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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떠오르는 피로 얼룩진 고교 시절의 기억

소수의 성공한 졸업생이 모이는 한 사립 고등학교 동창회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곧 주인공의 과거를 반추하기 시작한다. 현재는 실세 정치인과 친분도 있는 유명 웹툰 작가이지만 한때 학교 폭력의 대상이자 늘 유령 같은 존재로 취급받던 고교 시절과 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구미호’를 말이다. 사실적인 학교 묘사와 이질적인 요괴의 대비가 기묘하게 어우러져서 마치 괴담에 빠져들듯 홀린 듯이 읽을 수 있는 단편이다.

2019년 3월 2차 편집부 추천작

힘과 권력, 폭력과 복수에 관한 어둡고 묵직한 고백

한 사립 고등학교의 졸업생들 중 잘나가는 녀석들만 모인 비밀 모임이 있다. 작품의 제목인 「아홉 개의 꼬리」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이 비밀 모임의 이름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말 그대로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구미호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학교 다니던 시절의 기억이 어두운 폭력의 역사로만 남아 있는 ‘나’는, 어렵게 성공한 웹툰 작가로 최근의 인기에 힘입어 모임에 초대되었다. 나는 자신의 이름이나 소속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동창들의 태도를 당연하게 여기며 차분하게 과거를 추억한다.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반추는 자연스럽게 하얀 얼굴의 전학생, ‘로이’에게로 흐른다. 학교의 누구도 로이에게 말을 걸지 않았기에, 그의 친구는 나뿐이었다. 내 눈에는 그저 병신 개인 다리가 세 개인 개를 ‘삼족구(三足狗)’라며 두려워하던 로이는, 나에게 자신이 ‘구미호’라는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겠다고 말하는데…….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한 기억을 그려내는 어두운 고백은 현재와 과거를 매끄럽게 오고 간다. 작가는 특정 폭력 장면이나 사건에 대한 어떤 잔혹하거나 끔찍한 묘사 하나 없이도 매우 음울하고 강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은 묵직한 충격을 준다. 내게 남긴 로이의 마지막 말은 “우린 다시 만나면 안 돼.”였다. 과연 나는 로이를 다시 만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