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형 – 그러나, 그럼에도, 그렇기에.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특별전형 (작가: 냠키, 작품정보)
리뷰어: 케이토, 1월 22일, 조회 140

우리는 더 큰 감옥에 들어가길 바라는 모범수. 모범수의 덕목은 흘리지 않는 것. 그렇기에 우리는 땀을 모아요.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항아리를 채우죠. 항아리는 깊이를 알 수 없어서, 언제 다 찰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수능 전에는 다 찰 거예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게 뭐냐고요?

밑 빠진 독이요.

-『특별전형』 중에서.

 

『특별전형』의 리뷰 공모가 올라온 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 저는 이 글이 아직 리뷰를 받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 리뷰를 작성중인 22일 현재를 기준으로 『특별전형』은 이제 갓 연재 2주를 돌파한 작품이고, 공모가 올라온 시점은 연재 시작 후 고작 일주일 남짓에 불과했으니까요. 저는 냠키 작가님을 이전 『눈물을 마시는 새』 팬픽 공모전에 응모작으로 올라왔던 『별철은 녹슬지 않아』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눈물을 마시는 새』의 원작자인 이영도 작가님은 이전 작품인 『퓨처 워커』 연재 당시 연재작의 외부 게재에 대한 대가로 비평을 투고받으실 때 ‘이제 겨우 20여 편 올라온 글에 대해 비평을 쓰는 것은 모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의 조금만 보면 다 짐작할 수 있는 글이라는 말이 될 테니까.’ 라고 말씀하셨지요. 저도 그와 같은 가치관을 가졌기 때문에 이 리뷰 (‘비평’이라고 분류하기까지 한!) 를 작성하기가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작품 연재 초기에 받는 비평에는 또 그 나름대로 얻어갈 것이 있겠지요. 작가님도 그렇게 생각하셔서 공모를 거셨을 테고요. 그런 이유에서 조금이나마 좋은 작품 연재에 도움이 되어 드리고자 리뷰를 작성합니다. 앞으로 완성될 『특별전형』이 특유의 장점은 유지하고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보완해나가며 훌륭한 작품으로 빚어지기를 기원하면서요.

 

전개, 묘사, 연출이 가져다주는 풍미 깊은 재미

 

안 써도 되는 부분이나 안 써야 할 부분을 안 쓸 줄 아는 감각이 보기에 즐겁군요.

-이영도 작가, 냠키 작가의 전작인 『별철은 녹슬지 않아』에 대한 코멘트에서.

『특별전형』은 재미있습니다. 제가 리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근본적인 이유이지요. 이영도 작가는 『별철은 녹슬지 않아』에 대해 `안 써도 되는 부분이나 안 써야 할 부분을 안 쓸 줄 아는 감각’이 있다고 평했는데, 이러한 냠키 작가님의 장점은 이번 연재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암기와 계산 실력 위주인 현행 입시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의 ‘입시경쟁 두뇌 서바이벌’인 ‘징검다리 특별전형’이 신설되었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고등학생들의 심정과 행동, 치열한 심리전과 두뇌 싸움을 세밀하고도 절제된 어조로 묘사합니다. 대한민국 성인 독자들 중에서 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절박한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또 학생 독자들 중 ‘입시라는 이름의 지옥길’ 끝에 하늘에서 내려온 마지막 동앗줄을 바라보는 주인공들의 심경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한민국의 입시제도라는 다분히 현실적인 배경은 작품에 생생한 사실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작중 설정에 몰입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탁월한 장치로서 기능합니다. 

 

학생들은 입시라는 이름의 지옥길을 걸으며 봐온 모든 순간을 기억했다. 잠과 꿈과 행복을 포기하고 시험지 위에서 발버둥치던 지난날들. 잘하는 친구를 보며 자괴감을 느끼고, 못하는 자신을 보며 절망하던 시간들. 그런 그들이 치른 마지막 시험이 어떤 결말을 낳았는지, 수능을 갓 마친 이천 명의 학생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은 생각했다. 이게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떨어지지 않으려면 붙잡아야만 한다고.

강당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징검다리 특별전형은 이미 시작해있었다.

-『특별전형』 중에서.

 

『특별전형』은 작품 속 주인공들이 작가가 준비한 무대 위에서 ‘두뇌 게임’을 펼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웹툰 『킬 더 킹과 드라마 등으로도 제작된 일본 만화인 『라이어 게임』과 궤를 같이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작가 자신도 숨길 생각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특별전형』의 첫 번째 게임인 ‘역투표 게임’은 『라이어 게임』에 등장한 ‘소수결 게임’을 대놓고 차용하고 있으니까요. 언급한 두 작품은 모두 라운드를 거듭하며 진행되는 ‘두뇌 게임’과 더 높은 라운드로 올라갈수록 강력해지는 경쟁자들, 그리고 탁월한 발상과 압도적인 재능으로 경쟁자를 제치고 게임을 풀어나가는 주인공에 대해 그립니다. 『특별전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두뇌 게임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위해 작가는 ‘징검다리 특별전형’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입시 제도를 설정했고, 이 전형의 참가자들은 전국 수십만 명의 수험생 중에서 특별히 선별된 이천 명입니다. 주연인 도연과 성아는 그 중에서도 다른 참가자들의 견제를 한 몸에 받을 만한 천재들이지요. 이렇게 되었으니 『특별전형』이 독자들에게 ‘먹힐 만한’ 조건은 갖춰진 셈입니다. 남은 것은 천재들의 두뇌 싸움을 ‘천재들의 두뇌 싸움답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역량일 것입니다.

작품 설정이 이렇게 되었다면 사실 ‘그들이 왜 두뇌 싸움을 시작하였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중요하지만 최중요 사안은 아니게 됩니다. 『라이어 게임』이 게임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그냥 돈 많고 높으신 분들이 이런 걸 보고싶어 하는 것 같다. 사실 잘 모름. 완결 때 쯤엔 밝혀질지도?’ 라고 적당히 퉁치고 넘어간들, 『킬 더 킹』에서 토너먼트가 진행되는 이유를 ‘민주주의는 사실 대중을 안심시키기 위한 허울 좋은 환상일 뿐이고 사회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왕은 실존함. 이건 그걸 뽑기 위한 게임임. 정치사회학적인 공학에 대해서는 모르겠고 아무튼 작중 세계에서는 그러함’ 하고 상당히 수상쩍은 설명을 제시한들, 누가 거기에 태클을 걸고 트집을 잡겠습니까? 『특별전형』의 설정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다수가 공감할 입시 제도라는 이유를 들어 현실성과 몰입감을 끌어올렸으니 그 정도면 역할을 다했다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 작품의 재미는 작품을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의 플롯 (학생들이 두뇌 게임으로 대학에 간다는 상당히 단순한) 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안 떨어져. 전원 합격할 방법이 있어.”

-『특별전형』 중에서.

『특별전형』이 재미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거듭되는 두뇌 게임이라는 소재 그 자체입니다. 천재, 최강, 먼치킨, 초월자에 대한 선호는 비단 최근 웹소설계의 트렌드만이 아닌 고래로부터 이어지는 유구한 인류의 취향이었습니다. 압도적인 능력을 지닌 천재가 적들을 뭉개버리는 모습은 읽는 이에게 마치 자기가 그러한 능력을 가진 것 같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요. 학창 시절에 배운 바에 따르면 소설이란 ‘간접 경험을 통한 즐거움을 주는 매체’이니 먼치킨물이야말로 소설의 미학을 엄밀하게 따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특별전형』은 천재들의 두뇌전이라는 매력적인 세팅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재미를 극대화하는 것이 냠키 작가의 필력입니다. 『특별전형』의 문장은 힘이 있고 정갈합니다. 문단은 훌륭한 문장들을 잘 엮고 있고, 각 화는 정교하게 구성되어 수월하게 읽히며 다음 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합니다. 게임 단위로 나뉘는 에피소드들은 각각이 완결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 작품이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중요한 사실을 놓치지 않게 합니다. 이런 작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천재를 연출하는 방법인데, 냠키 작가의 훌륭한 연출력이 주인공의 천재성에 대한 설득력을 제공합니다.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여러 다른 작품에서는 천재들을 묘사하려다 실패하여 작품 자체가 유치해지곤 하는데, 『특별전형』에서 보이는 절제해야 할 곳에서 절제하고 강조해야 할 부분에서는 강조하는 섬세한 감각은 이 작품을 유치하지 않고 품위있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작품에서 보이는 문장력 그 자체도 ‘좋은 글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지요. 『특별전형』은 두뇌전이라는 적절한 자극과 밀도 높은 긴장감이라는 감칠맛, 좋은 필력으로부터 느껴지는 담백함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내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다소 부족한 ‘천재성’

『라이어 게임』이나 『킬 더 킹』, 또는 이 『특별전형』과 같은 작품이라면 재미를 제공하는 공식은 (필력을 제외하면) 정해져 있다고 봐도 좋습니다. 다음과 같은 요소를 지킨다면 순식간에 독자를 매혹시키는 좋은 글이 되겠지요.

요소 1) 게임이 게임으로서 기능할 것.

– 작중에서 등장하는 게임이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공정해야 한다. 결함이 뻔히 보이면 안 된다.

– 게임의 규칙 자체는 직관적이어야 한다. 독자가 규칙을 이해하고 나름의 전략을 세워 게임에 참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요소 2) 경쟁자들이 충분히 강력할 것. 혹은, 게임의 난이도가 충분히 어려울 것.

– 천재가 아닌 독자가 보기에도 가소로운 경쟁자는 천재의 상대로 어울리지 않는다.

– ‘도대체 저 위기/경쟁자를 어떻게 이겨낼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해야 한다.

요소 3) 주인공이 충분히 똑똑할 것.

– 주인공의 전략은 그 똑똑하고 탁월한 경쟁자의 전략조차 누를 만큼 천재적이어야 한다.

– 주인공의 전략이 독자들의 인정을 받을 만큼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전략이 작위적이어선 안 된다.

위 내용은 이론적으로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정작 지키기는 어려운 것들입니다. 작중 등장인물들은 천재이지만, 작가는 천재가 아니니까요. (혹시 천재가 맞으시다면 죄송합니다.) 이것이 바로 천재를 다루는 작품을 잘 쓰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작가의 역량 한계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 되기 쉬우니까요. 열심히 천재랍시고 설정을 붙여 주인공을 찬양했는데, 정작 그걸 읽는 독자가 ‘네가 생각하는 천재는 고작 그거니? 응, 그래. 네 눈엔 그게 똑똑해 보인다니 어쩔 수 없지’ 같은 소리를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니 두뇌전이라는 설정은 매력적인 동시에 잘못 다루면 작가 자신을 찌를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인 셈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천재가 아닌 자기 자신보다 뛰어난 ‘정말로 탄복스러운 천재’를 구상해야 하는데, 이게 불가능한 헛소리가 아닌 유일한 이유는 소설에 있어서 작가가 출제자이자 동시에 풀이자이기 때문입니다. 『룬의 아이들 – 데모닉』 의 데모닉 조슈아가 반정의 위기에서 자신의 가문을 구해낼 책략을 제시하거나, 『드래곤 라자』의 칼 헬턴트가 촌구석 영지의 자신의 오두막에 앉아 바이서스 왕국을 뒤흔들 계략을 통찰해 낸 것은 작품 속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도록 짜여져 있었기 때문, 즉, 작가가 그들의 해답이 들어맞도록 문제를 출제했기 때문입니다. 『특별전형』에서 냠키 작가가 가지는 이점도 바로 그것입니다. 천재가 아니라도 천재의 모습을 연출할 수는 있는 것이지요.

반면 한 사람인 작가가 다수의 독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불리한 점입니다. 결국 ‘얼만큼 천재적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답은 ‘독자를 탄복시킬 만큼’인데, 작가의 머리는 하나인 반면 독자의 머리는 여러 개거든요. 작가가 아무리 혼자 머리를 굴려서 ‘이 정도면 헛점이 없겠지?’ 라고 생각하는 전략을 구상해봐야 그걸 천 명이나 만 명에게 보여주면 헛점을 찾아내는 사람도 나오기 마련입니다. 작가보다 똑똑한 독자가 나오는 걸 막을 수는 없을 뿐더러, 어떤 전략의 헛점을 찾는 일이 전략을 짜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쉽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스스로 전략을 짤 역량이 없는 모자란 독자조차 남이 짠 전략에 태클을 거는 것 정도는 별 무리없이 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러니 결국 두뇌전을 쓴다는 것은 전지적인 작가가 가지는 이점과 홀로 다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불리점 사이에서 독자를 상대로 승리해야 하는 전투입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목표들을 달성한다면 작가가 승리해서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독자를 설득시킬 수도 없겠지요. 『특별전형』이라는 작품에서 냠키 작가님은, 도연이나 성아가 ‘징검다리 특별전형’을 잘 풀어나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적어도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래에 몇 가지 예시를 들겠습니다.

 

 

『특별전형』의 첫 번째 게임은 ‘역투표 게임’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라이어 게임』의 ‘소수결 게임’을 그대로 차용했지요. 게임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참가자들은 흑 투표칸과 백 투표칸이 있는 투표 용지를 나눠받습니다. 홀수인 참가자들이 투표를 마치면 개표를 시작합니다. 가장 낮은 표를 받은 색깔에 투표한 사람만 합격합니다.

“여러분은 이제 저 뒤에 있는 투표실에서 투표를 하게 됩니다. 한 사람당 한 장의 투표 용지가 주어집니다. 투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투표용지에는 흑 투표칸과 백 투표칸이 있습니다. 이중 원하는 칸에 표시를 해서 상자에 넣으면 됩니다. 간단하죠?”

(중략)

규칙 1) 투표는 투표용지를 상자에 넣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투표 용지는 필요에 따라 재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규칙 2)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권으로 취급합니다.

규칙 3) 한 번 상자에 들어간 투표용지는 꺼낼 수 없습니다. 수정 또한 불가능합니다.

규칙 4) 투표 순서는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규칙 5) 투표는 합격자가 나올 때까지 진행됩니다.

규칙 6) 합격 조건: 집계된 표 중 가장 득표수가 적은 색의 투표자일 것.

저는 이 글을 처음 읽으며 그 사실을 발견하고 즉시 흥미를 느꼈습니다. 『라이어 게임』을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라이어 게임』은 공평한 게임 내에서 두뇌전을 전개하기보다는 게임 외적인 요소를 이용해 ‘치팅에 가까운 트릭’을 주로 해법으로 제시하는, 쉽게 말해 ‘더러운 사회를 보여주는 어른의 두뇌전’입니다. 그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소수결 게임’을 통과하는 방식은 돈과 빚을 이용한 암투와 심리전입니다. 이 게임에 무려 21억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려 있기에 가능한 전략입니다. 그런데 『특별전형』의 ‘역투표 게임’은 돈이 걸린 게임이 아닙니다.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줘서 다른 참가자를 매수할 수 있는 돈과는 달리 ‘역투표 게임’에 걸린 것은 나눌 수 없는 대입의 기회입니다. 자연히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해 독자들이 기대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지요. 『특별전형』은 그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었을까요?

『특별전형』에서 주인공 도연이 이 게임을 통과한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포일러이니 혹시라도 아직 작품을 읽지 않으시고 리뷰를 보시는 중이라면 직접 작품을 읽으시기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재미

앞서 언급한 게임 전략적 측면에서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특별전형』은 재미있습니다. 전술한 문학적 장점이 전략적인 단점을 덮고도 남으니까요.

첫 번째 게임에서 냠키 작가는 도연이라는 주인공의 천재적이면서도 비정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연은 결코 악인은 아닙니다. 그러나 작품에서 묘사되는 여러 상황이 그를 행동하게 만들 뿐이지요. 두 번째 게임에서는 첫 번째 게임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주인공들을 참가자들이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갈등 구조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세 번째, 네 번째 게임에서는 주조연들의 감정선을 보여주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이 소설이 그저 머리 싸움에 그치는 유흿거리가 아니라 하나의 탁월한 문학 작품이라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조건 추가 게임’의 연출은 이야기적으로 볼 때 도연과 성아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너무나도 완벽한 장면이었고, 실제로 작품 내에서 냠키 작가님이 보여주신 연출은 그야말로 훌륭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에서 호리키와 요조가 했던, ‘단어의 반대어 말하기’ 유희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울림이 있는 연출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의 속도감도, 게임 종료 후에 도연이 게임의 전개를 담담히 설명하는 장면의 정적이면서도 비장한 느낌도, 정말 멋졌습니다.

“죄. 죄의 반댓말은 뭐지? 이건 어렵겠지.”

“법률이지.”

“죄라는 건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럼 뭔데? 신? 너한텐 어딘가 예수쟁이같은 면이 있어. 그런 느낌 별로야.”

“쉽게 단정짓지 마. 둘이서 좀 더 생각해 보자. 이 주제야말로 재미있는 주제 아니냐. 이 주제에 대한 대답 하나로 그 사람의 전부를 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설마… 죄의 반대는 선한 것. 선량한 시민.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들 말이지.”

“농담 집어치워. 선은 악의 반대이지 죄의 반대가 아니야.”

“악과 죄가 다르냐.”

“달라. 선악의 이념은 인간이 만든 거잖아. 인간이 제멋대로 만든 도의의 언어라고.”

“까탈스럽기는. 그럼 역시 신인가. 신, 신. 뭐든 신에게 넘기면 틀림없지. 배고파진다.”

“지금 밑에서 요시코가 누에콩을 삶고 있어.”

“고마워라. 그거 맛나지.”

(중략)

“감옥에 있는 것만 죄는 아니야. 죄의 반대를 알게 되면 죄의 실체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신… 구원… 사랑… 빛… 그런데 신에게는 사탄이라는 반대가 있고, 구원의 반대는 고뇌, 빛에는 암흑이란 반대가 있고 선에게는 악, 죄와 기도, 죄와 뉘우침, 죄와 고백, 죄와… 아아, 전부 시모니즘이다. 죄의 반대어는 대체 뭐냐.”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중에서.

『특별전형』 성아와 도연의 대화와 분위기는 다르지만 그 전율은 비슷한.

 

그렇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품.

『특별전형』의 장점은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단점은 수정 가능해 보입니다. 현재의 이미 높은 완성도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 작품은 더욱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보기 드물게 좋은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특별전형』의 앞으로를 기대합니다. 이 특별한 작품의 특별한 완성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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