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삶에서 내몰린 자들의 유대를 강렬한 이미지로 담아낸 공포 소설

이름에서부터 음습한 귀기가 느껴지는 자귀도(自貴島). 이 쇠락한 어촌 마을을 꾸준히 찾는 ‘나’는 섬사람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만물트럭 행상꾼이다. 몇몇 마을사람들을 단골 삼아 장사를 하는 게 영 녹록치는 않지만, 가족도 없이 홀로 트럭에서 먹고 자는 그만의 사연이 있다. 한편, 마을의 끝자락에 사는 ‘지말례’ 할머니 역시 만물트럭의 단골이다. 시래기처럼 바짝 마른 체구에도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이 인상적인 할머니는 저간의 사정으로 삼십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것이라 했다.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고향에서 홀로 지내는 탓인지 할머니는 나를 볼 때마다 제법 친근하게 말을 붙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김없이 트럭을 찾은 할머니는 갑자기 자신의 몸에다 대고 에프킬라를 뿌리더니 괴상한 언행을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에프킬라 할머니」는 쇠락한 섬마을을 배경으로 삶에서 내몰린 자들의 사연을 강렬한 이미지로 추적하는 공포 소설이다. 트럭에 모든 삶을 의탁한 채 살아가는 남자와 기괴하기 짝이 없는 기행을 일삼는 할머니의 사연을 탁월한 구성으로 펼쳐 나가는데, 실체가 없는 스릴감으로 질주한 끝에 맞닥뜨리는 풍경은 더없이 고요하고 엄숙하기만 하다. 외딴섬,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이들이 만들어 낸 고독하지만 찬란한 풍경. 온통 홀로인 것들 중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행상인과 할머니의 유대감이 오래도록 묵직하게 남는데, 여러 장르의 익숙한 장치들을 영리하게 활용한 이야기의 분위기와 메시지가 더없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