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의 혁명을 읽을 수 있다는 기적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잊힌 신이 내리는 계절 (작가: 목영, 작품정보)
리뷰어: 졸트랑, 22년 4월, 조회 49

처음에 잊힌 신이 내리는 계절을 읽기 시작한 건 혁명물이라는 태그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좋아하는 소재에다 문장까지 아름다워서 열심히 읽을 수 밖에 없었어요. 읽다보니 점점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늘어나서, 인생작을 꼽을 때 꼭 언급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영업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것들 중 첫째는 역시 주인공의 연애입니다. 처음부터 나오는 요소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적이에요. 초반엔 아무래도 주인공이 북부대공 주니어(!)에 자기절제가 심한 군인인데 어째 잘생겼을 것 같은 인상을 받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며 주인공이 수도에 와서 반해버린 연상 애인에게 놀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과몰입하게 됩니다. 여성애에서 설레는 포인트가 잘 잡혀있는 점이 좋았어요. 첫 만남은 인간병기나 다름없었던 주제에 연애에 정신이 팔려 새로 만난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 신경을 못 쓰는 주인공의 모습도 요즘 말로 갭모에가 느껴지고요.

두번째는 지리적 핍진성입니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북부 산악지대에서 남부 해안의 섬이나 수도에서 북부를 오가는 여정 등을 통해 진행되는데, 이렇게 장소와 함께 진행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실제로 그럴 법한 지역적 특성이나 자연물과 인간 삶의 관계 등을 묘사하며 사실감을 더합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대학도시이자 통치의 중심지인 수도의 도시계획적 묘사가 특히 절절한데, 그렇게 분리된 공간에서 어떻게 계급이 나뉘고 삶이 달라지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극복하고 변화를 일으키는지 너무나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도시는 자연발생한 것 같아 보여도 인간이 만든 공학의 산물이라는 게 작품 속에 녹아 있어요.

판타지적 요소들이 작품 속에서 인물들에게 현실감을 주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소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곰 설화나 홀연히 등장해서 문명을 만들고 사라진 인물 등의 이야기는 홋카이도 아이누 민족 설화와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리안이 앓는 병이나 도시 속에서 길을 잃는 모습 등은 무병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묘사들이 공통적으로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드러내어 말하고자 하는, 작품에서 주인공과 친구들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실성 넘치고 구체적인 세상을 장편으로 만나게 된 것도 너무나 감사한 일인데,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혁명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게 이 작품의 기적같은 점입니다. 한국어를 쓰는 독자들은 대부분 시민 혁명이란 걸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죠. 대학가와 그걸 둘러싼 사회운동을, 소설 안에서 일어났던 일들로 재구성해서 들여다보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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