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차 편집부 추천작

한국에서 재난 약자로 산다는 것

신촌 일대에서 학교를 다니는 ‘나’는 어느 더운 여름날, 드라마를 보던 도중 갑자기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아무리 소리를 내 봐도 목에서 진동만 느껴질 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자 병원에 갈 요량으로 신촌 거리로 나가는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 역시 혼란스러워하며 자신과 같은 현상을 겪고 있음을 목격한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 채팅에서는 저마다 다른 반응이 터져 나왔는데, 조사 결과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대에서만 청각적 자극이 완전히 소멸된 재난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진다. 특정 지역에 한한 이상 현상이 나타나자 정적 구역과 비정적 구역의 경계에 따라 시민들의 이주가 빈번해지고 부동산 가격이 급변하는 등 서울의 지형도가 바뀌는 일도 생겨나는데…….

「정적」은 서울의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한 재난을 소재로 일상이 역전된 상황을 섬세한 시선으로 비추는 작품이다. 특히 소리의 감각이 제거된 이상 현상을 가정해 재난이 발생했을 때 탈(脫)재난을 위한 우선권은 누구에게 주어지는지, 당연한 것처럼 남은 자로서의 혜택만을 누려야하는 존재가 있는지, 그리고 그 균열이 복원되었을 때 다시 박탈되는 권리는 없는지 하는 다양한 층위의 질문을 던지며 한국사회에서 재난 약자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찬찬히 톺는다. 이야기 안에서 빛을 발하는 유의미한 풍경들이 여럿 있지만, 안식을 주는 공동의 공간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지우는 마지막 순간은 더욱 오래도록 남는다.