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나 낳아 몰빵하자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하나 낳아 몰빵하자 (작가: 금서니, 작품정보)
리뷰어: 롬아지, 4월 19일, 조회 52

스포일러 있음

 

나는 독신이고 앞으로도 결혼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재현’과 ‘지원’이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부양할 사람이 없으니 내가 번 돈은 오로지 나를 위해 쓰면 되고, 책임도 스스로 진다. 의무가 없으니 자유롭다. 그렇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벌어둬야 할 것이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할지도.

현대적 관점에서 자식 양육은 일종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투자라고 하니까 부모 자식 관계를 너무 속물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자식을 기르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 힘든 일을 굳이 감당하려는 건 기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이득 같은 정량적 가치만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행복’처럼 수치화할 수 없는 가치 역시 기대 가치에 포함된다. 나는 그 가치가 그리 높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노키드족이 된 것 뿐. 개인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결혼과 육아를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 여기는 사람도 많을 거다.

나는 독신주의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반대로 절대적으로 틀린 것도 없다. 결혼이 필요한 사람은 결혼을 하고, 독신을 해야 하는 사람은 결혼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아이를 안 낳는 사람이 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매년 인구가 줄어든다고 하니 나중엔 사람이 없어서 국가가 붕괴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겠다. 인구가 줄어도 의료 기술과 인공지능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공상에 불과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확실히 문제는 문제다. 내가 국가의 쇠망을 더욱 앞당기는 듯해 죄책감도 든다.

그렇지만 개인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자는 건 낡은 생각 아닌가. 국가가 있어서 국민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있으니 국가가 생긴 거다. 뭐 어쨌든 국가의 구성원이니 국가가 원하는 바에 어느 정도는 따라줄 필요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래도 자녀 계획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으니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게 달갑지는 않다. 세금 내는 거야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니 상관 없지만 자식 문제는 좀 그렇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작품 속에 산아 제한 정책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작품 속 사회는 한 가구에 한 명만 낳아 기르도록 법제화된 사회다. 우리나라도 과거엔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인구를 조절하려고 한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인구가 달라지니 산아 정책도 달라지는 것이다.

작품 속 ‘형호’는 단 한 명만 낳아 기르자는, 극단적 산아 제한 정책 옹호자다. 그가 출산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게 된 과정이 참 재미있다. 형호는 TV를 보다가 유산 상속을 두고 다투는 가족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땐 서로 사이 좋게 지내더니, 부모가 죽자마자 철천지 원수처럼 싸워대는 사람들을 본 형호는 회의감을 느낀다. 그는 곧바로 피켓을 만들어 광화문으로 나가, 자식은 하나만 낳자는 구호를 외쳐댄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형호는 하나 뿐인 아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부동산을 넘겨주게 된다. 어차피 자신이 죽으면 전부 상속될 테니 먼저 주자는 생각으로. 그런데 그후 형호는 주식을 한 군데에 몰아서 투자하다 말 그대로 쪽박을 차게 된다. 이에 몸져 누운 형호는 아들에게 ‘진작 주식을 팔아 줬더라면 이러진 않았을 거 아녜요.’라는 배은망덕한 말을 듣게 된다. 형호는 자식을 하나 더 낳지 않은 걸 후회하고, 나중에 자기처럼 자식에게 버려질 사람들을 걱정한다.

작품을 읽으면 산아 제한 정책 자체가 풍자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형호가 자식에게 버려질 사람들을 걱정하는 장면에 초점을 두었다. 한 명만 낳아 기르도록 법이 만들어진 건 형호 때문이다. 결국 형호는 자기 때문에 괜한 사람들이 자식에게 배반당하고 비참하게 인생을 마감해야 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강제하지 않았다면 알아서 사람들은 아이를 필요한 만큼 잘 낳고 살았을 텐데. 정부의 과도한 간섭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불행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자식을 하나만 낳는다고 무조건 이런 참사가 벌어지는 건 아니다. 형호가 버려진 원인도 굳이 따진다면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이 불효자를 탄생시켰다고 보는 건 비약이다. 그렇지만 풍자는 단순하게 생갹해야 한다. 국가가 지나치게 개인의 자녀 계획을 통제하려 했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피해를 봤다는 게 핵심이다. 형호는 본인이 자초한 게 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형호가 걱정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자식에게 버림 받게 될 테니까. 그리고 그 누군가는 정책과는 달리 아이를 여러 명 낳고 싶어한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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