즈한 이미지로 머릿속을 채우더니 끝에 다다를 무렵엔 단단한 벽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아무런 다툼의 이미지 없이도 작은 전쟁을 치르고 난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긴 글이었더라도 매력있었을 듯 하지만, 이렇게 적은 분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아낸 단편이라 추천하기엔 더 좋은 듯 하다. 마치 차를 마시고 나니 혀 끝에 살짝 떨떠름함이 남은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축복이랍시고 저주를 내린 마녀에게 저주를 하며 글을 마무리짓다니, 꽤나 단단한 마무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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