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너희까지 사랑하겠어 종말을 사랑하는 거지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살려줄 이유가 있는가 (작가: 오메르타,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5월 15일, 조회 82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빠짐없이 죽었고 필연적으로 죽는다. 종으로서의 인간뿐 아니라 생명체 모두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이를 느슨하게 확대하면 모든 종이 매 시간 끝을 향해 달리고 있으며 그 끝에는 멸종이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도시도, 나라도, 지구도, 끝내 우주도 언젠가는 에너지가 다해 죽으리라는 사실은 암묵적으로, 예외없이 생명체에게 공유되는 전제다. 인간을 비롯한 유기체는 종말론적인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명의 발달 이래 이 행성의 끝을 예언한 사람이 수도 없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생명의 주기적인 속성을 고려한다면 탄생은 예상이 가능하지만 죽음은 예측불가능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죽음을 예언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연히 중첩된 불길한 상황과 그에 잇따른 재난은 일종의 미신이 되기 마련이다. 어느 날에 사람이 대거 죽었고, 그 날과 비슷한 다른 날에 또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니 그날과 유사한 상황에 놓일 또다른 날에도 많은 죽음이 발생할 것이다. 어느 자리에서 별똥별이 떨어지거나, 어느 별과 어느 별이 일직선에 놓이거나, 어느 새가 울거나, 기이한 동물이 나타나거나. 하나의 현상과 죽음이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믿음. 그것이 현실에 결부될 때, 그리고 모든 인간에게 확대될 때, 샤머니즘적 종말론이 탄생한다. 어쩌면 종말론의 시작은 작은 불길함이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인류와 지구는 몇 번을 죽을 뻔했으나 용케 지금까지 살아있다.

과학과 이성이 세상을 장악했다는 시기를 지나며 이런 미신적 종말론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머지않아 재미와 이야깃거리로 전락해 가는 종말론의 소멸이 도래할까. 과학은 첨단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지구 밖의 위협을, 정말 모든 생명을 쓸어버릴 만한 재앙을 그것이 다가오는 속도보다 빠르게 예측할 수 있다. 이 행성을 삼킬 만큼 큰 재난이 아니라면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수단 또한 미약하나마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심성이 있는 몇몇 인류는 (심지어) 어지간한 재난에 견딜 수 있는 대피소를 만들어 놓았으며 생존자를 위한 식량이나 작물을 영구 보존하고 있다. 이쯤되면 드디어 인류가 종말을 정복했다고 낙관해볼 만하지 않을까. 질병이 있다면 치료하고, 소행성이 날아온다면 격추하고, 지구 내외부의 위협에는 어느 정도의 방어 태세를 취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정말 괜찮다 말할 수 있을까.

유사 이래 가장 안전하다고 해야 마땅한 지금, 모두가 감지하고 있는 그대로 우리 사회는 매우 위험하고 날카롭다. 지금, 천천히, 인간 공동체 내부에서 위협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네가 다르다고 서로를 멀리하고, 내가 만들어둔 안전지대에 네가 들어오면 안 되고, 나의 식량은 너에게 제공할 수 없다. 이런 마음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종말로 인류 전체를 이끌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안전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위험한 시대. 미처 싹을 자를 새도 없이 세상을 뒤덮어버린 이 위협적인 줄기를 우리는 이기심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망해도 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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