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성이 무너질 때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작가: 김보람, 작품정보)
리뷰어: 브리엔, 8월 18일, 조회 62

김보람 작가의 <점>은 어렵게 임대 아파트에 입주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룸 생활을 청산하고 꿈에 그리던 신축 임대 아파트에 입주한 ‘나’는 어느 날 복도 쪽 창문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모습을 본다. 남편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나의 눈에만 보이는 남자는, 하루이틀이 지나도 창문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집의 안쪽을 쳐다본다. 이 때문에 나는 작업도 하지 못하고 밤에도 잠을 못 자는 지경에 이른다. 창문 밖 남자의 시선은 곧 벽에 핀 곰팡이의 형태로 나와 남편을 괴롭힌다. 벽에 핀 곰팡이는 화장실까지 퍼지고 급기야 화장실을 청소하던 남편의 피부로 번진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난 괴기스러운 사건 혹은 정신병이 있는(것처럼 보이는) 여자의 내면을 탐구하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소설에는 그 이상의 함의가 담겨 있다.

 

가령 처음에 나는 창문 밖 남자를 보고 신부나 무당을 부르려고 했지만 그럴 돈이 없었다. 다른 집으로 이사하려고 했지만 부부가 가진 돈으로는 전에 살았던 6평 원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임대 아파트 주민이라고 무시해도 달리 항변할 수단이 없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부부에게는 재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의지할 만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결혼 전 ‘나’는 한 번도 독방을 써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원가족의 경제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신체적, 정신적 이상이 발견된 상황에서도 돈 걱정부터 하는 것으로 보아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비용을 청구할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다.

 

결국 이 소설은 개인이 기를 써서 삶의 조건을 개선해도 예기치 않은 사고나 사건이 발생할 경우 도움을 청하거나 구제받을 길이 없는 현대 사회의 취약함과 그로 인해 현대인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보여준다. 비유하자면, 달려드는 곰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가도 발 밑에는 여전히 곰이 있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니 남은 힘이 없는 심정이랄까. ‘엘사’니 ‘휴거’니 해도 이 임대 아파트는 ‘우리의 작은 성’이라는 ‘나’의 말은, 집이라는 성 안에서만 안전함을 느끼는 ‘나’의 높은 불안감 및 위태로운 처지를 보여준다.

 

같은 집에 사는 부부인데도 남편은 보지 못하는 것을 아내는 본다는 설정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여성이고 프리랜서인 자신에게 남편마저 없으면 재정 면에서나 생활 면에서 여러모로 위태로울 거라는 불안이 ‘나’를 더욱 예민하게 만든 건 아닐까. 혹은 ‘나’에게 보이는 것을 믿지 않고, 직원을 부르거나 직접 청소하는 것 외에는 ‘나’를 도울 능력이 없는 남편을 내심 원망하진 않았을까. ‘나’가 정녕 무서워한 건 무엇이었을까. ‘나’가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창문 밖 남자에서 남편으로 연결되는 전개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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