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러운 안티-대체역사물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당황스러운 해방들 (작가: 이상문, 작품정보)
리뷰어: 냉동쌀, 8월 13일, 조회 66

당황스럽습니다.

아마 이 문장 하나면 감상을 읊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대체로 대체역사를 다루는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 달라지는 분기점을 자세히 묘사합니다. 후에 바뀌는 역사에, 말하자면 개연성을 부여하는 과정입니다. 현실에서는 개연성이라는 것이 전혀 없이 오직 우연성으로만 세계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창작물에서는 그렇게 되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개연성 부여 작업은 어떤 등장인물의 사소한 변심일 수도, 아주 작은 변화에 의한 거대한 나비 효과일 수도, 또는 이세계 전생이나 빙의에 의한 의도적인 개변일 수도 있습니다. 셋 중에서 마지막 경우가 웹소설을 필두로 하는 대체역사 소설의 트렌드라고 생각되는데요,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작업이 선행되지 않습니다. 당황스럽게도.

어느 날 군국주의와 다를 바 없는 파시스트 정권이 군국주의 치하 식민지를 해방시킵니다. 그 이유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곧이어 이번에는 나치즘 정권과 전쟁 중이던 프랑스가 해방 대한제국을 방문합니다. 나치즘 정권과 군국주의 정권은 동맹이니(작중에서 이것이 명확히 표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추축국이 분열되었다는 서술로 볼 때 그리 확고한 동맹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어느 정도 개연성 있는 전개면서도, 동시에 굳이 일본까지 진군한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작중 인물들의 대사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프랑스로 끝일까요? 이번에는 익숙하지도 않은 태국의 시암 정권이 대한제국을 해방시킵니다.

이 소설 속에는 주인공이라 불릴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대한제국을 거쳐가는 해방자가 바뀌는 과정을 연대기처럼 묘사해나갈 뿐입니다. 이 묘사의 중심에 서술자라고 불릴만한 인물은 찾아볼 수 있는데요, 어떤 기자가 그러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적절한 배치입니다. 세계사적인 흐름을 현장에서 포착하는 데에 기자만한 직업은 없을 테니까요.

바로 이 기자를 통해서 소설의 당황스러움이 새어나오게 됩니다. 대체역사를 채택하는 작품의 경우 그 역사의 흐름을 개변시키는 중심인물을 제외한 타인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개연성을 의도적으로 해치는 안티플롯을 적용하고 있으면서, 정작 등장인물들은 거기에서 나오는 어색함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묘사되지 않는 것은 느슨하게 넘어간다는, 독자와 서술자 간의 약속을 깨는 것입니다.

등장인물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어색함을 토로하니, 독자 또한 몰입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대체역사로 인한 신선함을 즐기는 소설이 아닌, 대체역사가 나타나는 과정이나 이유에 대한 의문이 작품의 중심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의문은 결말을 통해 비로소 해소되며 약간의 해방감을 이끌어내는데, 독자의 성향에 따라 어느 정도 허탈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달리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취향 차이니까요.

설명되지 않는 사건 배경, 우연성의 대두, 의도적인 몰입 방해 등 안티 플롯 요소가 돋보이는, 나름의 매력을 갖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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