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y Valentine을 읽고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Bloody Valentine (작가: 이일경, 작품정보)
리뷰어: 그린레보, 2월 12일, 조회 91

우선 리뷰 제목이 초라해서 죄송합니다(바꿀지도…)

이일경님이 혜성과 같이 중단편란에 등장하신 후(지켜보는 입장에선 정말 ‘혜성’이란 느낌이었음), 모든 작품을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재기와 개성이 느껴지는 좋은 호러 작품들을 쓰시는 것 같아서 언젠가 리뷰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발렌타인 작품으로 하게 되었군요.

‘로즈 발렌타인이라는 이름은 누가 생각해낸 걸까’라는 첫 문장의 제약이 있는데, 우선 이 첫 문장과의 유기적인 관련성은 조금 약한 편. 그러나 이게 딱히 단점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인간에게 악의를 가진 신이 실제로 출현하면 어떻게 될까. 이 아이디어에서 비롯한 세계상을 미들템포로 그려가는 작품입니다.

감상할 포인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이지적인 분위기와 완성도 있게 추구되는 미학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작품만 해당하는 건 아닌데요. 일부러 고풍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듯한 문체(과한 감이 있는 한자어 병기, 축약 없는 술어(‘했다’ 대신 ‘하였다’의 사용 등))에서 우선 문어적인 지성이 느껴지고요. 그리고 시점인물이 이지적이에요. 어떤 동물적 욕망이나 자기보신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광기에 빠진 세계를 살짝 거리 두고 관찰하며 해석하는 화자.

특히 클라이막스에서 펼쳐지는 장면이 어떤 스플래터가 아니라, 선의를 믿는 여성 대 그걸 부정하는 주인공의 논박이라는 게 재미있지요. 이 세상이 ‘구제할 도리가 없다’는 걸 독자한테 이해시킴으로써 완성되는 호러입니다. 저는 이렇게 이성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구조가 이 작품만 아니라 이일경님 작품 스타일의 특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 작품이 완성하는 미학 역시 이지성과 빼놓을 수 없는 관계일 것 같고요. 이런 스타일의 호러는 국내에서 거의 보지 못했기에, 작가로서 앞으로 더 완성되면 어떤 작품들이 나올 수 있을까, 기대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분명히 개성적이고 멋진 작품을 써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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