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교하는 세계, 동물계와 식물계의 화합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저승 이주 프로젝트 (작가: 오메르타, 작품정보)
리뷰어: NahrDijla, 1월 24일, 조회 28

“책이나 허구 속에서만 있지. 아니, 모르겠다. 이젠 뭐가 허구인지 잘 모르겠어. 이렇게 저승에 와 있으니.”

​세상은 멸망하고, 사람들은 저승으로 이주해야만 한다. 이승과 저승은 이어져 있으나 그 길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예스러운 기린이 그 길을 밝히며 왕래할 수 있다는데, 무엇을 찾아야 하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저승 이주 프로젝트>를 이루는 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저승 세계 ‘비원’을 판타지로 면밀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우리의 삶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독자적인 세계를 구성한 후, 그 안에 자신만의 치밀한 상상력을 풀어낸다 있다. 두 번째는 주인공 기린과 호랭이를 중심으로 하는 저승의 음모를 밝히고 악을 멸하는 영웅 모험 서사다. 작가의 유쾌한 입담과 치밀한 구성은 이 두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엮어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1) 직교하는 세계. 수직과 수평의 만남.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직교하는 구조가 다양한 소재로 변주된다는 것이다. 소설 속 세인의 세상과 사자의 세상은 위와 아래라고 이야기하지만, 윗 세계와 지하 세계라는 개념 보다는 차원으로써의 위와 아래 개념에 가까운 듯싶다. 이 두 세계는 직교하는 형태로 대조적인 위치를 갖는다.

그 중 우리의 세상인 세인의 세계는 돈에 의해 서열화 되고 경쟁으로 수직화 된 세상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에 반해 비원의 세계는 누구든 진입하는 동시에 기억을 잃게 되고, 누구든 말을 놓으며, 일종의 정부에 의해 관리되는 수평 정치의 세계이다. 이런 정치성으로써의 면면 또한 직교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두 세계에서 다뤄지는 빛과 어둠의 역할을 생각하면 차이는 명징해진다. 세인의 세상은 직선으로 펼쳐지는 빛에서 에너지를 얻어 세상이 유지되지만, 비원의 세상에선 대기에 퍼지는 어둠이 이 역할을 대신한다. 또한 세인의 세상에서 어둠은 그저 빛의 부재일 뿐이지만, 비원의 세상에서 빛은 사자들을 소멸에 이르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힘이다.

이 직교하는 세상 속에서 도출되는 비원의 사자들과 세인들의 삶 또한 다소의 차이가 있다. 세인들은 먹어야 산다. 이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간에 무엇인가 먹어야만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적인 삶을 보여준다. 그에 반해 사자들은 어둠을 통해 암합성을 한다. 그리고 반드시 노동을 통하여 삶을 유지해야 한다. 그 노동 중 대표적인 사례가 농사다. 그렇게 열매를 맺는 방식을 통해서야 존재증명이 가능하다. 이것은 어쩐지 식물로서의 면면을 보는 듯하다. 이렇게 동물 – 식물적 대조와 직교적 대조의 세계가 놓였기에 소설은 이 다름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이 소설의 설정은 이로부터 출발한다.

 

​2) 저승의 여행. 영웅들의 일대기.

저승 이주 프로젝트는 현세에서 저승으로 이동하는 차원 이동 판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렇기에 기린과 호랭이는 영웅의 서사를 따라 원치 않는 상황에서 운명적으로 자신의 힘을 깨닫고 가장 어두운 음모로 내려가 이를 격파한다.

마고의 집은 저승에서 처음으로 진입한 관문이자 자신의 힘을 깨닫는 곳이다. 여기서 특기할 부분은 목조 건물로 지어진 마고의 집은 농사를 짓는 농경지를 이웃한 곳이라는 점이다. 이는 수평적인 구조의 상징으로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세인의 세상이라는 수직적 지배 체계에서 온 기린이 수평적인 구조에서 경험을 통해 자아를 깨닫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호랑이는 잃어버렸던 수평적 자아를 회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땅의 상징성으로 인하여 ‘대지의 신’인 마고가 기린과 호랭이의 조력자로써 등장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이 ‘관문에서의 깨달음’은 기린과 호랭이가 영웅으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감정의 여행이다.

​그렇게 ‘이계는 현실에서의 결핍 요소를 충족시켜 주거나, 탐색 주체가 자신의 운명과 해후하는 기회로서 제안된다. (환상 – 최기숙 인용)’ 이 변화의 상징적인 모습은 기린과 호랭이의 관계다. 둘은 서로 여성의 존재로 소설 내에서는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묘사되나, ‘소설이 아닌 독자가 사는 현실의 세상에서는’ 소수자가 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소수자를 다룰 때 으레 나타나게 되는 정체성의 정치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소설은 이들의 관계를 일반적인 연인의 관계처럼 평이하게 다루며, 자연스러운 현실처럼 다룬다. 그 것은 불쾌하지 않은, 소수자에 대한 어떤 배려보다도 섬세한 배려다. 그렇기에 우리의 세상에서는 도리어 역설적으로 가장 특수한 묘사가 된다. 이 특수성 속에 세인의 세상에서 온 동물적인 생명인 기린과, 비원 세계의 인물이자 식물적인 생명인 호랭이의 합일은, 동물 – 식물적 존재의 합일이자, 수직 세계와 수평 세계 인물의 결합이며 차이와 다름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는 화합의 과정을 그저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맞이하는 시련 속에서, 기린과 호랭이는 위기를 맞이한다. 영웅은 위기를 겪고 자신의 과거와 작별하며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호랭이는 심장에 박힌 용의 이빨을 수술을 통해 빼낸 후,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고 각성한다. 기린은 마고의 집에서 힘든 농사일을 거쳐 자신의 능력을 각성한다. 여기서 기린이 죽음을 겪지 않는 까닭은, 기린은 죽은 자의 세계에 들어온 산자기에, 사자로 부활할 뿐 죽음을 맞이한들 진정한 죽음에 가까이 갈 수 없다. 그렇기에 기린에게 시련은 수평적 가치관에 순응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위기를 거쳐 완전한 적을 맞이함으로써 기린과 호랭이가 주인공으로써 영웅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린과 호랭이의 여정의 구조가 비슷한 까닭은 주인공의 마땅히 가져야 할 구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형적으로 동일한 구조적 특징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하여 마스터 플롯은 기린과 호랭이가 사후 세계에 당도하여 ‘1부의 서사 전체’를 통해 시련을 겪고 귀환하는 모험 서사로 해석할 수 있다. 현세에 돌아온 기린은 사후 세계에서 얻었던 힘을 잃는다. 그러나 자신의 곁에 호랭이는 함께한다. 그런 호랭이의 모습이 ‘동물의 형상’을 지닌 것은 주목할 만 하다. 그 것은 식물적 세계인 저승에서 동물적 세계인 세인의 세상으로 이동할 때, 호랭이가 존립할 수 있는 방식의 변화이다. 그 것은 호랭이 역시 기린과 마찬가지로 수직적이고 동물적인 가치관을 받아들이게 될 일종의 복선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3) 유쾌한 세상 전복기

마지막 절정의 지점에서 켜켜이 쌓아왔던 수평적인 저승의 이미지들은 음모로 인하여 전복된다. 서색연대의 소속이었던 호랭이가 기억을 잃었던 것도, 사아들을 가지고 생체실험(!)을 행했던 것도, 지룡신을 불러내 혼란을 만들려고 하는 것도 전부 암영전선이 행했던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수평적 세계에서 뱀들이 권위를 열망한다는 것은 동물적인 존재자의 등장이다. 즉 비원이라는 수평적 세계의 질서를 붕괴시키는 존재다. 그렇기에 우리네 삶과 닮은 존재들이 적대자가 되어 절정을 향해간다.

암영전선의 음모로 지배되고 있는 세계는 우리의 세계의 모방이자 비틀린 거울상이다. 환상이 현실을 비틀더라도, 비틀린 부분이 명징하기에 현실과 대조된다. 이 지점에서 환상은 세계관의 확장성을 가진다. 환상은 우리의 삶을 모방하고 비틀되, 비틀린 만큼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거울상이 음모로 점철되어 있는 까닭은, 우리의 삶 또한 암영전선이 다루는 돈과 정치로 병들어 있음을 비춘다. 그 것은 ‘이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인식 체계가 놓쳐버리거나 은닉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복원이자, 그에 대한 적극적인 의미부여 행위이기도 하다‘(환상 – 최기숙 인용) 그렇게 모험의 서사에서 음모는 격퇴되어야 하고, 적은 정화되어 세상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그 것은 우리의 삶 또한 정의로운 삶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망에 근거한다.

 

 

​4) 결론 : 직교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모험담.

결과적으로 저승 이주 프로젝트는 수직과 수평의 직교로써 보이는 세계의 대립, 그 사이를 모험하는 영웅담이다. 위계적이며 동물적인 삶을 사는 세인의 세계와 평등하면서도 식물적 삶을 사는 사자의 세계가 교차 되며, 그 차이로 말미암아 서사가 진행된다. 그로써 기린과 호랭이를 통해 화합을, 암영 전선을 통하여 수직과의 대립을 묘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바람직한 우리네 삶에 대한 희구이자, 비틀린 현실을 비추는 환상이다. 이를 작가는 유쾌하면서도 섬세한 감각으로 표현한다. 이런 사후세계가 있다면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신나는 사후 세계 활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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