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읍시 호러론 – 경계해체적 성질을 중심으로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비읍시 이야기 (작가: 레드향20, 작품정보)
리뷰어: NahrDijla, 5월 23일, 조회 20

비읍시 이야기의 장르는 호러입니다. 그리고 도시 기담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인 공포를 상상할 때, 비교적 비현실적인 상황을 전제하고는 합니다. 이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을 겁니다. 하나는 공포의 확장성을 고려할 때, 그 제한을 해제하는 역할입니다. 공포는 탄탄한 현실 감각을 전제로, 우리가 거부해왔고 타자화 해 온 감각을 ‘이 곳에’ 소환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두 번째론, 우리의 현실과 분리함으로써 공포의 영역을 가상의 세계에만 두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잘 조형된 공포는 우리의 거부를 무시한 채 현실의 체감 온도를 한 10도쯤 낮추게 만들겠지만, 어쨌든 현실과 가상은 구별할 필요가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호러의 성질과는 달리 비읍시 이야기는 낙후된 중소 도시의 현실을 탄탄하게 조형합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간혹 발견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현실이나 뉴스 어디에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입니다. 비읍시 이야기가 풍기는 공포의 차별화는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그 것은 내가 ‘겪었던’ 이야기를 통해 이미 ‘공격 당한’ 현실을 통하여 공포를 소환합니다. 일반적으로 호러 소설이 ‘공격 당할’ 현실을 제안하는 것과는 무척이나 다른 양상입니다. 그 것은 단지 소설의 양식 자체가 회고적인 성격을 띄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것은 엄격하게 구분된 우리의 현실과 호러 세계의 경계를 해체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이든 연극이든 영화든 서사 텍스트는 항상 허구적이고 폐쇄적인 세계를 만들고 수용자 자신을 잊고 이야기에 참여하도록 초대합니다. 모든 작품이 그러하듯, 호러 역시 몰입을 통해 공포 감각과 미적 쾌감을 수행합니다. 여기서 해체된 경계 속 비읍시 이야기의 몰입은 ‘관찰자’로서의 독자가 아닌 확장된 현실 속의 독자가 되어 진행됩니다. 이를 통해 너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로 확장되고 호러가 으레 갖는 소격화 없이 공포감은 현실이 됩니다.

때문에 소설은 또 하나의 특징을 가집니다. 일반적으로 ‘비극적인 성격의 서사를 띄는 호러의 서사성’과 달리, 보다 르포적인 것에 가까운 서사성을 띕니다. 비극성은 개인의 욕망으로 하여금 인과와 당위성을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를 소거함으로써 현실 그 자체를 조망합니다. 물론 이러한 특징은 비읍시의 현실성을 극도로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혐오가 가지는 폐해를 소거하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지점에서 호러가 가지는 혐오성, 즉 공포라는 감각이 불러오는 현실 배제적인 감각은 타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전제 하에 가상이라는 공간 속에서 용인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비읍시 이야기가 가진 경계 해체적인 속성으로 말미암아, 혐오성을 가지는 일은 다소 위험한 일이 됩니다. 혐오의 ‘대상’이 현실의 ‘대상’을 지정함으로써 ‘상처받는 주체’, 즉 타자 대한 공격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해체된 경계 속에서 호러는 기묘한 몰입을 불러 일으킵니다.

‘호러의 역설적인 즐거움을 설명하는 데에는 흥분전이이론(excitation transfer theory) 또는 서스펜스 즐거움 모델(model of suspense enjoyment)이 있습니다. 질만(Zillmann)은 호러영화에서 긴장감 넘치는 씬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감정은 더 많은 각성(arousal)을 유발하고 이는 위협이 해소된 후의 즐거움을 강화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관객들은 영화 도중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만 영화가 끝나면 위협이 사라지고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각성으로 즐거움을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읍시 이야기에서의 해소는 다소 모호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지, 라는 논조의 끝맺음과 더불어 남는 것은 우리가 듣고 보아온 현실입니다. 해체된 경계 속에서는 이런 양식으로 너에게서 이어진 나가 남아 공포를 조형합니다. 화자가 느꼈을 감정들은 우리가 느낀 감정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비읍시 이야기에서의 해소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걸까요.

역설적으로 해체된 경계기에 사라진 거리감은 그 자체로 우리가 현재에 있음을 상기하게 합니다.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또 다른 현실과 맞닿게 된 우리의 현실은 항상성으로써 존재하게 됩니다. 그 것은 우리가 살아왔음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비읍시 이야기의 미학적인 부분이 발견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삐죽 튀어나온 것들을 타자화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방식에 있었음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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