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캐릭터를 만드는 법 비평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일당 미정 알바에 걸려버렸다 (작가: 조소린, 작품정보)
리뷰어: 반도, 20년 9월, 조회 439

 

천재 캐릭터는 항상 매력적이다. 이는 대부분의 독자가 범인에 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현실의 천재라는 건 생각만큼 대단하거나, 매력적이거나, 특별치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우린 천재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한다. 

그럼 그 천재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정확히는 ‘매력적인 천재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작품마다 가지각색이겠지만,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괴짜’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천재가 우리랑 비슷한 사람일 때보다,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일 때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니시오 이신의 ‘잘린머리 사이클’을 포함한 일본의 수많은 서브컬쳐 작품은 물론이고, 유명한 코난도일의 천재적인 수사고문, 셜록홈즈도 신경질적이고, 마약을 즐기는 괴짜로 등장한다.

그리고 물론, 이 작품의 ‘천재양’역시 괴짜다. 졸린듯한 눈을 하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 외견은 평범한데 처음보는 사람에게 ‘이 몸, 천재올시다’라고 하니, 천재인지는 차치하고 누가봐도 사차원이다. 거기다 수상한 편지로 ‘평범한 사람’인 주인공을 불러냈다고 하면, 우선 천재의 1조건, ‘괴짜일 것’은 만족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럼 그 다음 조건. 이건 당연한 이야기인데, 천재는 머리가 좋아야 한다. 물론 천재라 해도 그 분야는 다양하겠지만, 우리가 읽는 괴짜 천재 캐릭터는 대부분 예술이나 지식 쪽에 특화된 캐릭터일 것이다. (운동 천재는 보통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니까) 그리고 대부분 작가들은 이 부분에서 난관에 부딪한다. 많은 작가들이 천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음악 천재나 그림 천재라면 충분한 공부와 주변의 평가 같은 것으로 얼버무릴 수 있겠지만, 만약 그게 예로 들었던 셜록홈즈처럼 추리력, 판단력, 분석력을 요구하는 종류의 천재일 경우, 작가는 일반적인 독자들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본 작품의 ‘천재 양’ 역시 후자에 가깝다. 정확히는 ‘만능의 천재’처럼 묘사되니, 전자와 후자를 전부 포함한다고 봐야 할 텐데, 어찌됐든 후자의 천재적 요소를 묘사해야 한다는 점에선 마찬가지다. 

작가는 이를 리만가설, P-NP문제, 골드바흐의 추측을 통해 묘사해낸다. 저 셋을 간단히 푸는 천재양은, 누가봐도 천재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내로라하는 천재들도 풀지 못한 문제이니까.

사실 이 리뷰를 쓰는 나는 셋 다 잘 모른다. 이름만 들어보았고, 나 말고도 그런 독자가 많을 것이다. 심지어 작품에서도 제대로 된 설명이 나오지는 않지만(천재양의 설명은 매우 불친절하고 궤변에 가깝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다. 상술했듯, 천재는 ‘괴짜’이기 때문이다. 괴짜의 설명은 친절하지 않거나, 이해할 수 없는것이 당연하다. 독자는 그런 범인과 다른 천재에게 매력을 느낀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천재는 괴짜여야하고, 괴짜이기 때문에 천재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물론 실제로 작가가 머리가 좋아 천재성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지만, 이 작품을 비롯해 많은 작품들이 이와 같은 ‘꼼수’를 사용한다. 일단 꼼수라는 표현을 썼지만 절대 이런 방식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꼼수로 매력적인 천재를 창조해내는 건, 분명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니까.

그럼 결국 남는 건 얼마나 그 꼼수를 잘 쓰냐의 문제다. 얼마나 괴상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서, 그 괴상한 논리로 독자를 현혹시키는가. 사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경우의 궤변은, 궤변이란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논리보다 논리적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마음 한구석으론 궤변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믿고 싶어져, 결국에는 믿어버려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매우 성공적이다. 천재 양의 대사, 행동, 작품의 분위기 모두 궤변을 매력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결국 다 꼼수 아니겠냐며 혹평할지도 모르겠지만, 애당초 소설은 하나의 마술쇼 같은게 아닐까? 괜히 마술쇼의 트릭을 파해쳐봐야 좋을 건 없다. 현실의 천재나, 논리적인 설명이나, 현실적인 전개 따위, 마술사의 손기술이 좋다면,  마술을 보는 동안은 잊어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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