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가독성과 인물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판타지 공모(비평)

대상작품: 괴수를 위한 시간 (작가: ON, 작품정보)
리뷰어: 바실리스쿠스, 20년 8월, 조회 52

안녕하세요. ON님의 작품인 ‘괴수를 위한 시간’을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의 첫 인상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괴수물을 좋아하시거나 혹은 인간에게 사냥당하는 존재인 괴수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면 어떤 재미가 있을까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제목 선정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의 장점은 장문으로 쓰였지만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는 점입니다. 어려운 단어를 최대한 배제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다만 처음 시작부분의 집중력은 생각보다 높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주인공에게 포커스가 쉽게 맞춰지지 않고 어떤 상황인지도 그림으로 그려지듯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쉽습니다.

 

오히려 1화부터 상황에 집중되기 시작하였는데 한 번 프롤로그 부분을 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비일상에서 일상으로의 전환보다는,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전환이 조금 더 집중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배경 설정과 인물간의 호흡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물건의 배치에서 인물의 감정이나 분위기가 드러나고 나아가서는 인물간의 엮어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다만 묘사가 많이 섞여 있어 모바일 환경에서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감이 있으며 캐릭터의 감정을 깊이 파헤치는 묘사로 인해 독자의 집중도가 낮아질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속독이나 스쳐 지나가듯이 읽는 분들에게 다소 집중을 불러일으키기 어렵지만 정독이나 느리게 읽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아름다운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인물간의 대화도 굉장히 매끄럽고 세계관도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처음 볼 때는 괴수의 무섭고 징그럽고 잔혹한 이미지를 생각하고 읽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인간보다 아름다운 괴수들의 존재에 매혹당하게 되고 오히려 극적인 상황 연출을 자제하고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어 친숙함마저 이끄는 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지나치게 일상의 모습을 파고들어 강하게 끌어잡고 소설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다소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히려 일상의 모습들 중 일부분을 잘라내어 상황과 인물의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로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들도 군데군데 보입니다.

 

그리고 일상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수긍하고 즐길 부분이나 자극을 찾고 괴수의 사건이 빠르게 일어나 어떻게 인물들이 변화하고 혹은 격한 감정을 일으켜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초반부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 점.

 

매화의 끝마다 새로운 사건 및 혹은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는 부분이 적어 독자가 다음화에 대한 궁금증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총평으로는 모바일보다는 컴퓨터 화면에서 읽기에 적극 추천하는 소설이며 은은하고 깊숙한 일상물과 괴수의 조합으로 인해 다소 긴 호흡을 가지고 읽어야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남성향보다는 여성향 혹은 그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액션신을 초반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추천드리고 싶은 부분은 괴물간의 싸움 혹은 인간에게 들킬 위험이 있는 요소들을 소설의 군데군데 뿌려주어 독자가 일상물의 소소한 재미를 탐닉하다가 중간중간 루즈할 부분에 넣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을 사랑하지만 언제 인간세계에서 쫒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을 표현하는 것도 재밌는 창작 방법이라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소설이지만 조금 더 기교적인 부분 및 극적 상황 연출이 녹아들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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