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칠 듯이 답답하고 짜증나면서도 다시 붙잡을 수 밖에 없는 그것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영원히 나를 사랑해주세요 (작가: 호드미미르,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1년 11월, 조회 52

브릿G에 발을 들이면서 예전에 몰랐던 세계를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유명한 작품 외에는 읽지 않았던 SF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유행하는 현대 판타지나 퓨전 판타지가 제 취향에 맞지 않아서 덩달아 제껴 두었던 판타지물 또한 가끔씩 읽어보게 되었지요. 특히 동양풍 판타지의 매력을 알게 된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무협이나 판타지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구요.

수필과 같은 잔잔한 개인사를 풀어놓은 글도 좋고 무협도 좋고… 가리지 않고 읽어보았지만 유독 손이 안 가는 장르가 있었으니 바로 로맨스 장르입니다. 학창 시절 한창 만화에 빠져 있을 땐 순정 만화도 많이 읽어보았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눈길이 오래 머물지 않았지요. 거대 플랫폼의 순위 상단을 장식하는 수많은 로맨스 작품을 보면 분명 재미와 인기는 비례할 것이 분명하다 생각은 했지만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 밀어내는 힘이 존재하는 것 같았죠. 그러나 역시 브릿G에서 또 한번 제 시야를 넓혀주셨습니다.

이 작품 [영원히 나를 사랑해주세요]는 제목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습니다. 최근엔 쏟아지는 작품들 사이에서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독특하다 못 해 괴이한 제목들이 범람을 하는데(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작품 소개를 좀 더 편하게 훑어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생각은 하지만요) 이 작품은 그야말로 무협에서 찌르기만 수 만 번 연마한 고수가 평범한 검으로 푹 찌르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사랑이 알파이자 오메가인 로맨스 장르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제목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내용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저런 사랑과 그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복잡한 듯 하면서도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웹소설의 장점이자 장편 연재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의 매력이라면 역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재미입니다. ‘어느 정도 부유한 집에 들어온 가정 교사가 남편들을 유혹한다’는 수많은 로맨스와 스릴러, 미스테리 장르에서 익히 보아 온 설정인데,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얹고 그 위에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버무리니 아주 다채로운 요리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독자들과 시청자들의 눈을 묶어놓는 사랑이야기의 매력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그런 장점들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로맨스 작품의 독서량이 많지 않아 확신할 순 없습니다만)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을 이해하고 싶은, 아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죠, 사랑이란 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니까 그렇겠구나 하면서 사람에 몰두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이 주고 받는 사랑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져 갑니다. 인물의 행동이나 말에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모두 사람이 하는 거니까, 특히 사랑에 빠지면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기도 하니까 하는 마음으로 애정을 가지고 읽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진주는 아주 복잡한 인물입니다. 복잡한 심리 상태나 꿍꿍이를 가진 건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뭔가를 갈구하기도 하면서 사람에게서 도망치려고도 하는데 그녀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기엔 아직 지면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완결이 되지 않은 시점이라 인물에 대한 평을 내리기엔 이르다는 생각입니다만, 제가 읽었던 몇 안되는 로맨스 가운데 정말로 독특한 인물인 건 사실입니다.

진주의 주변 인물들은 블랙홀 같은 마성의 매력을 가진 진주를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버티는 행성들처럼 부딪히고 폭발하며 버텨나갑니다. 초반에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가원의 경우 드라마에서도 자주 보이는 전형적인 악녀 스타일의 캐릭터인데 회차가 지날수록 애처롭게 보입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버려질 정도로 잘못을 했나 하는 측은함이 생기더라구요. 주환 또한 그렇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적대감을 가져야 할 진주에게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 만약 제가 주변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몰입이 이런 류의 문학 작품이나 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백이면 백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손전등도 없이 어두운 골목으로 뭐가 있는지 보러가는 하이틴 호러물의 불나방들처럼 [영원히 나를 사랑해주세요]의 인물들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고 저주만 내리는 사랑에 온몸을 던지고 장난처럼 뛰어듭니다. 하지만 그러니까 사랑이겠죠. 불행히도 저는 그런 사랑을 해 본 경험은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제가 주환이 되고 진주가 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는 건 우리들의 유전자 어딘가에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고 겪어온 모든 사랑의 데이터가 저장되어있기 때문은 아닐지 감히 추측해봅니다.

사실 작품 자체는 잘 정돈된 이야기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점 전환이 눈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고, 후반부로 가면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느낌에 피로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 에피소드에 질려갈 때 쯤 꽝 하고 다른 에피소드를 던져주는 일일 드라마같은 전개라 할까요? 그런 스타일의 전개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큰 뼈대를 이루는 스토리의 흐름이 흐릿해져가는 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어찌 됐든 전 다음 화를 기다릴 생각입니다. 못난이 같은 주환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맺을 지도 궁금하고 진주가 사랑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너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원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을 재 보는 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은 모두 어찌 될 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덜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재단해보는 건 아니겠습니까?

로맨스도 모르고 살아왔던 삭막한 제 인생에 단비를 내려주신 작가님께 깊은 감사를 드려야겠습니다. 로맨스와 매우 거리가 멀다고 자부해왔던 메마른 마초인 제 기준으로 이 작품은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가입만 해놓고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조@라와 카$오에 다시 한 번 들어가 볼 마음이 생겼을 정도입니다.

대형 플랫폼에서 로맨스가 항상 월간, 연간 베스트 상위를 독점하는 데는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불철주야 인간의 복잡다단한 마음과 그 어려운 사랑을 표현해내시기 위해 노력하시는 작가님들께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100% 순수한 존경의 표현입니다) 저는 이제 브릿G의 멋진 로맨스 작품을 찾아보러 떠나야겠습니다. 아무데나 삽 꽂았다가 새로운 광맥을 발견한 기분이라 너무 설레이는군요. 로맨스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한 번도 클릭을 안 해보신 저 같은 독자분들께 감히 추천을 드립니다.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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