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집으로 가는 길 감상

대상작품: 우주 너머에 집을 지으면 (작가: 서재이, 작품정보)
리뷰어: 피오나79, 11월 21일, 조회 21

10년 전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지구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싱크홀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싱크홀은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게 만들었다. 지면이 무너질 때마다 인명피해가 어마어마했으므로, 재작년부터는 AI 드론에 싱크홀 감지 기능을 추가해 발생 10분 전부터 예상 구역에서 벗어나라는 경고음이 울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크홀로 인한 인명피해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7년 전 싱크홀로 처음 집을 잃었고, 그날 가족들도 함께 땅 밑으로 떨어졌다. 남겨진 것은 ‘나’와 반려견인 갈색 푸들 초코뿐이었다. 나는 그 동안 초코와 함께 여러 번 집을 옮기며 홈리스로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 곧 그들은 지구를 떠날 예정이다. 지구와 아주 흡사한 행성인 Alter71로 단체 이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초코를 데리고 셔틀에서 내려 드론을 따라 발사대로 향했다. 조만간 지구의 지면이 다 무너질 거라고 하니, 낯선 행성으로 이주하지 않는 한 살아남을 확률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우주선 세 대가 잘못 만들어져 지구를 떠날 수 있는 인원이 그만큼 줄어들었고, 그런 이유로 동물들은 데려갈 수 없다는 거였다.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들을 지구에 버리고 홀로 떠난다는 것은 결고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이야기는 ‘나’의 선택과 그 이후에 벌어진 상황을 그리고 있다.

SF라는 장르에서 반려동물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은 누구나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동물들의 정말 가족 구성원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폐기처분이 가능한 상품으로 취급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생명에게 잔인하고 무참해질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뉴스에 보도되는 동물을 향한 잔혹한 사건들을 보면 분노에 휩싸이곤 했다. 물론 이 작품이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삶을 모색한다던가,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한다는 설정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가족을 잃은 반려동물들과 함께, 곧 무너질 지구에 남겨진 상태로, 종말을 기다리고 있는 마음이란 어떤 걸까. 싱크홀에서 기어 나온 알 수 없는 존재, 검붉은 ‘그것들’의 등장으로 뭔가 본격적인 위기가 벌어질 줄 알았지만 급하게 마무리된 듯한 결말은 다소 아쉬웠지만, 해피엔딩에 대한 여운을 남겨주는 것은 괜찮았던 것 같다. 분량을 조금 늘려서 본격적으로 ‘그것들’이 극의 전개에 역할을 해주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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