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과 떠나는 것의 차이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위에 대충 달달한 걸 뿌리면 (작가: 반도, 작품정보)
리뷰어: DALI, 8월 22일, 조회 44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읽기 좋은 소설입니다. 고등학생 ‘소혜’는 자기 존재감을 흐릿하게 만드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지 않은 채로 마치 투명인간처럼 존재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 능력은 소혜를 잘 아는 사람을 상대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소혜는 가족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개인적인 친분을 쌓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소혜를 잘 알게 되면 그 사람 주변에서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으니까요. 학교 친구들은 소혜를 ‘말 없고 공부 잘하는 부잣집 아가씨’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물 설정에서 정소연의 단편 「비거스렁이」가 떠올랐습니다. 거기서도 주인공은 투명인간처럼 흐릿한 존재감 때문에 외로워하거든요. 하지만 「비거스렁이」의 주인공과 달리 소혜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위축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능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소박하게나마 이익을 취하는 쪽이죠. 소혜가 능력을 이용해서 주로 하는 일은 학교 수업 땡땡이입니다.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고, 그럼으로써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유지하는 것도 소혜의 의지에 따른 선택이고요. 그러니까 소혜는 스스로 외로워지기를 택한 셈이죠.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인물의 능력이 더 구체적으로 구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를테면 소혜 어머니의 능력은 ‘보는 능력’이고 소혜의 능력은 ‘숨는 능력’인데 이야기는 이런 능력들을 단편적인 정보값으로만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모계 유전으로 이어지는 초능력이라는 설정도 흥미로운데, 여기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연작으로 나온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입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듀나의 『아직은 신이 아니야』처럼요.) 여러모로 잠재력이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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