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야기로 즐기는 두 가지 해석 의뢰(감상)

대상작품: 아닌가 봅니다 (작가: JIMOO, 작품정보)
리뷰어: 적사각, 6월 12일, 조회 34

*본 리뷰를 읽기 전에 본편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때문입니다. 소설 분량도 길지 않고 재밌으니 금방 읽으실 수 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이 목적이든 작품 전체를 내포하든 제목을 집착 수준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필자에게 ‘아닌가 봅니다’란 제목은 상당히 눈길을 끌었다. 아닌가 봅니다. 무엇이 아닐까. 무엇이 등장인물을 착각하게 만들었을까.

 본작품은 상당히 강렬한 대사로 시작한다. ‘타이어 펑크나 나버려라!’ 정아는 달리는 차에 저주나 다름없는 말을 쏟아내고는 그 말을 취소한다. 도로 한복판에 자신을 내리고 떠난 전 남편에게 죽으라는 소리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처럼 극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악인은 없다. 나쁜 말을 내뱉어도 나쁜 생각을 해도 금세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취소하고 걱정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러할 거란 생각에 정아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특히 ㅇㅇ새끼, 라며 전 남편을 욕하면서 그것이 시부모에 대한 욕이 아니라며 시부모는 좋은 사람이라고 독자에게 변명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도로에 내버려진 정아는 운좋게 정차한 택시를 발견하고 다른 말을 못하게 택시에 타버린다. 정아는 불편한 운전에 몸을 맡긴 채 무사히 귀가한다. 여기서도 전 남편이 절대적인 악인이 아니라는듯 돌아온 정아에게 매달리며 용서를 구한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이라 필자 개인적으로는 좋게 보이지 않지만 사과를 하니 아주 나쁘지는 않다고 해주겠다.

 그로부터 한 계절이 지나고 정아는 연쇄 살인 뉴스를 보고 TV에서 용의자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으로 극은 끝난다.

 본작품은 기본적으로 유머가 깔려있고 분위기가 가볍다. 등장인물—정아와 전 남편의 태도가 그러하다. 이혼했지만 아이를 위해 만나고 싸우지만 금세 화해하는 모습은 상황을 무겁게 바라보는 사람은 하기 어렵다. 필자는 이혼도 무겁고 사람에 따라서는 큰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아 부부의 태도를 보면 필자가 너무 무겁게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가족 드라마 같은 극의 분위기는 택시 운전사의 등장으로 불편해진다. 정아가 무작정 택시에 탔다고 하나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것도 그러하고 아무 택시나 함부로 타고 그러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도 그러하다. 필자가 느낀 불쾌함은 점점 더 상상력을 뻗어나간다. 정아의 등장에 적잖이 당황하는 택시 운전사의 태도, 음주 운전이 의심될 만큼 엉망인 운전 실력. 과연 택시 운전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기서부터는 필자의 상상이다.

 필자는 정아를 만나기 전 택시 운전사의 상황을 그려보았다. 택시 운전사는 우연히 첫 살인을 저질렀다. 그는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트렁크에 싣고 택시를 몰고 나왔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차가 멈추었고 그 사이에 정아가 타고 만 것이다. 다행히 정아가 눈치채지 못했지만 택시 운전사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들킬까 당황한다. S자 운전도 트렁크에 욱여넣은 시체 때문에 자동차 균형이 맞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택시 운전사는 면허가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가 처리한 사람이 택시 운전사이며 피해자의 택시를 빼앗은 걸지도. 택시 운전사가 정아에게 돈을 받지 않은 이유도 빨리 정아를 내리게 하고 싶었고 카드를 사용하면 거래 날짜가 기록되기 때문에 혹여 나중에 자신이 저지른 살인 사건이 밝혀졌을 때 흔적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아에게 경고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건 정아가 택시 운전사를 진심으로 걱정했고 진심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택시 운전사도 진심으로 걱정 어린 조언을 해준 것이다. 물론 우발적인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독자는 그 이유를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그게 틀린 연결이어도.

 물론 이 모든 필자의 상상이 틀렸을 수도 있다. JIMOO 작가님이 남긴 코멘트(착해서 돈을 안 받은 게 아니라 카드 단말기 사용법을 몰랐답니다)처럼 택시 운전사가 경험이 적어 미숙했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치부하기에 뒤에 붙은 연쇄 살인 뉴스가 비장하고 수상쩍다.

 필자는 본작품을 재밌게 읽은 이유가 이 지점이다. 본작품은 독자를 두 가지 해석으로 이끌고 나간다. 이는 작가가 독자에게 알아서 해석하세요, 가 아니라 두 가지로 맛있게 먹어보세요, 라고 권한 것이다. 필자가 길게 늘어놓은 상상도 그럴듯하고 정아가 겪은 기묘한 경험과 연쇄 살인 사건을 긴밀하게 연결 짓지 않아도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결말로 끌고 가는 이야기도 재밌지만 독자의 상상력을 믿고 한 이야기를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도 참 즐겁다.

 정아가 겪은 일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는 조금 특별한 일을 가끔 겪는다. 하지만 그것은 별것 아닌 나만의 특이한 에피소드일 경우가 많다. 전 남편과 싸워 도로 한복판에 내리는 해프닝처럼. 하지만 이것이 큰 사건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남이 겪으면 안타까운 일이고 내가 겪으면 안 되는 일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아닌가 봅니다’는 내가 겪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로 느껴졌다. 또다른 해석으로는 작가님이 독자에게 택시 운전사가 연쇄 살인 용의자가 ‘아닌가 봅니다’라고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답을 가리키고 있었고 필자는 그것을 못 본 척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에 불편함을 살짝 얹은—긴장을 놓을 수 없는 아주 좋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ps. 의뢰 받은 리뷰는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입니다. 모쪼록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고 엉뚱한 해석은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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