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가 아니다.. 고스트쿨러다!! 공모(감상) 이달의리뷰 공모채택

대상작품: {충격} 귀/신/동/력/가/전/제/품/판/매/! (작가: 담장, 작품정보)
리뷰어: 이스트라이트, 7월 3일, 조회 92

(영상은 흥겨운 고스트버스터즈 테마. 틀어놓고 있으시면 좋습니다)

(이 리뷰는 지극히 본인의 취향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가 재밌게 봤던 옛날 영화가 있습니다. 저는 희안하게도 20세기 말에 태어나서 대부분의 삶을 21세기 초에 살아왔는데, 막상 제가 제일 좋아하는 SF 영화들은 대다수가 항상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 영화들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게임도..)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외국에서는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굉장히 마이너한 SF 영화도 많이 봤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고스트버스터즈입니다. 최근에는 원작에 경의를 표하는 후속작인 고스트버스터즈 애프터라이프. 한국에서는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라고 이름 붙은 신작이 개봉했죠.

이 영화의 스토리는 대충 초자연적 현상을 조사하는 초심리학자 교수 세 명이 대학에서 쫓겨나며 시작합니다. 그들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령 탐지기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령을 물리적으로 박살(실제 주인공 중 하나인 레이의 대사.)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자. 주인공 초심리학자중 한 명인 뱅크먼이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만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들은 휴대용 입자가속기를 만들고 양성자 빔으로 유령을 붙잡아 자신들이 개발한 유령 덫으로 유령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고객의 의뢰를 받고 귀신 들린 집에서 유령을 잡아내는 유령 포획 일을 하게 됩니다. 이 기발하면서도 의사 과학스러운 정신 나간 아이디어로 가득한 코미디 영화는 미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는 꽤 들어본 사람이 적지만. 최근에는 제가 즐겨보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서 주인공 일행이 할로윈 코스튬으로 고스트버스터즈가 나오면서 한국에서 조금이나마 더 알려졌죠.

하여튼. 이 리뷰에서 그 영화를 언급하는 이유는. 제가 예전에 이 영화를 떠올렸던 아이디어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유령 덫에 갇힌 유령은 고스트버스터즈 본부에 있는 일종의 유령 저장고안으로 옮겨지는데요. 그걸 보면서 든 생각은 ‘저거 유지하려면 엄청난 전력이 들 것 같은데. 실제로 저런 시스템 만들면 오히려 엄청난 적자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반물질이나 토카막 핵융합 과정에서 생기는 플라즈마도 어디로 요동칠지 몰라서 현재 기술력을 뛰어넘는 미친 듯이 강력하고 복잡한 초전도 자기 구속 시스템이 필요한데. 지각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에너지인 유령을 영구적으로 붙잡는 시스템이라니.. 도대체 저딴 미친 기술을 어떻게 만듭니까?! (물론 보통 사람은 이런 생각 안 하겠지만. SF 작가라서..)

그러다보니 또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 작품을 보는 분들은 보통 SF나 하드 SF 작가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어릴 적에는 저도 초자연적인 소재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어렸을 때 UFO나 외계인. 미확인 생명체 같은 것에 상당히 집착하며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유명한 도시 전설이나 전설 속 괴물 같은 것을 상당히 잘 알고 있었죠. 다만 점점 성장하면서 건전한 과학과 과학적 방법론을 배우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전부 조작이거나 실험적 증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결국 그것들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런 초자연적인 존재가 찍혀있는 영상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믿지 않게 되었죠. (왜냐하면 아무리 봐도 뻔하잖습니까. 왜 초고화질 영상을 찍을 수 있는 휴대폰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시대인데. 왜 초자연적인 현상 하나조차 흔들림 없이 선명하게 찍지 못하는 거죠?)

다만 더 이상 그런 것들을 어릴 때처럼 순진하게 믿지 않았지만 엄연히 ‘재미’의 영역에서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가 실제가 아니라도 재밌는 것처럼) 그런 영상을 계속 보았고. 그러다보니 알게 된 초자연적 현상이 있습니다.

항상 사람들이 폐가나 귀신들린 장소에 갈 때마다 한번씩 느끼는 ‘싸늘한’느낌이 있는데요. 이런 현상을 ‘콜드 스팟’이라고 합니다. 유령은 본질적으로 주변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유령이 지나갈 때마다 온도가 떨어진다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뉴턴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사실 뉴턴이라면 자신이 세운 열역학 제 2 법칙을 깨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덤에서 잠잠히 있으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리고 저는 그걸 보고는 ‘만약 고스트버스터즈처럼 유령을 붙잡아둘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유령이 일으키는 콜드 스팟 현상으로 냉장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소설 아이디어로 괜찮더라고요.

다만. 저는 제 소설에서 의사 과학을 옹호하고 싶지 않았기에. (옹호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내 소설을 보고 그런 의사 과학을 진지하게 생각할지도 몰라서) 그 개념을 그냥 ‘아이디어’로 남겨놓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진지하게 생각한 건가 싶을 정도였지만. 사실 SF에 유령을 넣는 소재는 너무 많았습니다. 안 그래도 자꾸 사람들이 SF로 사후 세계나 유령 소재를 너무 많이 써서 아이디어를 써도 식상할 거라 생각했죠. 어차피 누군가가 언젠가 쓸 거라 생각하고요.

그런데.. 예상 이외로 아무도 쓰는 걸 못 봤습니다. 아니.. ‘의도적으로 임사체험해서 저승을 탐사하는 SF(타나토노트)도 있는데 콜드 스팟으로 냉장고 만드는 소설이 없다고?! 진짜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거야?!!’ 하고 생각했죠. 저는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작품 속에서라도 유령같은 불건전한 의사 과학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라는 과학적 정직함(?) 때문에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고스트버스터즈를 좋아한 것도 그 작품이 ‘전혀 진지하지’ 않았기에 관객들이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역시 머릿속으로 떠올린 아이디어를 안 쓰니 너무 아쉬웠습니다. ‘아.. 소재 자체는 무척 재밌는데..’ 하고 생각하면서요. 저는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수 년 내내 ‘누군가 이 아이디어를 떠올려서 작품을 만들어줬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동안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저는 혼자서 SF 소설을 쓰다가 어느 날 브릿G를 알게 되고. 벌써 가입한지 1년 가까이 되어갔습니다. 역시 독자층에게 인기있는 판타지와 호러 장르 답게. 사후 세계나 유령을 소재로 한 SF도 정말 브릿G에서 많이 봤는데. 정말 사람들이 유령이나 사후 세계를 엄청 좋아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언제나 셜록 홈즈가 말한 것처럼 ‘유령들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낸’ 상상의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했기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령을 진지하게 믿는 걸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이럴 수가. 어느 날 저는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 이 작품을 알게 되어버렸습니다.

이 작품을 만든 담장님은 제 작품의 애독자이십니다. 묘하게 평소에 담장님과 취향이 정말 잘 맞는 일이 많은데. 제 연재작인 감성 가득한 하드 SF 스페이스 오페라 아우터 오션스나. 편집부 추천작인 한 편의 짧은 기괴한 이야기 풍의 SF 단편인 ‘미식가들이 레스토랑에 찾아온 날’도 굉장히 재밌게 읽어주셨죠.

저는 처음에 담장님 글을 읽고 ‘와.. 이 분 글쓰기가 장난 아니시네.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하고 생각했고. 제가 언제나 해보고 싶었던 자각몽을 소재로 한 짧은 연재작이나. 최근에는 편집부 추천작으로 뽑힌 ‘미분음의 기록’도 1화를 본 뒤에 ‘이건 일단 글 좀 쓰고 시간 나면 바로 정주행한다’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담장님 작품은 꼭 제가 좀 더 하드 SF가 아닌 대중적인 방식으로 글을 썼다면 (괴담이나 섬뜩한 이야기 중심으로) 이런 작품을 쓰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하게 생각하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제 애독자이자 제가 브릿G에서 즐겨 읽는 멋진 작품을 써주시는 작가님이 제가 수 년 동안 묵혀두었던 정확히 같은 아이디어의 단편을 만들었습니다.

제목은.. 경악스럽게도. {충격} 귀/신/동/력/가/전/제/품/판/매/! 였고. 저는 그걸 보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설마.. 이거 내가 수년 전에 떠올렸던 콜드 스팟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정신 나간 장치를 소재로 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고 소설이 올라온지 대략 몇 십분 된 시점에서 바로 들어가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 세상에. 이 작품은 제가 정확히 상상했던 그대로의 작품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에어컨에서 머리칼이 휘날리는 공포 영화스러운 ‘우리 집 정수기는 얼음 나온다’의 패러디 광고로 시작하는 걸 보고. 이건 대박이다. 하고 생각했죠. 저는 일부러 아무 반응도 안 남기고 나중에 리뷰를 쓰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이 작품은 유령(귀신)들을 가두어 콜드 스팟(작중에서 콜드 스팟이라는 용어는 안 쓰이지만 분명히 콜드 스팟을 소재로 합니다..)현상을 이용한 냉각 기술을 만들어내는 수상한 회사에 주인공 ‘나’가 피실험자로 참여하면서 진행됩니다.

저는 문자 그대로 이 작품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아니.. 작중 캐릭터들의 고통(??)때문이 아니라. 이게 정확히 제가 만들고 싶었지만 유령을 소재로 하는 거라서 만들지 않은 작품이었거든요. 마침내 누군가 이 소재를 써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 소재를 쓴 사람이 평소에 취향이 잘 맞아 서로의 작품을 즐겨 읽는 작가님이라는 사실에서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이 작품은 심지어 제가 발전시키지 않았던 방향으로의 아이디어도 뻗치는데요. 정말 재밌었습니다. 예전에 콜드 스팟 냉장고를 떠올렸을 때는 위에서 언급했던 것 같이 ‘도대체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지 않고 유령을 가두는 장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문제로 머릿속에서 상당히 많이 고민했는데. 이 작품은 그것을 고대로부터 동양 세계에서 내려져오는 수천 년 간 입증된 기술로 해결했습니다.

그냥 부적을 쓰는 겁니다!! 

아니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무슨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자기 구속 시스템 따위는 필요가 없었습니다!! 순수한 과학적 관점에서 저는 이 방법을 써볼 생각을 한번도 못해봤습니다. 생각을 했더라도 부적이란 것 자체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사실 유령의 존재 자체를 신뢰하지 않았기에)생각조차 못했죠. 고스트버스터즈의 휴대용 입자 가속기와 유령 덫을 개발한 에곤과 레이는 왜 진작에 이 방법을 안 썼던 걸까요?! 아마도 거기가 미국 뉴욕이고 동양 부적을 꾸준히 공급 받기에는 무리였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양에서는 일반적인 과학이 동양 세계보다 발달한 대신. 유령과 관련된 테크노-소서리(Techno-sorcery. 네. 방금 만들어낸 용어입니다.) 기술은 동양 세계와는 달리 많이 발달하지 않았으니까요.

솔직히 생각하면 고스트버스터즈는 단순히 의뢰를 받고 유령을 잡아서 돈을 벌 것이 아니라. 유령을 잡아서 콜드 스팟 현상을 이용하는 쪽이 훨씬 이득이었을 겁니다. 왜 주인공 일행은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요?!

이 작품은 그 이유도 알려줍니다. 저는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을 때 이 문제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했는데. 만약 유령을 그런 식으로 쓴다면 유령 자체를 착취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소재를 쓰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그 이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담장님은 제가 쓰지 않은 아이디어를 확장해서. 한때 죽은 사람들이었던 유령들이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가전 제품에 갇히면서 착취당하는 암울한 시나리오를 만드셨습니다. 제가 감히 상상도 못한 더 심각한 방법은. 콜드 스팟 현상을 더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유령이 강력한 한을 품도록 일부러 잔혹하게 살해하는 잔혹한 방법으로 더 효율성이 높은 콜드 스팟 테크놀로지를 만드는 사람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죠. 만약 이런 기술이 실존한다면 정말 이런 짓을 할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건 SF로서 굉장히 좋은 작품인데. SF 장르를 정의하는 주요 특징 중 하나가 ‘새로운 과학 기술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탐구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이는 굉장히 SF라는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대중적인 유령 소재를 잘 결합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저는 이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은 주인공 ‘나’가 피실험자로 참여한 이후 끊임없이 사건의 진실을 요구하는 언론인들과 윤리적 문제로 심리적 고통을 겪으며 끝납니다. 나중에 작가님이 이야기를 더 확장해서 쓴다고 하셨기에 무진장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뷰를 끝내기 전에 언급하자면. 작품에서는 유령의 한이 중심 소재로 등장하는데. 막상 이 작품으로 ‘콜드 스팟 테크놀로지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저는 이 작품을 읽고 성불(?)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스포일러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읽지 않으신 분은 빨리 이 리뷰 페이지에서 나가셔서 당장 이 작품을 읽어보세요. 고작 30매 정도 분량밖에 안됩니다.

그러고 기억하세요 여러분. 유령을 기반으로 만든 기술을 상용화해서 돈을 벌고 싶다면. 만들어야 할 기술은 고스트버스터즈가(Ghostbusters) 아닙니다. 바로 고스트쿨러(Ghostcooler)입니다!! 다만 지옥행 영혼들만 잡으세요. 선량한 영혼 잡았다가는 당신도 지옥에 갑니다. 아니면 고스트쿨러에 갇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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