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미세먼지가 사라진 세상,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이비인후과 의사 건록은 10년 전에 한 결정으로 인해 크나큰 고난을 겪는 중이다. 과거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해지자 정부는 수도에 돔을 세우고 모든 공단을 지방으로 이전했는데, 여전히 마스크와 방독면이 날개 돋힌 듯이 팔리는 돔 바깥에서 이비인후과 진료소를 개업하는 건 성공이 보장된 길이었다. 그래서 목이 좋다는 브로커의 말에 홀랑 넘어가 돔 바깥에 있는 공단 인근에 병원을 열었던 것이다. 그러나 고작 10년 사이에 유전적으로 개량된 공기 정화 식물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한 덕에 대기오염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사람들은 맑은 하늘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건록은 빚더미에 오르고 말았다. 빚 걱정을 잊고 잠들기 위해 단기 기억상실이란 부작용이 있는 약물 아티반에 의존하던 그는 부족한 약을 직접 납품받기 위해 나섰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도입부는 다분히 현재에 가깝고 소박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암울한 미래상과 거대한 음모가 본색을 드러낸다. 공기 정화 식물 덕에 대기가 맑아진 미래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약물에 기대는 의사가 느끼는 혼란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다. 왠지 밝은 낮에 벌어지는 공포를 선명하게 그린 영화 「미드소마」를 볼 때의 불안감이 떠오르는 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