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를 아는 호랑이를 통해 보는 세상사의 이면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호랑이 형님 (작가: 짭퉁 박하루,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1년 8월, 조회 52

전래 동화 좀 펴 봤다고 하는 미취학 아동이면 모두 알 만한 이야기로 ‘금도끼 은도끼’ 가 있습니다. 내용은 다 아실 테니 굳이 꺼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어렷을 적 이유없이 심사가 배배 꼬인 비관론자였던 저는 ‘대체 산신령이 주는 금도끼와 은도끼는 어디서 난 것이냐. 분명 다른 죄 없는 나무꾼한테서 빼앗아 왔거나 아니면 더 심한 짓을 해서 연못에 숨겨둔 게 분명하다’ 라는 의견을 펼쳤다가 친구들 사이에서 괴상하고 끔찍한 생각을 하는 아이로 찍혔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 작품 ‘호랑이 형님’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저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심도 되면서(?) 무엇보다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야기는 패러디가 가미된 전래 동화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단순 명료합니다만, 읽고 나면 머리 속에 많은 것이 떠오릅니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대입해 보면 많은 것이 맞아 떨어지거든요.

요즘 네티즌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중립 기어 넣는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 쪽의 말만 듣고 결정하지 않고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본다는 의미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람 사이의 갈등은 너무나 복잡해서 사건 그 자체로만 봐서는 누가 옳고 그른지 직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작품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진행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서로의 주장에 대한 헛점만을 짚어냈을 뿐, 누가 옳다는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살면서 보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다 이렇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 넓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사건들을 대부분 타인의 눈과 귀를 통해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신뢰하던 언론과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뉴스들이 누군가의 이권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걸러지고 다듬어져서 우리에게 전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로의 주장이 교차하는 관아에서의공방전이 마치 최근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의 설전과도 비슷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제가 재미있게 본 캐릭터는 바로 스님입니다. 그는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나무꾼의 편이 된 걸까요? 그의 등장으로 누가 봐도 황 부자의 무난한 승리로 보였던 상황이 크게 뒤바뀌게 되는데, 그저 한 종교인의 의협심이라 하기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더군요.(어린 시절 절 지배했던 부정적 사고가 또 튀어나온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보면 양반(생원)과 종교인(스님)의 대리전 양상이 된 이 공판에서 사또(공권력)가 누구의손을 들어주었는지는 작가님이 밝히지 않으셨지만, 분명 이 작품을 읽는 독자분들은 사또가 되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었을 지 추측해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독자에게 한번 더 생각해보고 나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한 결말이 아주 훌륭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독자 여러분들도 판사의 자리에 서서 나무꾼과 황 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맛깔나는 문장과 재치가 가득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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